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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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이후에 두 번째로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남자 작가라는 점도 놀랍지만 은밀할수 있는 이야기들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기 쓰는 여자 엘레나. 일기의 장점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들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누가 보게될까 초조하고 불안할때도 있다. 나의 지인 중 한명은 절대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일기라는 것이 그때의 자기 감정을 표현한 것이고 본의아니게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나 서운함을 적게 된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때 그 일기장이 발견되면 일기장 속에 거론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뒤로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는 적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일기는 은밀한 공간이다. 나만 아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다. 엘레나도 그 일기장에 자신의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감정에 대해 적고 있다.

 

나는 내가 너무 의심스럽다. 내 인생 자체가 하나의 기나긴 오해는 아닐까 두렵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여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1월 3일의 일기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엘레나. 파올로와의 결혼 생활은 사랑보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이라는 느낌으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감정으로 살아가는 남녀가 아니라 가족인 것이다.

 

참기 힘든 것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만 있다. 손짓에서 발짓까지 그가 하는 행동들이 하나같이 밉상이다. 말하는 방식부터 시작해 내가 매일같이 모른 척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의 이상한 버릇까지 모두 참아내기 힘든 것투성이다. 어떤 때는 일부러 그를 괴롭히려고 할 때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영문도 모르면서 그에게 벌을 주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낄 때도 있다. - 본문 72쪽~73쪽

 

신혼의 시간이 지난 부부라면 이런 감정들은 한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결혼 전에는 장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결혼 후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말하는 목소리까지 듣기 싫을때가 있을 정도이다. 물론 그 시기를 잘(?) 견뎌내면 그 이후로는 포기인지 이해인지 혼란스럽지만 어느정도 서로를 인정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때는 정말 삶을 살아가는 동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느낌이 들기전까지는 말다툼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침에는 틀림없다.

 

사랑받고 싶은 엘레나. 여자라면, 아내라면 당연히 이런 마음이 들것이다. 하지만 파올로는 건조한 사람이다. 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어쩌면 아내의 마음은 잘 헤아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이런 엘레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처음 그와의 만남에는 자신이 없었다. 파올로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서도 안되고 다른 감정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엘레나는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향해 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의 입장에서 헬레나를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는 부럽다.

 

우리가 영원할것이라 믿는 사랑. 파올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엘레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어둠과 밤의 그림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아침의 첫 햇살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똑같은 일이 내 인생에도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 본문 315쪽

 

 

책에서 엘레나는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과, 내 것이 아닌 삶을 유지하면서 위선자로 살아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죄를 짓는 것이지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엘레나의 심리나 그녀가 처한 미묘한 고통들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풀어가는 방식은 아직 우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나또한 본능대로 살아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엘레나의 물음처럼 어떤 것이 큰 죄이지는 모르지만 각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레나가 바라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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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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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비영 작가의 <은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덕혜옹주> 이후 5년만에 신간이 나왔다.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새 작품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이다. 나또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작품이다. '청조사 창립 4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가는 작품이다.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여자는 "그년이 사라졌다." 라고 말했다.

 

지숙의 집에 내 딸년 어디에 숨겼냐며 은주의 엄마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이 낳은 딸에게 심한 말을 하며 남의 집에서 찾는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은주라는 사람은 집을 나간 것일까.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것일까. 폭력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폭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하였기에 자신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것일까. 어떤 이들은 폭력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은주의 아빠 하동만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월남전에 다녀온 하동만의 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은 부상병이다. 그는 술에 취하면 세 아들을 돌려가며 때리고 말리는 아내마저 때렸다.

 

하동만이 술에 취하면 낯선 세상이 다가온다. 누군가 위협하고, 목을 조르고, 칼을 휘두르고, 절벽으로 밀어 넣는다. 얼굴도 없고 형체도 없는 시커먼 형상이 공포로 몰아놓는다. 그들에게 맞설뿐인데 눈을 뜨고나면 집은 아수라장이 되어있고 아내는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마저 은주에게 폭언을 일삼는다. 단순히 부모의 방식이 거칠고 폭력적이라 생각하는데 한계가 온다.

