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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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  샘터

 

기다림의 행복입니다. 좋으면 빨리 만나고 싶고 오래보고 싶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행복도 큽니다. 매달 한번씩 만나게 되는 샘터. 솔직히 월간지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꾸준히 보는 것이 샘터입니다. 항상 얼어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글들을 많이 만날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책들과 달리 1월호, 2월호라는 이름보다는 예쁜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2월호는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이란 뜻을 가진 '시샘달' 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애칭을 가지고 있는 책들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갑니다.

 

 

샘터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보입니다. 오른 쪽 페이지 위쪽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바코드가 있습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듯이 그만큼의 이해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장애우들을 만나는 일들이 많아 조금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이 책에 빠져들게 되네요. 가끔은 이런 작은 배려들이 받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될수 있으니까요.

 

 

마침 '이 달에 만난 사람'에서는 강영호 사진작가를 만날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 청소년들과의 3박4일 여행을 하고 난 후 그의 솔직한 마음을 들을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가끔 그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은 알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들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가져서 그들에게 알려주고 나누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있다보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알고 더 노력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분들 덕에 발전하고 있는 것은 나 일것입니다.

 

"베풀거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자기가 우월하다는 전제에서 나온 입장이에요. 난 그냥 애들하고 노는 게 재밌었다고,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어린애 다루듯 '**이, ~그랬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정말 싫어요." - 책에서 발췌(16쪽) 

 

 

겨울이라 어디 움직이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이번 호에는 '겨울 눈꽃열차' 이야기를 만날수 있습니다. 몇년전 기차를 타고 다녀온 기억이 있어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더라구요. 책에서는 여행갈때 준비물부터 기차여행 고수가 찍은 구간 포인트 등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120쪽이라는 그리 많이 않은 분량임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 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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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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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드라마 <우리는 사랑할수 있을까>. 2005년 부활에 나왔던 엄포스 엄태웅이 나온다는 이유로 유심히 보게 되었다. 2회 정도 밖에 보지 못한 드라마이지만 40대의 문턱에 선 여성들의 사랑이야기라 눈길이 갔다. 이 책은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와 인물의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이다.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 '혼자만의 사랑'으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선 뒤 김건모, 신승훈, 임창정, 김종서, 브라운 아이즈 등 내노라하는 가수들과 작업을 한 작사가이다. 지금의 직설적인 표현의 가사들과 달리 예전의 노래들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책의 내용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많다.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는 40살의 이혼녀 정완과 그의 아들 10살 태극의 일기형식의 글을 서로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1월 1일 일요일에서 7월 28일 금요일까지 7개월 넘는 두 사람의 일기를 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잘 살펴보면 정완의 글에는 예쁜 구두가 보이고 태극의 글에는 축구공이 있다.

 

 

엄마와 단둘이서 사는 미니 가족이 나는 마음에 든다. 행복하다. - 본문 35쪽

 

아빠와 헤어진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태극.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아에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면 한다. 엄마와 헤어진 후 바로 결혼을 하는 아빠와 달리 일과 자신에게만 매달리는 엄마가 안쓰러운 태극. 이제 겨우 10살인 태극도 결혼까지 생각하는 예원이가 있다. 아직은 어린 아들이지만 남자로서 엄마에게 연애코치까지 하는 애어른 태극이다. 문득 이런 아들 있으면 외롭지도 않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면 행동하라. 이것은 스물의 구호일 뿐이다. 그렇다고 마흔의 사랑이 행동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행동해야 좋을지 어떤지를 저울로 재는 것, 그리하여 모든 계산이 다 끝난 후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 마흔이 사랑하는 방식일 뿐이다. - 본문 73쪽~74쪽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모습이 있다. 마흔이라는 이들의 사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에 목숨을 걸려고 하는 친구도 있다. 정완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인 남편, 도영, 오감독과 정완의 친구인 선미, 현주, 지현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수 없다. 사랑의 모습에 정답이 있을까. 가끔은 무모해 보이고 어리석은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심지어 어린 태극마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하고 있다. 사랑하는데 있어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느 나이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꿈꾼다.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간혹 불쑥불쑥 찾아올때가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는 것조차 죄의식을 느끼는 삶이기에 가끔은 남몰래 마음속의 일탈을 꿈꿔보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다른 색으로 변하는 사랑이지만 아직도 마음 속의 환상이 남아있어서인지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귀기울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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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란 무엇인가 - 포수는 야구를 어떻게 결정짓는가?
정철우.김정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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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때에 남동생은 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했다. 부모님의 관심이 있기보다는 아빠 지인의 소개로 우리 중 남자라는 이유로 남동생만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동생이 받은 유니폼이나 야구용품보다는 한가득 받은 과자가 부러웠다. 그 일을 계기로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의 관심이 있었다면 깊이 빠져들었겠지만 방송을 통해서만 보는 것이 전부였기에 혼자서 공부하듯이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문이나 책을 통해서 알아가는 선수들이나 야구 규칙은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

