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 소설
혜경 지음, 최종훈 원작 / 걸리버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을 잘 보지 않기에 영화를통해서 웹툰을 알았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이 원류한이라는 인물이 웹툰의 인물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다는 말을 듣고 살짝 본적이 있다. 웹툰보다는 책이 익숙해서인지 실제로 즐겨보는 웹툰은 없지만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또한 영화를 보고 웹툰과 책으로 만났다. 주된 내용들은 똑같지만 각각이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영화를 보았기에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크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은 느낌으로 만났기에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남파 특수공수부대 오성조 제 3조장 원류환. 스물네 살 원류환은 9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후의 5인으로 초엘리트 부대 소속이였지만 서울 시내 한 달동네의 바보 동구로 살아가고 있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그가 달동네 바보 백수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슈퍼할매'로 불리는 전순임 할머니의 집에서 기거하며 심부름을 하고 있다. 바보로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이 언젠가 큰 일을 해낼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북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접어둔다.

 

공화국 최고위층 아들로 류환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리해랑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기타리스트, 원류환처럼 되고 싶고 그의 곁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은 나이어린 리해진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류환의 동네로 온다. 이 세 명이 받은 임무는 무엇이며 그 임무를 마치면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연어'라 불리는 혁명전사.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큰 일을 하고 돌아오라는 의미로 불리는 '연어'. 하지만 산란을 한 후 죽는 연어처럼 이들의 운명도 어쩌면 정해진 것일까? 모두가 아는 운명을 어쩌면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뼈가 으스러져도 일어서 싸워야 하는 내게 비가 오면 우산을 나눠쓰고 걸을 수 없다면 다시 걸을 수 있을때까지 대신 다리가 돼주는… 절대 신뢰해서도, 정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배운 이곳의 삶 역시 현실….

만약 둘 다, 둘 다 꿈을 꾸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싸워서 생존해야 할 이유가 있던 공화국과 어느 덧 익숙해져 버린 남조선… 난 무엇이 현실이길 바라야 할까. - 본문 322쪽

 

최고의 혁명전사가 바보로 분하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유쾌하게 다가오지만 그 유쾌함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류환이 아닌 동구가 살고 있는 달동네. 사람 냄새가 풍기는 것이다. 퉁명스럽고 가끔 욕설을 섞인 말을 하지만 누구보다 정감있는 슈퍼할매, 진중함이 없어 보이지만 동구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슈퍼할매 아들 두석, 껄렁거리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누나를 사랑하는 유준, 말썽꾸러기 동네 마스코트 치웅, 성민 형제,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란, 아픈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있는 전직 형사 고 영감.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동구야, 네가 누구든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이든,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 동네에서 동구 넌 누구나 웃게 만드는 착하고 순박한 슈퍼집 동구란다. 적어도 넌 지금 여기서 필요한 존재야. - 본문 214쪽

 

개인적으로 고 영감이 동구에게 했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자신들이 들개처럼 길러져 괴물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인적이 없었던 그들이다. 그들이 이 곳에 와서 사람이 되고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들도 사람들을 만날때 지금의 모습을 보다는 지난 시간들을 들쳐내고 보이지 않는 모습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에게도 생각을 해보게 하는 말이다.

 

류환, 해랑, 해진이 아닌 동구, 민수, 평범한 고등학생 해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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