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드라마 <우리는 사랑할수 있을까>. 2005년 부활에 나왔던 엄포스 엄태웅이 나온다는 이유로 유심히 보게 되었다. 2회 정도 밖에 보지 못한 드라마이지만 40대의 문턱에 선 여성들의 사랑이야기라 눈길이 갔다. 이 책은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와 인물의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이다.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 '혼자만의 사랑'으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선 뒤 김건모, 신승훈, 임창정, 김종서, 브라운 아이즈 등 내노라하는 가수들과 작업을 한 작사가이다. 지금의 직설적인 표현의 가사들과 달리 예전의 노래들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책의 내용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많다.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는 40살의 이혼녀 정완과 그의 아들 10살 태극의 일기형식의 글을 서로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1월 1일 일요일에서 7월 28일 금요일까지 7개월 넘는 두 사람의 일기를 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잘 살펴보면 정완의 글에는 예쁜 구두가 보이고 태극의 글에는 축구공이 있다.

엄마와 단둘이서 사는 미니 가족이 나는 마음에 든다. 행복하다. - 본문 35쪽
아빠와 헤어진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태극.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아에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면 한다. 엄마와 헤어진 후 바로 결혼을 하는 아빠와 달리 일과 자신에게만 매달리는 엄마가 안쓰러운 태극. 이제 겨우 10살인 태극도 결혼까지 생각하는 예원이가 있다. 아직은 어린 아들이지만 남자로서 엄마에게 연애코치까지 하는 애어른 태극이다. 문득 이런 아들 있으면 외롭지도 않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면 행동하라. 이것은 스물의 구호일 뿐이다. 그렇다고 마흔의 사랑이 행동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행동해야 좋을지 어떤지를 저울로 재는 것, 그리하여 모든 계산이 다 끝난 후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 마흔이 사랑하는 방식일 뿐이다. - 본문 73쪽~74쪽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모습이 있다. 마흔이라는 이들의 사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에 목숨을 걸려고 하는 친구도 있다. 정완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인 남편, 도영, 오감독과 정완의 친구인 선미, 현주, 지현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수 없다. 사랑의 모습에 정답이 있을까. 가끔은 무모해 보이고 어리석은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심지어 어린 태극마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하고 있다. 사랑하는데 있어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느 나이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꿈꾼다.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간혹 불쑥불쑥 찾아올때가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는 것조차 죄의식을 느끼는 삶이기에 가끔은 남몰래 마음속의 일탈을 꿈꿔보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다른 색으로 변하는 사랑이지만 아직도 마음 속의 환상이 남아있어서인지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귀기울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