 

늘 아쉬웠던 것은 삼성팬이였던 친구는 가족들과 경기장을 찾았지만 우리는 연고지와 상관없이 지인이 해태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해태의 팬이 되었다. 부모님이 큰 관심이 없었기에 학창시절에 가족들과 직접 경기장을 찾는 일은 없었다. 그 당시 그런 섭섭함과 아쉬움 때문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직접 경기를 보러 다니고 지금도 종종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다.

 

 

투수는 예민한 존재다. 마운드에선 자신이 최고라는 믿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그 투수는 무너지게 된다. 그런 투수가 자신감을 잃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포수의 역할이다. 그저 공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어린 내가 보는 야구 경기에서 포수는 그냥 공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아홉 명이 한 팀이지만 그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는 비중이 덜한 사람이 있다는 참으로 짧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 포수는 눈에 띄는 선수이기보다는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제일 힘든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내 눈에는 편한 자세가 아니라 쪼그려앉은 자세로 공을 받으며 일어났다,앉았다를 수없이 반복하니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힘든 포지션이라 생각했다.

 

 

'감독의 분신', '그라운드의 사령탑'이라 불리는 포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수비를 하는 포지션 중 유일하게 모두는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수비에 관한 플레이는 포수와 관련되어 있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 이전에 이미 게임을 시작하는 포지션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포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말해주듯 이 책에서는 포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포수의 기술적인 측면도 다루고 있다. 포수의 자세, 송구 기술, 번트 수비 등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는 포수에 대한 겉핥기식의 포괄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을 접할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야구 선수도 아니고 야구광팬도 아닌 평범한 여성의 입장에서 이 책을 만났지만 포수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이 어렵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인지 평소 묵묵히 경기에 임하는 포수들에 대해 알아갈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포수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에 뚜렷한 형체는 없다. 단지 숫자로 좋고 나쁨을 표현하기에는 모자람이 너무 많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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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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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며칠 전 여러 카드사에서 우리들의 정보가 유출되었다.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다시한번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노출되어 있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다. 어디를 가든 CCTV가 우리를 바라보고 카드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바로 문자가 온다. 가끔 영화속에서도 등장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나의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다. 당사자만이 모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도 그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장 180cm 정도,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는 밥. 책을 볼때가 아니면 시선은 늘 정면을 향해있고 곧게 흐르는 턱 선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수인은 자신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인 <폰지밥>을 떠올리며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관찰자인 재황의 애칭을 '밥'이라 불렀다. 강박증과 관음증 병력이 있는 수인이 직장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였다. 우연히 알게 된 목장연구소.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만에 겨우 잡은 직장이라 수인은 어떻게해서든 그 곳에서 버티려한다. 정부산하기관이라는 그곳에서 수인이 맡은 일은 재황을 관찰하는 것이다. 7년전 까지는 파일로 보고하였는데 이곳도 해킹을 당해 이제는 일일이 수기로 작성한다. 수인이 쫓는 대상은 스파이도, 배우도, 간첩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 재황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간을 훔쳐보는 일이 사막을 건너는 일보다 더 무료하고 고독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본문 17쪽

 

 

