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에서 목격한 독특한 '논리 철학'의 여러 주장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입체감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빛을 밝혀줄 등대 같은 내용이 <빨강보기>에 적지않게 들어가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반기를 대표하는 <논리 철학 논고>에는 대담하고 과감한 주장들이 있고, 처음 접할 때 그 박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고, 분석철학의 탄생에 기여한만큼 이성적이고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내용도 적지 않은데다가 그 내용들을 받치는 논리에 신비롭게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그런 논리를 적용할 실제 언어적 증거들에 대하여, 비트겐슈타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결국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연구하는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었다. 

언어와 관련된 비트겐슈타인의 주장들이 어째서 그런 모습들일까 하는 이야기들이 이 책 <빨강보기>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 이야기들은 크게 의식을 이루는 것들이 감각으로부터 직접 형성됐다기보다는, 오히려 감각과는 독립적으로 형성되고, 감각적인 것을 수용해서 통합해서 지각으로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감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면서 우리 의식과 관련깊은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하는 바를 논증으로 만든다. 원래 대학교에 초청받아 강의한 내용을 다듬어 쓴 책이라 내용과 형식 모두 눈 앞에 청중을 대상으로 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구어체여서 딱딱하지 않고, 그렇지만 담긴 내용은 몇번을 음미해도 새로운 감상이 나올 정도로 깊이가 있다.

어쨌든 이렇게 감각과 의식 사이의 관계는 <논리 철학 논고>의 언어와 세계 사이의 관계와도 깊이 엮여있어 서로 울림을 준다.

그외 생각의 재료 같은 방향으로도 이해를 높여 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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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학이나 일반수학, 행렬 같은 것을 배울 때, 그리고 중력이론, 통신이론 같은 것을 배울 때, 벡터는 스칼라, 텐서 등과 함께 어떤 방향정보, 양정보를 담아내는 방법임을 수없이 계산하고 연습하면서 알게 된다. 그럼에도 계산과 떨어진 영역에서 '물리적 이해'를 들여다 볼 수 있지 안을까 조금 시도하다가 금방 실타래가 엉긴듯 되버려 손을 놓게 된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이해를 도울 강의나 책들을 보지만, 그런 관점으로 조금이라도 진전되고 끝이거나, 그 작은 진전을 밑천삼아 다른 얘기를 한다거나 그런다. 

속는 셈치고, 또다른 벡터 얘기 책을 본다. 시작은 아주 좋아 보인다.
















기하학적인 벡터라니, 계산 중심의 대수적인 벡터말고, 벡터를 깊은 얘기로 풀어낸다는 것이 정말 감동이다. 이제 앞부분만 본 뒤지만, 시간들여 음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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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쓸 때는, 일단 일회독을 마친 후에, 읽은 대강의 전체 글흐름이 날아가기전까지, 메모지를 옆에 놓고 글에서 나오는 개념들과 논리 전개를 정리, 요약해가면서 보는 편인데, 간혹 그 작업이 끝날거 같지 않아 보이는 책들이 있다. 이름도 유명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그렇다.















읽다보면 노자의 고기기술자편을 연상케하는 오토바이 관리나, 오토바이 라이딩을 거의 직접 체험하는 정도로 기술한다. 이 과정에 명상의 관점이 있다. 일본 젠 명상에 대해서는 기본상식이 없지만, 우리나라 선 명상에 관해서는 짧은 독서경험이 있어서 보통 명상자가 '이 뭤고?'라는 의문에 초점을 맞춰 명상을 하는 과정에 얼추 맞는 기술들이 계속 나온다. 이 명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방식이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 어떤 '맑은' 정신의 속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의식만을 다루는 심리학 부분을 넘어서는 인간정신을 기술하는 방식들로, 소설이지만 기억을 중심으로 놓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기억과 관련된 언어의 향기나 풍미), 프로이트나 융 같은 정신분석가들의 기술법이 있지만, 명상을 중심으로 놓은 기술법은 이들과는 또 다른 거 같다. 물론 이들의 기술법을 어떠하다 잘라 말하기도 쉽지 않지만.


몇 년전에 tv인터뷰에서 보고서 끌리는 점과 궁금한 점이 있어, 잠시 들여다 봤던 김형경의 <만가지 행동>도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속에 담긴 내용물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아 내려놨다가 요근래 다시 들었다. 본인이 오랜시간 정신분석을 받고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을 정신분석에 맞춰 차근차근 풀어낸다. 그러나 감정형 성격유형 여성분들의 정신세계를 끊이지 않고 계속 접하는 것이 좀 힘들 지경이어서, 읽는데 속도가 붙질 않는다. 
















