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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ㅣ 난 책읽기가 좋아
홍종의 지음, 염혜원 그림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을 사람들은 서둘러 산소를 옮깁니다. 마을 사람들은 꽃가루를 나르는 꿀벌처럼 붕붕거립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물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합니다. 대나무처럼 꼿꼿하던 사람들의 허리가 모두 구부정해집니다. 더러는 술이 취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이사를 갑니다. 마을을 찾던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어집니다. 마을은 마치 물 속에 가라 앉은 듯 조용해집니다. - 본문 중
얼마 전 아이와 차를 타고 가다가 재개발을 하고 있는 곳을 지나갔다.
오랫동안 살아 온 동네이기에 동네곳곳을 알고 있는 아인 저긴엔 문방구가 있었고 저기엔 00슈퍼가 있었고..쉴새 없이 얘기했다.
아이는 짧은 시간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동안 재잘재잘...
그러다 벽에 빨간 글씨로 써 져 있는 것이 무슨뜻이냐고 물었다.
이주민 대책...보장하라...집 뺏기고...아이는 자기가 본 글 중 몇가지 단어만 기억해냈다.
그러면서 " 저기 살던 사람들은 집을 다 뺏긴거야?"라고 물었다.
사실...난 어떤 설명도 해줄 수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왕대골은 수몰지구이다.
허리 아픈 사람도 낫게 해 준다는 왕대골은 마을 어귀, 마을 안쪽도 온통 대나무숲이다.
하지만 댐 건설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떠나고 덩그러니 항아리와 항아리에 살고 있는 잉어만 남는다. 비록 항아리에 새겨진 잉어이지만 금방 우리 곁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수몰 되기 직전 할머니 덕에 그 곳에서 나오지만 잉어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왕대나무의 꽃도 눈송이처럼 펄펄 내렸지만 그건 마지막 눈물이 아니었을까?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면서 개발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