밥은 20여 년이 넘게 관찰당하고 있다. 밥이 움직일때마다 입체화된 지도 위에 빨간 불이 깜빡거린다. 수인은 불빛의 이동경로를 보며 관찰 기록을 정리할 뿐이다. 관찰자에게 노출되어서도 안되고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된다. 일정거리를 두고 늘 지켜보고 있어야한다. 수인에게 '밥'이라 불리는 재황은 보육원 출신으로 지금은 국문학과에 다니며 자신의 생활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재황을 이들은 왜 24시간내내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란 원래 나약한 존재다. 뼈대 위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살을 입혀놨을 뿐, 무슨 수로 고통을 견딜수 있단 말인가. 숨겨줄 사람 하나 없는 그에게 세상과 맞서서 싸우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얘기 아닌가. - 본문 131쪽

 

 

왜 그를 관찰해야만 하는지 알수 없는 수인.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그 관찰일지를 보내고 있다. 재황은 일거수일투족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러한 사실도 우리들에게는 충격인데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은 더 경악하게 만든다. 우리들의 상상속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무섭기도하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점들이 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한다.뛰어난 인간들을 만들기 위해 오랜시간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인간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끔찍한 계획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무엇인지 진실인지 모르는 수인과 재황. 앞으로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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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유인경
김하인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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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이 세계와 복잡다단한 인간 삶, 그리고 인간 내면의 다양한 고통과 깊이를 가늠해내기에는 근본적으로 순문학과 대중작품을 써내는 작가의 능력 간에 분명한 차이가 나고 한계가 있다 - 본문 26쪽

 

책에서 오고가는 대화 중 하나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이것과 반대로 작가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난 순문학과 대중문학 중 내 능력에 맞는(?) 것은 대중문학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대중문학에 빠져있었다. 친구들은 전공과목과 관련된 인문서를 읽고 순문학을 접하고 있을때 난 소위 말하는 대중소설에 빠져있었다. 2000년 쯤에 만나게 된 국화꽃향기. 책을 보고 3년 뒤에 만난 영화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만날수 없게 된 장진영 배우와 영원히 나의 마음속에 있을 박해일 배우가 나온 영화는 책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마흔여섯 살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기하. 50대 중반의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여류 소설가 박혜선으로부터 문화강좌센터에서 소설작법 강의를 부탁받는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거절하지 못하고 맡게 된 강의가 김기하의 삶을 바꿔 버린다. 대중적인 소설을 쓴 그가 강의를 맡자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김기하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는 광팬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수강생 중 김기하의 눈에 띈 사람은 유인경이다. 예술종합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26살의 그녀는 피부가 눈처럼 희었고 몸매도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수강생 중 한명이였던 유인경은 김기하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사람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중년의 남자는 젊은 여인을 탐하고 그 여인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신분상승을 바라고 있다.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 김기하가 유인경에게 빠져든것을 한 순간의 실수라고 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댓가는 정말 무서울정도로 치명적이다. 김기하는 유인경에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수록 더 깊숙히 빠져버린다. 김기하에게 유인경은 가장 원색적인 오로라이고 강력한 블랙홀인 것이다. 그를 지탱해온 멜로작가로서의 관점과 작법을 철저히 버리고 그녀가 원하는대로 글을 쓸 뿐이다.

 

"맞아요. 전 세상을 사는 동안 양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요. 마음도 양심도 없는 악녀가 좋아요. 전 육체와 욕망뿐이고 싶어요. 그리고 전 착하신 작가님보다 악마 같은 소설가가 훨씬 좋아요. 정말이에요." - 본문 252쪽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유인경을 악녀라고만 말할수도 없고 한순간 다른 여인을 탐한 김기하라는 인물을 비난할 수만도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싶다. 누구에게든 마음 속에 자리잡은 욕망은 있을 것이다. 단지 그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있을수도 있고 알고 있지만 스스로 묻어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 욕망은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덫과 같다. 그 덫에 걸리지 않기위해 늘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마주하는 이 이야기는 충격적일수 밖에 없다. 과감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유인경.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숨기려하는 김기하. 마지막으로 박혜선 작가의 반격은 우리를 다시한번 놀라게 한다.

 

예전의 순수한 감정을 가진 국화꽃향기를 읽고 그때의 감정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일수도 있을것이다. 국화꽃향기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순수하게 그렸다면 이 책에서는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은 사랑을 만난다. 아니 이들의 감정은 사랑이라 말할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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