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신간이라니 기대치가 일단 높았다. 주저없이 구매를 눌렀고 책 내용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음..미래에 대한 이야기인지 상상도 못했다. 나에게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지는 않는다. 언제가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이 소설이 빛이 발할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읽었을 땐 아무래도 줄거리에 집중하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늘 그렇듯 암울한 결말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서 뭔가 있을거라는 나의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책장을 덮은 후엔 북플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읽기로 했다.

두번째 읽으니 줄거리는 사라지고 작가의 사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생불멸의 신이 되려고 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동양 사상책을 읽는 듯한 문장들에서 고민의 깊이가 느껴졌다. 기술의 발달은 좋은 일이지만 윤리적인 고민도 더욱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세번째 읽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 어느때보다 끝내기 힘들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몇 시간 들여 한 두 번 읽고 좋다, 별로다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에는 무엇을 보게 될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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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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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1권이 끝났다.
바이올린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시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퇴근 후 흐린 정신으로 읽다가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주석까지 조작하는 주인공 아드리아에게 완전 당했다. 꼼꼼하게 읽었는데 정복하지 못한 이런 느낌 너무 좋다. 다시 읽고 싶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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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파이 2022-05-0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솔솔바람님 리뷰 정말 멋져요 ˝정복하지 못한 느낌, 다시 읽고 싶어˝진다니 👍

솔솔바람 2022-05-09 19:20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용감했나요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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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것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시인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밤새 쓰고 싶은 말들을 가득 담아 난롯불에 태우면서도 되려 살 것만 같다는 표현이 너무 슬프다. 하얀 조약돌처럼 변하지 않는 그에게 북한에서의 생활은 적응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떤 일을 겪어도 말이 없는 양과 똑같은 처지의이 자신이 안타깝고 부끄러웠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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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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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뭘까? 종잇장처럼 얇은 역사 지식 속의 인물들이 살아나 생동감을 더하기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비극으로 끝날 것만 같은데도 퇴근하자마자 책을 집어들게 하는 매력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2권이다!

오래 전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인과 그리스도교의 만남은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이야기로 긴장과 몰입도가 최고치에 이른다. 사랑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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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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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밑줄을 긋고 싶을 때가 있다. 기대감과 함께 마음을 후비는 문장들을 그냥 지나칠까봐 정성껏 읽게 된다.

이 책도 그렇다. ‘흰‘ 것들에 대한 이야기. 순수함으로 표현되는 ‘흰‘ 것들 중 어떤 것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찰나를 사랑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참 슬프다..

오늘처럼 화창한 봄날에는 읽지 마세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목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단어들을 들여다보는 일에?
활로 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괜찮은 걸까.
- P10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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