 

"지겨워. 정말 이제는 지겨워! 더 이상 맞고 살 수 없어요." - 본문 99쪽

 

한때는 이렇게 맞고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며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뭇매와 어머니의 욕설, 오빠의 구타까지 참으며 살았지만 이제는 이 어두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집을 나오며 다시는 집에 가지 않으리라 은주는 다짐한다. 그녀는 폭력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자신이 이렇게 맞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다 큰 성인이 부모에게 맞을때는 어떤 마음일까. 성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가장 사랑해줄것 같은 가족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들이 어찌 헤아릴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수 없었다. (중략)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균형이 맞았을 때 솔직해질수 있는 관계이다. 도통 이해할수 없는 상황을 자신의 맘이라도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한 우정도 아닐 뿐더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 본문 118쪽

 

 

은주를 이해하는 것은 가족이 아닌 친구 성희의 엄마인 지숙이 아줌마이다. 은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이이고, 함께 봉사를 하러 다니는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터키 사람 에민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숙과 은주가 봉사를 하고 있는 다문화센터의 안나, 준코, 소피아, 알리사, 메싸 등의 이야기도 만날수 있다. 주변에 다문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내가 봉사하는 곳에도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여성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나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이제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결국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표지에 보면 '진주를 품은 여자'라는 부제를 볼수 있다. 고통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진주.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주를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통들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 주어진 고통들이 있다.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주를 품을수도 있고 평생 고통그러운 삶을 원망할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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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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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게 읽은 책이다. 읽는 내내 무거워지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이 세상에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분명 돈으로 인해 사람이 피폐해질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제자리 걸음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결코 게으르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며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도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돈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능구렁이 알바생이 되었다고 자신을 말하는 백인주. 그녀는 경험해 본 알바만 서른 가지가 넘는다. 그녀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이렇게 알바만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에게는 알지 못하는 빚들이 많다. 엄마가 벌인 사업으로 인해 어느날 부터인가 그들은 도망자 신세가 된다. 빚쟁이나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 다닌 이사가 두 손으로 꼽지 못할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직장을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니는 직장을 찾아와 협박을 한다. 그 협박에 못이겨 그녀와 가족들은 함께 살지 못하고 각자 피해 다니고 있다. 결국 그녀는 30대초반에 개인파산자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섯 달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백인주. 열흘간 일당 3만원을 받고 '상가수첩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인주가 아르바이트를 한 10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일 동안 서울 곳곳을 다니며 현재의 모습 뿐만 아니라 각 장소와 연관된 자신의 지난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사당동을 시작하여 신림동, 청담동, 연희동 등을 거쳐 마지막 개포동까지 강남과 강북을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집에 간혹 걸려있는 '상가수첩'을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득 이걸 주고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며 한번 훑어보게 된다.

 

인주가 한 아르바이트는 정말 다양하다. 세 시간만에 잘린 선물가게, 카페 서빙, 편의점, 레스토랑, 만두점 등 할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한 인주이다. 고시원 총무를 하며 만난 연희 언니 남긴 글은 인주에게 위안과 희망을 줄수 있는 것일까. 정말 고단하고 힘든 삶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희망이 아니라 또다른 고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힘든 것들이 시간에 묻혀 사라질수 있을까. 오히려 빼내려 할수록 깊이 박히는 손가락의 가시같은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된다.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시간에 묻혀 사라질 거야." - 본문 79쪽

 

인주의 삶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힘들게 들어간 대학이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고 그것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돈 때문에 받는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마주하며 우리들에게도 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순히 소설속 이야기라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20대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30대에는 개인 파산자가 된 백인주. 현실이 그녀를 힘들게하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라면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살아보려 한다. 현실의 많은 백인주들. 그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본다.

