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하지 않을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
클로딘 르 구이크프리토 지음, 최정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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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할까? 고맙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어쩔수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 아이가 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테오는 두 다리가 불편하고 한쪽 팔마저 자유롭게 움직일수 없다. 자신의 휠체어를 '알베르'라 부르며 잠자는 시간 외에는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테오.

 

 

가족들과 떨어져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센터에서 생활하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테오.간호조무사 에블린 누나는 잠에서 깬 테오를 휠체어에 앉혀주고 침대 정리를 하며 옷을 입혀준다. 생활 담당 파트리크 선생님은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고 물리 치료사 크리스틴 아주머니의 물리치료와 운동을 도와준다. 이처럼 아침에 눈을 떠 자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동생 빅토르는 엄마가 '잘 잤니' 라고 물을때와 그릇에 우유를 따라 주었을때 두번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테오는 학교 가기 전에 벌써 고맙다라는 말을 아홉 번이나 했다. 열두 살인 테오가 십년을 휠체어를 타면서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고맙다는 말을 않으려는 테오.

 

이건 불공평하다! 나는 '고마워요'라는 말과 '부탁인데요'라는 말이 지긋지긋하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뭔가 부탁하고 예의 바르게 굴어야 하는 게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오늘부터 끝이다. 이제 '고마워요'와 '부탁인데요'라는 말을 빅토르보다 더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본문 10쪽 

 

 

우리들도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뭔가 도와주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는 배려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불편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다. 다리가 불편해 걷기가 힘든 친구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아저씨들이 미처 기다려주지 않고 버스가 떠나기 일쑤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이 그 친구에게는 너무도 짧았다. 친구와 초록불이 켜져 있는 동안 그 길을 건너는 것이 힘든 일이다. 뛰다시피 하지만 그 친구가 건너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끝까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20년 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온 시간들. 그 친구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길을 가는 친구가 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대부분 자신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리가 불편한 이유를 넌지시 물어본다고 한다. 하지만 난 다른 시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자신을 대해주고 다리가 왜 아픈지에 대해서도 묻지않아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나의 자랑이 될려나^^ 어찌되었든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똑같은 친구이다. 눈이 나쁜 친구가 안경을 썼듯이 그또한 다리가 조금 불편할뿐인 내 친구이다.

 

테오가 바라는 것도 도움이 아닐 것이다. 힘들지만 스스로 뭔가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힘들고 느리지만 스스로 옷을 입고 자신이 할 일을 찾아 하나씩 해나가는 테오. 우리들도 테오를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친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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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 박찬호, 첫 번째 메이저리거에서 한 남자로 돌아오기까지
박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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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무릎팍도사에 박찬호 선수가 나왔다. 이제는 선수라는 이름으로 만날수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을 주었던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방송을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우연히 한장면을 보았는데 마운드의 신사가 왜 마운드에서 이단옆차기를 했냐는 질문을 하자 난 신사답게 이단 옆차기를 했을 뿐이라고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책에서도 그 이야기에 대한 언급을 한다. 그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로인해 많은 아픔을 겪여야했던 자세한 이야기를 책에서 만날수 있다.

 

 

우연히 방송에서 그를 보고 책에서 다시 만났지만 그를 처음 만난 것은 LA다저스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소식이였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그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였다. 아마도 그 시기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기에 우리나라 선수가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였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곁눈질로 TV를 보고 있는데 내일 LA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추신수선수와 류현진 선수가 첫 대결을 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많은 야구선수들이 꿈에 그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한 경기에서 만나는 경기를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켜오던터라 다른 종목에 비해 관심이 가는 운동경기이다. 두 선수중 누구를응원할지 고민이 되지만 이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는 발판을 만드는데 분명 박찬호 선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시련이란 삶을 살기 위해 잠깐 움츠려드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넘고 나면 자신이 달라질 것이라고. 난 더 강해질 것이라고. 그런 마음으로 나는 야구를 계속해왔다. - 본문 92쪽~93쪽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가  바닥까지 내려간 선수. 박찬호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운동 선수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에게 희망을 준 그이지만 경기를 보면서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결과만 보고 말했던 어리석음을 보였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에 두렵고 외롭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중략) 이기는 것은 견디는 것이기도 하다. 더 달리고 더 던지는 것만 최선을 다하는게 아니다. 하루를 지나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는 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나면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희망이 생긴다. - 본문 201쪽~202쪽

 

