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님의 신작 <양생>을 재밌어서 몇번째 보고 있다. 고대중국 도가의 모습들은 불사를 추구하는 등 매우 신비주의적이고, 굉장히 다양하고 역설적이기도해서 그 면모를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때 봤던 김용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구처기 같은 도사들도 생각나고, 실제 청말 도사의 모습을 그려냈던 책도 기억났다.
불노장생, 도사들의 신비 등은 도가의 여러 모습 중 도교라는 측면을 보여주는 거 같다. 중국 도교의 변천사를 다루는 책은 도교에 관련된 여러 종교집단을 소개하고 나열하는 정도로, 기독교나 불교 등에 비하면 어떤 연속성 같은 것을 시원하게 드러낸 책은 못본거 같다.
그리고 전통적인 도가서적인 <노자> <장자> <관자> <회남자> 등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도 있고, 그리고 유가쪽 <논어> <맹자> <순자> 책들도, 도가나 유가에 공통인 기론에 기반한, 어떤 부분이 있는 거 같다. 프랑수아 줄리앵이 <무미예찬>에서 '담'에 대한 설명과 기술을 하면서, 도가나 유가에 공통인 태도라고 적절하게 지적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한의학 초기 성립도 같은 결이다. 한의학이라는 경험적이고 체험적인 의학지식에, 어떻게 기론 같은 것이 결합했는지도 도가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도가와 관련은 있지만, 단순히 도가에서 기원한다라고 곧바로 가르키기는 어려운데, 춘추시대, 전국시대, 진한, 위진남북조 등 시대마다 부각되던 시대정신의 영향이 깊이 깔려있어, 단순히 한 사조에 한정된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이기고 굉장히 설득적인 논증을 만들어 놓은 책이 <양생>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위진시대 도교 성립 직전까지가 이 책의 범위라고 한정지으며 고대 중국의
특별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무속 혹은 무교 전통이 고대 중국 사상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닌데, 단순히 샤머니즘 혹은 무당의 행위와 가까워 보인다고 얘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면이 무교 전통이고, 어떻게 수용되었고, 어떤 발전양상을 보였고 등을 잘 풀어 설득해야 하는 점이다.
몇몇 인상적인 지점들은 이렇다.
저자는 <장자>의 유명한 포정해우 고사에서 특히 양생수행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생명의 양육, 즉 양생이라는 관점에서 고대 중국의 수행론을 정리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수양론의 중요한 연원은 무속이다. 그렇지만 후대로 갈수록 무속의 색채는 약해진다.
춘추시대에 비하면 전국시기에 이르러 공동체적 생명에서 갑자기 개체적 생명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노자>가 이러한 관점에서 그 내용이 개체적 생명에 기울기 때문에 전국시대 작품이라고 논증한다. 거꾸로 <논어>의 내용은 공동체적 생명에 주목한다.
그리고 무속, 유가, 도가에 공통된 서로 차이지는 지점인 마음에 대한 내용을 살살 풀어서, 여러 책 넓은 범위 속에서 찾아내 음미하고 비교하고 그 내용의 깊은 의미를 드러낸다.
<논어><맹자><순자>부터 주자성리학까지, 유가의 내용들은 한편으로 의례들만 모아놓은 룰북 같은 느낌을 주지만, 매우 설득력강한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펼쳐진 내용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장자><노자><관자><회남자> 속에 담긴 내용들도 너무 허황되거나 신비주의적으로 접할 필요없이 적절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