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사상인 도가와 유가에 공통되는 수행하는 사람의 시선(늦게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와는 다른)에는 무교의 향기가 짙게 깔려 있다. <장자>, <관자>, <논어>, <맹자>에는 인간의 마음을 살피는 수행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기, 도, 허, 무, 감응, 성, 명..' 등 불교의 마음읽기와는 다른 류의 마음 살피기가 적지 않은 깊이로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고대 중국 사상의 마음 읽기는 무교에서 비롯된다고 많이들 주장한다. 최근에 읽은 정우진님의 <양생>속에, 능숙한 전문가의 논증으로 이루어진, 이 주장에 대한 뒷받침이 있다. 
















무교는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존재했던 종교로, 널리 알려진 '샤머니즘'과 동일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샤머니즘 자체도 지역마다 다른 모습일 수 있어서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다. 많이 알려진 샤머니즘 책으로 엘리아데의 <샤머니즘>이 있다.















우리나라 무당들과 무속세계관에는 일반적인 샤머니즘과는 다른 몇몇 특징이 있다. 분석심리학자 이부영님의 책이 알차다.















일반적인 샤머니즘을 정의하면서 우리나라 샤머니즘의 특징을 짚어준다. 샤머니즘하면, 보통, 빙의나 강신으로 신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큰 특징으로 여기지만, 자신의 몸을 벗어나 하는 영혼여행을 주류삼는 것도 있다. 지옥여행해서 죽은 자의 혼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세상여행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강신의 모습도 우리나라에서는 신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비하여, 지역에 따라서는 당당한 중개자로서 신을 받고 내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 일본, 대만의 무속 모습도 조금씩 비교해주는데, 우리와 다른 모습이 적지 않다.

이부영님의 책에도 조선시대 무당, 무속의 모습이 담겨져 있지만, 초점이 조선시대 무속모습자체는 아니기때문에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러고 보면 신라시대 불교수용을 다룬 신종원님의 책은, 관점을 달리 생각하면, 신라시대 무속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궁중과 민간의 무속이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신라초기불교사연구>다.

그리고 일제시대 어머니 얘기를 그린 만화<내 어머니 이야기>에도 무속과 무당에 관한 얘기가 생생하다.















특히 1편에 나오는 여러 무당이야기들이 생생하다. 그 중 하나는, 동네 무당에게 내림굿을 받아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기독교를 받들어 저항하는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조금만 과거로 들어가면 곧바로 만날 수 있는 대상이 무속인거 같다.


고대 중국 사상속 무교속에는, 고등종교의 모습인 유가나 도가의 사상으로 변모된 모습도 있지만, 일반적인 샤머니즘과 우리나라 샤머니즘과도 멀지 않은, 공통점과 다른점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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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님의 신작 <양생>을 재밌어서 몇번째 보고 있다. 고대중국 도가의 모습들은 불사를 추구하는 등 매우 신비주의적이고, 굉장히 다양하고 역설적이기도해서 그 면모를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때 봤던 김용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구처기 같은 도사들도 생각나고, 실제 청말 도사의 모습을 그려냈던 책도 기억났다. 
















불노장생, 도사들의 신비 등은 도가의 여러 모습 중 도교라는 측면을 보여주는 거 같다. 중국 도교의 변천사를 다루는 책은 도교에 관련된 여러 종교집단을 소개하고 나열하는 정도로, 기독교나 불교 등에 비하면 어떤 연속성 같은 것을 시원하게 드러낸 책은 못본거 같다. 
















그리고 전통적인 도가서적인 <노자> <장자> <관자> <회남자> 등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도 있고, 그리고 유가쪽  <논어> <맹자> <순자> 책들도, 도가나 유가에 공통인 기론에 기반한, 어떤 부분이 있는 거 같다. 프랑수아 줄리앵이 <무미예찬>에서 '담'에 대한 설명과 기술을 하면서, 도가나 유가에 공통인 태도라고 적절하게 지적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한의학 초기 성립도 같은 결이다. 한의학이라는 경험적이고 체험적인 의학지식에, 어떻게 기론 같은 것이 결합했는지도 도가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도가와 관련은 있지만, 단순히 도가에서 기원한다라고 곧바로 가르키기는 어려운데, 춘추시대, 전국시대, 진한, 위진남북조 등 시대마다 부각되던 시대정신의 영향이 깊이 깔려있어, 단순히 한 사조에 한정된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이기고 굉장히 설득적인 논증을 만들어 놓은 책이 <양생>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위진시대 도교 성립 직전까지가 이 책의 범위라고 한정지으며 고대 중국의 

특별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무속 혹은 무교 전통이 고대 중국 사상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닌데, 단순히 샤머니즘 혹은 무당의 행위와 가까워 보인다고 얘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면이 무교 전통이고, 어떻게 수용되었고, 어떤 발전양상을 보였고 등을 잘 풀어 설득해야 하는 점이다. 


