<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점점 느낌이 안좋아진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무위와 덕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참신한 시야에서 점차 미국꼰대로 들어서는 변환을 목격하는 중이다. 장자의 포정고사를 인용하면서, 포정의 칼이 소를 해체하는 것이, 마치, 인간이 세상의 풍파에 사는 적절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은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인위적인 마음을 덜어내는 무위를 가르키는 해석을 주로 접하다가, 이런 해석을 들으니 괜찮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위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개념과 얼만큼 같고 다른지 비교도 흡족했다.
















그러다가 점차 공자와 논어를 인용하면서, 무위보다는 유위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맹자와 순자도 간간히 인용되면서, 유교감성의 정신집중법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마음을 비우는 무위에서 시작했다가, 어떠한 생활태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자연스럽게 실행하는 유위로 전환하고, 이 둘을 비슷한 경지로 여기는 듯하다. 공자가 40, 50, 60 이 되면서 이르게 되는 경지를 마음을 비운 포정과 유사한 경지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인용되는 고전 번역도, 영어원문에서 직역한 문체가 주는, 한문고전에 익숙치않은 불확실함이 내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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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중국고대의 주술적 사유와 제왕통치>는 예측불가능한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 흥미로운 내용들 중 어떤 부분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참신하게 읽었지만, 연계되는 내용이나, 중국 선진시기나 진한대까지 확장시켜 그 논증을 멋지게 마무리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각자는 참신하고 멋지지만 연결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니까 선진시기 진한대를 다룬 전통적인 역사책과 참신한 책들 사이에서 이성구의 이 책이 제대로된 다리가 되어준 느낌이다.















이 책과 관련된, 예전에 만났던 책들과 내용들을 나열해보면 다음 정도다.

고대 중국의 태양신 숭배를 깊이있게 논증한 <중국 고대의 신들>; 주술적 통치가 유지된 춘추시대와 그 위상을 잃은 전국시대; 제나라와 진한시기 국가 제사의 변천과정을 잘 보여주는 김일권의 <동양천문사상 인간의 역사>; 공자가 전한 인과 예 가 토대한 주술적 통치
















단점으로는 논증과정에서 번잡한 추리도 보이고, 중요 용어를 포함한 많은 용어를 한자표기해서, 가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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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어 를 읽으면, 공자의 제자들이 논어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편집했을지 상상이 간다. 제자들이 논어에서 편집한 공자의 모습은 논어를 통해 뚜렷히 전달하고 싶어했던 '인, 예, 서, 충, 성, 경'의 모습이고, 애매하거나 그렇지 못한 모습들은 많이 탈락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어에는 논어와 같은 모습을 보인 공자의 모습도 있지만, 잡다한 시대정신과 시대배경에 반응한 공자의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논어에서도 '인'을 실제로 구현한 '예'의 다양한 모습에 지칠 수 있는데, 공자가어는 잡다한 느낌이 더 든다. 그래도 그 잡다한 모습이 일견 이해가 오는게,  요새 윤석열 복잡다단한 정국의 모습에 미디어와 여론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혼란스러운 정국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공자유가들의 모습이, 정돈된 논어 보다는 공자가어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자가 강조했던 '인'을 훨씬 현실에 가깝게 다채롭게, 소재를 택하여, 공자의 반응과 대응을 편집했던 공자가어가 지리멸렬하면서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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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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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 보는 심리철학 관련 분야는, 특히 의식연구 분야는 재밌는 책들도 무척 많고 연관되는 주변분야도 넓어서, 선행연구를 잘 정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연관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너무 전문성이 넘치는 전공서적, 전문서적은 아니지만, 자신의 주장과 논증을, 어느 정도 대중성과 재미를 확보하면서 작업을 진행시키는 책들을 보면 진심 반갑다. 

아닐 세스 의<Being You, 내가 된다는 것> 이 그렇다. 반가운 이름들과 개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논증의 선행연구나 연구할 자리 찾기에 해당), 저자가 내놓은 주장과 도구들도 흥미롭다.


반가운 이름들과 개념들을 나열해보자. 

토마스 네이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의식의 어려운 문제, 데이비드 차머스

물리주의

기능주의

의식의 신경 상관물(NCC, Neural Correlate of Consciousness)

장하석 <온도계의 철학>

베이즈 추론

토마스 메칭거Thomas Metzinger <Being No One>

고무손 착각 실험


저자가 내놓은 주장과 도구들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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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혹은 도교 라는 시선은 상당히 복잡하다. 유가나 불가 쪽과 구별되는 특성만으로는 도가 자체의 성장이나 토대가 되는 우주관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비교적 문헌 중심인 유교와는 달리 좀더 종교에 가까워, 그 비중이 문헌을 넘어 수행이나 의례, 방중, 등 넓은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자, 장자

관자, 회남자

도교의 수행이나 한의학 신체관

일반적인 논리학이나 형이상학과는 다른 논리체계의 문제

새롭게 발굴되는 발굴문헌


이들을 아우르면서 이들의 생성과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고대 공통 세계관에서 이들 각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 전분야에 접근가능하고 연구활동까지 펼칠만한 전공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헌읽기에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도교, 도교수행, 한의학신체, 음양오행 같은 분야는 거의 정우진 님의 책들에서밖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분의 커리어는 학부 철학, 대학원 한국학, 중국과 대만에서 도교연구, 한의학문헌연구 등이다. 다른 분들과 다른 점이 넓은 시야에서 보고 의문점을 해결하여 전공인이 아니더라도 접근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노자와 장자에 관한 번역과 연구서들은, 쉽게 읽히는 수준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양적으로 질적으로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이 풍부하고 깊은 이해에 이바지했다는데는 두말할 이유가 없지만, 각 책이 고대 중국 공통세계관에서 어떤 위상이었는지, 어느 정도의 정신문화를 그려냈는지를 살피는 방향의 결과물은 좀 찾기 힘들다. 정우진의 <양생>에서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전국시대의 시대정신인 공동체정신이 크지않다는 이유로 노자를 되도록 후대로 보고, 장자는 본격적인 수행기록이 등장하기전 여러 수행의 흔적을 깊게 탐구하여 상세히 보여준다.

 

도교의 수행, 한의학 서적, 음양오행론 같은 전혀 다른 체계의 논리체계는 피상적으로 겉만 살짝 맛보여주는 것을 뛰어넘는 깊은 이해를, 일반적인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아 보인다. 복잡하고 고부가인 의학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그런면도 있고, 수행분야와 의학분야의 차이, 그런 의학정보나 수행정보를 기술하는 방식 등 때문이다. 고대 중국의 사유 체계를 '감응'이라고 할만하고, 그를 기술하는 한 방식이 음양오행 이다. 서양과학과는 다른 길을 걷게된 상세한 이야기는 정우진의 <감응의 철학>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리고 역사적 형성과정을 되짚어 중국의학과 수행이 걸어온 길과 해결해간 과정을 하나씩 짚어나가야 전체 그림이 입체적으로 들어오고 설명이 된다. 요약해 말하면 정기신 이라는 공통자산을 신체에 차용하여, 여러 현실적 의학정보와 의학적 도전, 수행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풍부하고 정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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