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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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범잡>에서 소개되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인데 막상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떤 사건과 연관 지어 이 책을 소개하였는지 궁금해 프로그램을 먼저 보려 했지만 게으름으로 보지 못하고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우리는 많은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층간소음' 아닐까. 그 심각성은 뉴스를 통해 마주하는 사건들과도 연관이 있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층간소음'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층간소음은 어쩔 수 없이 아래층이 약자라 위층에서 늘 조심해야 해요. - p.54 

 '가해자'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해를 끼친 사람'이다. <가해자들>이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한 사람이 아닌 많은 가해자가 있다. 우리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1011호, 1111호와 1211호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흔들리게 된 것은 '층간소음'이다. 이 책을 보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웃으며 괜찮다고 이해하며 지나갈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이웃'이라는 관계가 무색하다. 1111호에 '형님'이라 부르는 관계의 가족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였으나 아래층의 여인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비실을 통해 매번 항의를 전해 받으니 1211호의 여인도 불만이 쌓여간다. 아래층에 살고 있으면 고스란히 소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아래층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혼란스럽다. 

 

1011호, 1111호와 1211호에 사는 인물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음인지 혼란스럽다. 작품에 나오는 황병기의 <미궁>을 검색하여 들어보니 '기괴한 소리'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공포까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층간소음'의 피해를 본 사람이라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반면 나의 작은 발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집이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라 누군가에는 고통스럽고 공포를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피해자'라 말하는 '가해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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