몇몇 인상적인 지점들은 이렇다. 


저자는 <장자>의 유명한 포정해우 고사에서 특히 양생수행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생명의 양육, 즉 양생이라는 관점에서 고대 중국의 수행론을 정리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수양론의 중요한 연원은 무속이다. 그렇지만 후대로 갈수록 무속의 색채는 약해진다.


춘추시대에 비하면 전국시기에 이르러 공동체적 생명에서 갑자기 개체적 생명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노자>가 이러한 관점에서 그 내용이 개체적 생명에 기울기 때문에 전국시대 작품이라고 논증한다. 거꾸로 <논어>의 내용은 공동체적 생명에 주목한다.


그리고 무속, 유가, 도가에 공통된 서로 차이지는 지점인 마음에 대한 내용을 살살 풀어서, 여러 책 넓은 범위 속에서 찾아내 음미하고 비교하고 그 내용의 깊은 의미를 드러낸다. 


<논어><맹자><순자>부터 주자성리학까지, 유가의 내용들은 한편으로 의례들만 모아놓은 룰북 같은 느낌을 주지만, 매우 설득력강한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펼쳐진 내용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장자><노자><관자><회남자> 속에 담긴 내용들도 너무 허황되거나 신비주의적으로 접할 필요없이 적절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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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님의 분석심리학의 탐구 시리즈 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차례를 살펴보니 구판과 내용상 변화는 없고 세월이 흘러 이쁘게 꾸며놓은 거 같다. 그 김에 구판으로 구해 열심히 읽는 중이다.





























이부영님의 이 시리즈는 무척 좋았다. 분석심리학 책들은 다루는 대상이 대상이니만큼 저자스타일에 따라, 그리고 내가 저자의 해석에 공감하는 정도에 따라 감응이 달라지기도 해서, 같은 저자라도 책에 따라서 울림의 정도가 차이가 난다. <분석심리학> 개론서는 거의 울림을 받지 못했고, <한국민담의 심층분석>은 좋았다. <노자와 융>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지만, 댓글로 노자책을 좀 읽으신 분들이 낮게 얘기하는 것 보고, 일단 나-중에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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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종교 행사들 기술은 몇몇 정형화된 틀이 있는거 같다. 그 유명한 제천의례들이나, 법력을 가진 종교인들...실제 종교나 종교를 포함한 실생활에 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남겨진 문헌과 기록들을 보면 이해가 될만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한정적인 자료들을 가지고는, 성경읽기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는, 지지고 볶고 다해야 겨우 맛이 나는 거 같다. 그런 꼼꼼한 글읽기를 하시는 분 책을 보았다. 신종원의 <신라초기불교사연구>. 신라에 한정하지 않고, 고구려, 백제,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얘기까지 관련된 거 같으면 끌어다가 열심히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 고대의 종교행사 자체의 의미까지 할 수 있는한 정립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우리 종교의 본래 모습 복원과 의미 해석에 열심히셔서 감탄스러웠고, 그 방면으로 다른 책을 내셨나 봤더니, 흥미로운 책이 보였다.
















대왕신앙은 정말 궁금하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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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국방에 대한 우리 상식은, 의외로 얕아 보인다. 큰 피해를 일으켰던 외세침입을 주로, 미흡했던 정부대응과 일부 충신과 명장, 백성들의 희생과 저항을 위주로, 간략하게 인식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러다보니 입체적인 주변정세나 비록 미흡했지만 조선의 대비와 대응이라는 입장에서 정리정돈된 측면들을 잘 보지는 못한거 같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거꾸로 군사측면 말고는 많이 간략화되어 있어서, 시큰둥한 첫인상이었지만, 읽어갈수록 그 기술방식의 묘미를 맛보고 있는 책이 <병서, 조선을 말하다>다.















우리 조선 대비와 준비와 대응들이 병서를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조선 왕들이 처한 군사적 위기와 외세침략, 신하들이나 지방세력과의 경쟁과 견제, 이런 군사 관련 주변 얘기들도 병서 내용과 병서 작성 계기들에 맞춰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군사관련, 여러 그림과 도판이 들어가 있어 안목을 높여준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아쉽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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