사실 그 전에 박찬호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을때가 있었다. 다소 건방진듯한 느낌을 받고 미국에 간지 얼마되지 않은 그가 인터뷰에서 말할때의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편견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인 것이다. 이전에는 겉모습의 박찬호를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 내면의 박찬호를 만난다. 야구 선수로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것도 없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한 노력을 본다면 우리는 더 이상의 말을 할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우리는 안다. 그 부족한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눈물을 흘렸을지.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지금 나에게 닥친 상황들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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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열어 주는 진로 독서 - 십대, 책에게 진로를 묻다 꿈결 진로 직업 시리즈 꿈의 나침반 2
임성미 지음 / 꿈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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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야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생각하는 진로나 꿈은 어쩌면 당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이라는 관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는 접어두고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과가 먼저가 아니라 대학을 먼저 정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잠시 휴식의 의미로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어떤 경우는 읽기 싫지만 어쩔수 없이 읽는 경우도 있으리라. 지나고나니 책을 가장 가까이 해야하는 시기가 청소년기가 아닐까한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 시기에 읽은 책은 아직도 머리와 가슴속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요즘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간적 여유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다. 우리때와 달리 많은 영상물들이 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속도도 느리도 당장 답을 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며 책 속에서 답을 찾아야하는 그런 과정을 아이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무리 주위에서 빠르게 정보를 준다고 하더라도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것이 될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책 읽기를 멈출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 시간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조금더 효율적으로 책을 읽을수 있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꿈을 열어주는 진로독서'2011년 <한겨레 신문>에 연재했던 진로 독서 관련 글을 엮은 책이다. 아이들이 단순하게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로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들이다.

 

1장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 책 속에서 나 찾기

2장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까? - 책에서 나의 강점 발견하기

3장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초 능력 

4장 내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인성을 가꾸는 책 읽기

 

가끔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지인지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때가 있다. 4장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갈수 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영화와 책으로 만났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이 책을 만나기 전 지인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는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더 궁금하여 만나고 싶었던 책이다. 나보다 아이가 먼저 읽고 한 이야기는 '지로'의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며 그냥 지금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한가지만으로 들여다본다면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닥 도움을 주지 않을수 있다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처럼 책 속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해 나아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그려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이 꿈을 찾아간다고 하니 더 반가운 마음이다.

 

< 본 서평은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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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소설
혜경 지음, 최종훈 원작 / 걸리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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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을 잘 보지 않기에 영화를통해서 웹툰을 알았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이 원류한이라는 인물이 웹툰의 인물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다는 말을 듣고 살짝 본적이 있다. 웹툰보다는 책이 익숙해서인지 실제로 즐겨보는 웹툰은 없지만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또한 영화를 보고 웹툰과 책으로 만났다. 주된 내용들은 똑같지만 각각이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영화를 보았기에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크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은 느낌으로 만났기에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남파 특수공수부대 오성조 제 3조장 원류환. 스물네 살 원류환은 9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후의 5인으로 초엘리트 부대 소속이였지만 서울 시내 한 달동네의 바보 동구로 살아가고 있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그가 달동네 바보 백수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슈퍼할매'로 불리는 전순임 할머니의 집에서 기거하며 심부름을 하고 있다. 바보로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이 언젠가 큰 일을 해낼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북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접어둔다.

 

공화국 최고위층 아들로 류환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리해랑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기타리스트, 원류환처럼 되고 싶고 그의 곁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은 나이어린 리해진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류환의 동네로 온다. 이 세 명이 받은 임무는 무엇이며 그 임무를 마치면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연어'라 불리는 혁명전사.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큰 일을 하고 돌아오라는 의미로 불리는 '연어'. 하지만 산란을 한 후 죽는 연어처럼 이들의 운명도 어쩌면 정해진 것일까? 모두가 아는 운명을 어쩌면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뼈가 으스러져도 일어서 싸워야 하는 내게 비가 오면 우산을 나눠쓰고 걸을 수 없다면 다시 걸을 수 있을때까지 대신 다리가 돼주는… 절대 신뢰해서도, 정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배운 이곳의 삶 역시 현실….

