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바로 며칠 전 여러 카드사에서 우리들의 정보가 유출되었다.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다시한번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노출되어 있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다. 어디를 가든 CCTV가 우리를 바라보고 카드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바로 문자가 온다. 가끔 영화속에서도 등장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나의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다. 당사자만이 모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도 그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장 180cm 정도,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는 밥. 책을 볼때가 아니면 시선은 늘 정면을 향해있고 곧게 흐르는 턱 선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수인은 자신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인 <폰지밥>을 떠올리며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관찰자인 재황의 애칭을 '밥'이라 불렀다. 강박증과 관음증 병력이 있는 수인이 직장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였다. 우연히 알게 된 목장연구소.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만에 겨우 잡은 직장이라 수인은 어떻게해서든 그 곳에서 버티려한다. 정부산하기관이라는 그곳에서 수인이 맡은 일은 재황을 관찰하는 것이다. 7년전 까지는 파일로 보고하였는데 이곳도 해킹을 당해 이제는 일일이 수기로 작성한다. 수인이 쫓는 대상은 스파이도, 배우도, 간첩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 재황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간을 훔쳐보는 일이 사막을 건너는 일보다 더 무료하고 고독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본문 17쪽

 

 

밥은 20여 년이 넘게 관찰당하고 있다. 밥이 움직일때마다 입체화된 지도 위에 빨간 불이 깜빡거린다. 수인은 불빛의 이동경로를 보며 관찰 기록을 정리할 뿐이다. 관찰자에게 노출되어서도 안되고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된다. 일정거리를 두고 늘 지켜보고 있어야한다. 수인에게 '밥'이라 불리는 재황은 보육원 출신으로 지금은 국문학과에 다니며 자신의 생활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재황을 이들은 왜 24시간내내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란 원래 나약한 존재다. 뼈대 위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살을 입혀놨을 뿐, 무슨 수로 고통을 견딜수 있단 말인가. 숨겨줄 사람 하나 없는 그에게 세상과 맞서서 싸우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얘기 아닌가. - 본문 131쪽

 

 

왜 그를 관찰해야만 하는지 알수 없는 수인.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그 관찰일지를 보내고 있다. 재황은 일거수일투족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러한 사실도 우리들에게는 충격인데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은 더 경악하게 만든다. 우리들의 상상속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무섭기도하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점들이 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한다.뛰어난 인간들을 만들기 위해 오랜시간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인간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끔찍한 계획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무엇인지 진실인지 모르는 수인과 재황. 앞으로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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