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를 매개로 돌아가는 거대시공간에 대한 이론이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에 대한 교양서들이 통상적으로 잡는 접근들은, 우리가 접하긴 힘든 새로운 영역을, 세세하지는 않지만 관광지의 주요 거점들을 꼭 들르는 여행처럼, 그 거대한 대상의 흥미롭고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지점을 잡아 독자에게 소개한다.

십년도 넘게 전에 본격적인 상대서이론 교양서가 번역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침 도서관에 들어온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살까말까하다가 어느새 절판되고 중고책도 거의 보기 힘든 지경이되서야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중고책에 뭔가 느낌이 비슷한, 처음에는 그 책일 거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읽을 수록 다른 책이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재밌는게 이 책도 못지않게 괜찮은 책이었다(이럴 확률은 매우매우 낮다).

처음책은 <중력과 시공간>, 구입한 책은 <블랙홀과 시간 굴절>이다.
















처음 책은(1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충실하게 배경지식과 세부 이론 설명, 관련된 실험과 관측을 지적으로 밀도있으면서 아주 빡빡하지는 않지만 실제 이론도 부족하지 않게 기술되어 있어 매우 만족스로운 느낌으로 기억된다. 두번째 책은 지금 절반 좀 넘게 읽었는데, 상대성 이론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천체천문학이 어떻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흡수하여, 이름도 유명한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같은 천체 현상들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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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영역에서 형이상학의 가치를 확인하려면, 논리학을 통해 들어가기 쉽다. 전기 비트겐슈타인을 대표하는 <논리철학논고>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유명한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에서도, 동굴속에서 비치는 빛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우리들이라는 설정을 전제로 삼고 있어, 형이상학과 논리학이 어떻게 우리들 인식으로 들어와 자리잡은 지를 살짝이나마 보여여준다. 이 빛과 그림자와 동굴의 비유는 언어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언어에서 지칭과 언어의 의미를 이 중 어느 곳에 할당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오해와 이해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언어에 대한 연구를 비트겐슈타인의 저서에서 흥미롭게 확인할 수 있고, 뜬금없지만 데리다의 수많은 논의가 언어에 대한 어떤이해를 토대로 삼아 이루어졌는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승종의 아래 책에서 재밌게 읽은 내용이다.
















제일 내 마음을 끄는 생각은, 언어영역이 동굴이고 동굴을 만든 이도 언어영역자체여서, 언어영역에 대하여 알아진 것이 생겨도 여전히 남은 부분은 검은 동굴 내부라는 것이다. 이 동굴을 만드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만들어진 동굴도 알아야 한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나 Pinker의 <Stuff of Thought>를 보면서,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지는데 그 알아진 것으로 다시 생각지 못한 어둠이 내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태반은 내 무지때문이지만).
















소쉬르의 연구와 비트겐슈타인의 연구를 비교하는 것은 엄청 흥미진진한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잘 알려진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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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개블릭이 지은 마그리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이 담긴 귀한 책이다. 저자가 직접 마그리트와 만나 8개월 동안 그의 집에 머물며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니, 벌써 대단하고, 미술가 서클의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특히 마그리트에 관한 훌륭한 의견과 글을 접한 후에도 숙성시켜 이 책을 썼다니 감탄스러울 정도다.















본디 이 책은 호트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의 참고문헌에서 강조된 것을 보고 알게된 책이다. 공간의 모순을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한 에셔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마그리트는 어떤 모순을 잡아내 표현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언어의 형식과 의미론을, 오브제라는 미술의 대상을 통해 표현한다. 수지 개블릭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도 익숙해 책 곳곳에 마그리트의 작품 해설에 그의 철학을 언급하고, 회화에서 좀더 입체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론의 내용을 밝혀주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제목이 붙은 그림이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를 거쳐 단어의 사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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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를 열심히 보고 인상적으로 느끼고, 생각보다 탄탄하지는 않다, 등등 여러 생각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 본것도 몇년전인데, 한동안 열심히 보다가 끊겼다가 다시보다가 그런 식이다.















그러다가 이승종의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을 접하게 되는데, <논리철학논고>를 분석해놓은 부분이 주류를 이루고, 거기다 저자가 겪은 논쟁상황을 그대로 옮겨와서, 혼자서 이해할 때(아무래도 비트겐슈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와는 다른 관점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논리철학논고> 분석부분에서 형식적 명제론과 의미론적 명제론 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형식과 의미 사이의 여러 관계와 문제점에 꼼꼼하게 다가간다. <논고>자체도 충실하게 보지만, 거의 압축된 느낌마저 주는, 이 초기작품을 비트겐슈타인의 중기, 후기 작품을 통해서도 분석한다. 수학과 논리학에 가까운, 비트겐슈타인의 형식적 명제론이 어떤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결론이 이러하다고 여기서 밝히기 보다는, 내게는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꼼꼼하면서 <논고>가 언급하고 <논고>를 언급하는 논리학자들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제시된 문제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흡족하게 제시하는 것이 기분좋게 한다. 이름도 유명한 크립키의 비트겐슈타인 분석도 소개하고, 그에 맞서는 자신의 이해와 주장도 제기한다. 그결과 이해하기 어려웠던 요소명제론도 어떤 위치를 갖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형식과 의미 사이'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처럼 형식과 해석 일 수도 있고, 언어의 지칭 개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그 유명한 호프스태터의 책을 떠올리게 만든다.















논리학과 수학, 컴퓨터 과학 탐구는 기본이고, 생화학, 음악(바흐), 미술(에셔, 마그리트) 등 수많은 분야에서 형식과 의미 사이를 연구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의식과 사고, 인공지능에까지 관련된 insight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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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다루는 내용은 너무나 넓고 깊지만, 재미로 읽는 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새처럼 동영상과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다시 또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오락거리로서 책의 위치를, 적당한 연구작업없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고, 다만 종이 신문과 잡지가 폭망하던 기간이 떠오를 뿐이다. 아마 모르긴몰라도 그 기간 이후로 책 시장도 거의 폭망의 길을 걸었을거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외국의 사례가 재밌을 수 있는 점은, 자본주의 문화의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성장한 부르주아 계급과 하층계급이 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우리의 압축된 자본주의 역사에서 생긴 책의 위치를, 우리 스스로 내부에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을, 잘 잡아 설명해주는 것 같다. 

정말 한줌 소수의 소유물에서 책이 널리 읽히고 시장이 넓어지는 과정은, 거꾸로 널리 읽혔다가 그 시장이 좁아지는 요새 모습을 흥미롭게 반영하고 어떻게 귀결될지를  보여주는 거 같았다.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 2>에서 1830-1880년 특히 책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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