만약 둘 다, 둘 다 꿈을 꾸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싸워서 생존해야 할 이유가 있던 공화국과 어느 덧 익숙해져 버린 남조선… 난 무엇이 현실이길 바라야 할까. - 본문 322쪽

 

최고의 혁명전사가 바보로 분하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유쾌하게 다가오지만 그 유쾌함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류환이 아닌 동구가 살고 있는 달동네. 사람 냄새가 풍기는 것이다. 퉁명스럽고 가끔 욕설을 섞인 말을 하지만 누구보다 정감있는 슈퍼할매, 진중함이 없어 보이지만 동구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슈퍼할매 아들 두석, 껄렁거리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누나를 사랑하는 유준, 말썽꾸러기 동네 마스코트 치웅, 성민 형제,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란, 아픈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있는 전직 형사 고 영감.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동구야, 네가 누구든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이든,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 동네에서 동구 넌 누구나 웃게 만드는 착하고 순박한 슈퍼집 동구란다. 적어도 넌 지금 여기서 필요한 존재야. - 본문 214쪽

 

개인적으로 고 영감이 동구에게 했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자신들이 들개처럼 길러져 괴물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인적이 없었던 그들이다. 그들이 이 곳에 와서 사람이 되고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들도 사람들을 만날때 지금의 모습을 보다는 지난 시간들을 들쳐내고 보이지 않는 모습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에게도 생각을 해보게 하는 말이다.

 

류환, 해랑, 해진이 아닌 동구, 민수, 평범한 고등학생 해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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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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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에는 까탈스럽지 않은데 책만큼은 조금 결벽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 깨끗하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기 전에는 깨끗이 손을 닦고 책이 구겨지지 않게 한장한장 조심스럽게 넘기고 본문에는 글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이 싫어 빌려달라는 이들이 있으면 거절을 못하니 차라리 새 책을 한권 사주는 참으로 고약한 버릇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다른건 몰라도 책만큼은 조금 조심스럽게 다루기에 몇번을 읽어도 새 책같은 그런 책들입니다.

 

이렇듯 새 책에 관한 심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남들이 읽던 헌 책을 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헌책 매니아였던 친구가 있어 종종 헌책방을 찾았습니다. 항상 새 책만 읽어야한다는 조금은 창피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친구를 따라 헌책방을 가는 것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몇번 따라가다보니 새 책에서는 느낄수 없는 정겨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책에 글 하나 남기는 것이 싫었던 제게 책속에 많은 낙서들이 있는 책은 저에게 책이 아니라 그냥 종이묶음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안에 있는 낙서들이 눈에 보이고 그건 낙서가 아니라 또다른 책읽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떨때는 책이 주는 감동보다 그 짧은 한마디가 한마디가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의 저자 윤성근님의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을 몇번 가본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헌책방이 그곳에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 <심야책방> 출간당시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찾았던 캐캐한 먼지속에 쌓여 있는 책들이 아니라 책꽂이에 정갈하게 꽂혀 있는 책들. 헌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다양한 책들을 만날수 있습니다. 이렇듯 저자와의 인연(?)이 있어서인지 이번책도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책 속에 남긴 문장이 편지이건 사랑고백이건 내가 보기에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내용이 모두 너무도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때론 아주 짧은 문장을 보고서도 그 글씨를 쓴 사람에게 이끌려 깊은 상상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경험을 한 적도 많다. 책 속에 글씨를 남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일은 셀 수도 없다. - 책 15쪽~16쪽

 

저자가 전하는 책속의 글귀들을 보며 책을 전하는 이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 글을 통해 한권의 책을 다시 만나게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억도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본문에는 낙서를 하지 않았지만 안에 있는 표지에는 나또한 메모들을 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편지를 쓰지는 않아도 되지만 책을 줄때는 날짜만이라도 적어서 달라는 부탁을 했으니^^

 

 

 

이 한권의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어쩔수 없이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책들은 더 눈에 띄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합니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아쉽게도 그 책이 남아있지 않고 작가의 다른 작품 <참된 시작>이 있습니다. 야학에서 봉사를 하며 다른 활동을 하느라 학교까지 휴학을 했던 친구가 추천해준 책입니다. 나밖에 모르고 그 친구와는 활동성향이 달라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터에 이 책을 추천받았을때 선뜻 읽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둘다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때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기에 이 책이 더더욱 기억이 남습니다.

 

 

 

 

역시나 우리들에게 오래 남아있는 시집은 <홀로서기>입니다. 그 당시 참으로 많은 인기를 끈 작품이라 이 시집을 서로에게 선물을 하고 편지를 쓸때도 서정윤 시인의 시를 옮겨 적곤 했습니다. 아마도 박노해의 추억이 씁슬한 것이라면 <홀로서기>의 추억은 아련하고 따스한 것입니다.   

 

책속에 남겨진 글 하나가 다른 이들에게는 이렇게 추억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로 책을 만나게 해줍니다. 예쁜 글씨가 아니더라도 남겨진 글들 하나하나가 우리들 마음속에 곱게 자리잡습니다. 문득, 내가 친구들에게 선물했던 책에는 어떤 글들이 남겨져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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