그리고 너무 모르는 분야라서 정리와 리뷰쓰기가 어려운 책도 있다. 정우진의 <몸의 신전>이 그렇다. 같은 저자의 <감응의 철학>에 너무 감동해서 열혈독자가 되었는데, 도교, 한의학, 호흡법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속도가 붙질 않는다. 그렇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저자의 세심한 번역이 책을 포기하지 않게 잘 인도해주고 있다.
















그리고 처음봤을 때보다는 관심이 식긴했지만, 여전히 애정하는 프랑수와 줄리앙의 <무미예찬> 이다.
















여기 '무미'는 한자 '담'을 번역한 말이다. '담'이라는 현상 혹은 경지를 여러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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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훈련을 받은 이들의 노자와 장자 읽기는, 동양사유를 읽으려는 서양인들의 노력과 많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용옥의 <노자가 옳았다>, 최진석의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모두 분석을 중시하는 서양전통문화의 특성을 보여준다. 정진우의 <감응의 철학>에서 잘 정리해놓은, 동양사유를 포착하려는 여러 관점, 즉 시스템론, 상관적 사유 등이 그렇다. 동양사유의 몇몇 특성은 포착하는데 성공하지만, 중요한 다른 특성에는 취약했다. 중국사유외에 다른 민족과 인류에 접근할만한 수단인, 인류학과 구조주의 도 그런 서양전통의 테두리 속에 있다. 은유나 환유같은 접근도 그렇다.















철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식들이 어쩔 수 없이, 이상적인 형이상학을 그려내어, 대상이 되는 어떤 현상을 잡으려 하기때문에 그런 거 같다.


유가 전통을 도가와 구별하기는, 당시 시대가 요청한 여러 요구들을 읽어내고 유추하는 즐거움과 유가 특유의 해결책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보다는 동양사유라는 틀에서, 그 탄생을 가능케한, 도가 전통과 유가에 공통된 뿌리가 무엇일까가 더 궁금하다. 


장자 곽상주 김학목 번역도 조금 아쉬웠는데, 확실한 의미를 잡으려다 보니, 노자와 장자의 해석을 좀 좁게 잡은 듯 느껴졌다. 
















동양 고전 읽기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전제하고 추구하는 일반적인 독서법과 독서비평(리뷰) 쓰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선진과 양한 시대 서적을 읽어낼 때는 더 그럴거 같다. 

















정우진의 <감응의 철학>에서 동양사유를 잡아내기 위해, 여러 고전에서 해당부분을 모아놓고 그 사유체계를 구성해놓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고대사유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들은 무척 흥미로워 보인다. 관심이 있어서 몇몇 책들을 즐겁게 보았지만, 흥미로운 가설과 그 사유의 편린을 결과물로 제시한 책들도 이미 훌륭했지만, <감응의 철학> 정도까지(그 사유로 응용이 가능한 정도까지) 나아간 책은 거의 보지 못한거 같다. 

그런 연유로 아직 접하지 못한 신작 <양생>도 엄청나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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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문화)과 다른 존재들의 생각(사유 기타)들을 들여다 보고 그러면서 인상적인 시선도 많이 느꼈고, 어떤 분석의 깊이를 짜릿하게 목격하기도 했지만, 분석은 분석의 영역을 벗어나면 온전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다.

자주 들르는 로쟈 님의 서재에서 댓글로 정치영역에서 책상철학자들의 한계를 지적한 글에서도 어느 정도 느꼈지만(나중에는 비밀댓글로 바뀜), 당장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이상적이거나 이론적일 수 있고, 혹은 오랜 시간을 견디는 힘을 가진 글들이 거꾸로 시급한 현실을 다루기는 너무 느긋할 수 있다.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것을 임시로 '임상'이라고 부르면, 이론의 대상과 임상의 영역과 실제의 영역의 괴리는 적지 않은 거 같다. 작은 예로,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라보는 입장도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상담심리학을 하시는 분들이 분석심리학을 생각외로(내생각) 굉장히 좁게 실용적으로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아서, 책으로만 접한 내 인상은 우리 의식과 적지않게 관련된 무의식을 탐구하는 훌륭한 시선이었는데, 내가 흥미와 감동을 느낀 부분과 실용성은 차이가 꽤 있구나 를 느꼈다.

<감응의 철학>에서 근대와 현대 시선으로 동아시아 문화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엉성한지를 여러모로 경험했다.


그런 방향으로 한번 정리해본다, 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본다 의 정도인거 같다. 서양 글쓰기 전통의 대표 형식인 논증글쓰기를 다룬 <논증의 탄생>에서 보면 두 종류의 논증 글쓰기가 많은 글의 대부분이다. 특별히 단어의 의미나 정의에 관한 글이나 철학 글쓰기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좀더 정교할 뿐 
















글, 독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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