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아이들, 그리고 산이 울렸다, 지복의 성자까지..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그쪽으로 자꾸 치우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한밤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고수가 얇게 회 뜨듯이 끔찍한 현실을 가볍게 농담으로 바꿔버리는 능력.

틸로가 무사를 만나러 여행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 카슈미르의 이미지를 검색했다. 내 바램과 달리 아름다운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 찾기가 어려웠다. 목숨을 걸고 그곳을 여행하는 이도 한가하게 풍경 사진 찍는 현지인도 없겠지 싶다.

이승과 저승의 문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그들이 승리하기를, 아름다운 사진으로 꽉찬 갤러리를 갖게 되기를..



만신창이가 된 묘지의 선사들이 만신창이가 된 피수호자들을 보살피며, 두 세계 사이의 문을 (불법적으로, 아주 조금만) 열어두어 이승의 영혼들과 이승을 떠난 영혼들이 같은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처럼 어울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삶은 덜 확정적인 것이 되고 죽음 또한 덜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왠지 모든 게 조금은 견디기가 쉬워졌다.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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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그리고 산이 울렸다, 지복의 성자까지..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그쪽으로 자꾸 치우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한밤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고수가 얇게 회 뜨듯이 끔찍한 현실을 가볍게 농담으로 바꿔버리는 능력.


해가 졌는데도 빛은 남아 있는 마법의 시간, 날여우박쥐 무리가 오래된 묘지의 반얀나무에서 떨어져나와 연기처럼 도시를 가로질러 날아간다. 박쥐들이 떠나면 까마귀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까마귀들의 소음을 다 합쳐도 사라져버린 참새들과 만만 년 넘게 사자들을 지켜왔으나 말살되어버린 옛 흰등독수리들이 남긴 정적을 채우지못한다. 독수리들은 디클로페낙 중독으로 죽었다. 소의 통증 완화와 우유 생산량 증가를 위한 근육이완제로 사용되는 소 아스피린 디클로페낙은 흰등독수리들에게 신경가스처럼 작용한다 작용했다. 화학적으로근육이 이완된 젖소나 물소가 죽으면 유독한 독수리 미끼가 된다. 소들이 더 성능 좋은 낙농 기계가 되고, 도시가 아이스크림과 버터스카치 크런치와 땅콩 크림 초코바와 초콜릿칩을 더 많이 먹고 망고 밀크셰이크를더 많이 마시는 동안, 독수리들은 피곤해서 깨어 있을 수가 없다는 듯모가지를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부리에서 침이 은구슬처럼 뚝뚝 떨어졌고, 독수리들은 한 마리씩 죽어서 나뭇가지 아래로 떨어졌다.
그 정다운 옛 새들의 소멸을 알아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고대해야할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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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여인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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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든다. 당연히 아니겠지만..
마음 속 깊은 곳, 깊은 우물 속 까지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하염없이 빠져든다.

우리는 강하고 결단력 있는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해 주기를 바란다. 왜 그럴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관련해 무엇이 도덕적이며 옳고 무엇이 죄악이며 그르다는 결정을내리기 어렵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확인해야 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항상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아니면 머릿속이 혼란스럽거나 우리 세계가허물어졌을 때, 우리 영혼이 번민에 찼을 때만 아버지를 원하는 것일까?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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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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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읽을지도 모른다는 댓글에 재미있어지기 직전에 내려놓았다가 일요일에 오전에 읽었다. 과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게 된다.

소설 도입부의 이야기가 비선호하는 비극임을 대놓고 암시하지만 안 읽을 수 없는 소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는데 소설보다 더하다. 만개의 불행이 사진마다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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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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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분을 읽을 땐 충동적인 결혼의 뻔한 결말을 보는 것 같아 힘들었다.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지만 똑같은 선택을 하는 메리가 답답하다 못해 울화통 터지게 하는 것 같아 그만 볼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메리의 죽음이 서술되는 과정에서 식민지의 생활, 복잡한 주종관계, 여자로서 삶, 흑인과 백인과의 관계 등 이 복잡하게 얽히며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리처드가 구혼을 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 침착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의 메리에게였다. 리처드는 메리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이자 한편으로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른한편으로는 열등감을 느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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