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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라는 문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나 또한 이 문장이 책을 만나게 한 가장 큰 이유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내를 죽였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나 부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가족이지만 서로에게 못 했던 말들을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가정의 달에 만난 이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감정들이 있다. 늘 사랑만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용서받지 못한 밤>은 사건 실마리를 풀어가며 우리가 몰랐던 사건의 진실을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끝까지 보게 된다. 긴박한 느낌의 사건은 아니지만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들을 만난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사견의 개요나 결말을 말할 수 없지만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라는 사건은 우리를 끌어들인 요소이고 그보다 큰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보면서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서로에게 위로를 해주는 관계이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이 있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을 품어주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쩌면 그 일과 마주하면 지금의 생각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유키히토가 자신의 딸을 위해 아내가 죽은 일을 끝까지 비밀로 했듯이 유키히토의 아버지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모든 고통을 자신이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키히토 부자는 딸을 위해 오랜 시간 혼자서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일을 비밀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감을 가늠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실을 숨겨야만 했던 그들을 쉽게 비난하지 못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든가, 심한 고통이 수반된다든가, 진실을 남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든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벌을 줄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서 가끔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유키히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유키히토 가족에게 불행의 씨앗이 자라게 된 것이다. 누군가로 인해 한 가족이 불행을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불행을 안긴 사람들에게 누가 벌을 줄 수 있을까.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만 그 말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다가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선택한 일을 응원할 수는 없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숨기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가 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보다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