 

헛된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것이 싫어 도망치려 했다. 기다리며 너덜너덜해지는 것이 싫어 도망치려 했다. (중략) 그러고 보니 빚쟁이에게 쫓기는 것처럼 사랑도 늘 쫓고 쫓기며 해 왔다. 도망치는 것으로 빚을 떨쳐 낼 수 없었던 것처럼 도망친다고 사랑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 본문 362쪽~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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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아들 3 - 영혼을 훔치는 자 일곱 번째 아들 3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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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아들 1권 '마녀의 복수'를 읽고 3권 '영혼을 훔치는 자'를 읽게 되었다. 원래 2권을 먼저 읽어야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3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2권을 기다릴 인내심도 허락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결국 2권이 도착하기전 급한 마음에 3권을 먼저 읽었다. 3권을 먼저 읽었다고해서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물론 그 이전의 이야기들이 궁금하기는 하다.

 

이 책은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같은 영국작가의 작품이다. 처음 1권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로 만들면 흥행할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판타지 소설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많아 영화로 제작되어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벤 반스, 줄리언 무어 등의 배우들과 함께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영화를 보고 싶을 것이다.

 

 

'일곱 번째 아들'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톰은 일곱 번째 아들이 낳은 일곱 번째 아들이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그는 유령 사냥꾼이 되어야만 한다. 형제들은 싫어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어머니만이 톰의 운명을 예견하고 묵묵히 그를 응원한다. 유령 사냥꾼 존 그레고리의 도제가 되어 수련이 시작된다.

 

정들었던 치펜든을 떠나 앵글자크로 가야한다. 스승님은 그곳에 앨리스는 데리고 갈수 없다고 한다. 이전의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앨리스에 대해 알것이다. 멀킨과 딘이라는 카운티에서 가장 사악한 두 마녀 집단과 관계가 있고 암흑 마법을 쓸 줄 안다. 그레고리 스승과 앨리스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름 대신 '여자애', '늙은이'라 부를 정도이다. 둘 사이에서 톰은 혼란스럽다. 앨리스를 멀리하라는 그레고리 스승님. 하지만 톰에게 앨리스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위기에 처할때 마다 도움을 준 은인이다. 아직은 앨리스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톰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눈여겨 볼만하다.

 

톰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온다. 냉혹한 눈빛을 가진 의문의 인물이 편지 한 통을 주며 존 그레고리 스승에게 전하라고 말한다. 의문의 편지 한통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레고리의 지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레이미어 마녀가 나온다. 또한 피할수 없는 운명의 상대 모건. 이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전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시리즈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간혹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일곱 번째 아들은 다음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바로 이 순간, 내가 아주 멀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주택에 혼자 있는데도, 지하실에 보카트와 마녀가 우글거리는데도 조금도 두렵지 않다. 나는 유령 사냥꾼의 도제이며, 봄이 되면 수련 첫 해를 무사히 마친다! 이렇게 사 년만 지나면 나도 유령 사냥꾼이 된다! - 본문 383쪽

 

이제 하나의 고개를 넘었다. 유령 사냥꾼이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거기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프고 아직 큰 형과의 관계로 힘든 톰이다. 그나마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어머니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베일에 쌓인 어머니의 과거를 알수 있을까. 잠시나마 스승을 의심하고 모건의 속임수에 넘어갔던 톰. 3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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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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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비오는 날 후배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는 이런날 생각나는 첫사랑도 없지.' 라고 한마디 한다. 함께 학교를 다녔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 후배의 말이 맞다. 난 사랑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건조한 삶을 산 사람이다. 지금 다른 사랑을 꿈꾸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으니 상상으로만 하고 있을뿐이다. 절절한 사랑한번 해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하면 지금 곁에 있는 이에게 미안한 일일까.

 

후배의 말처럼 사랑한번 못해본 나이지만 나에게도 첫 사랑은 분명히 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랑도 아닌 첫사랑은 항상 우리를 설레게 한다. 나의 첫사랑의 상대는두 명이였다. 그 상대는 바로 키다리 아저씨와 길버트이다. 남들은 사랑한번 못했다 말하지만 어린 나이에 양다리였다^^ 어린시절 일기장을 보면 빨간머리 앤의 길버트와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 뿐이다.

 

이렇게 동화속 인물들을 보며 살며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면 내 사랑의 결정체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 <상처>에 나오는 '재민'이라는 인물이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만난 재민이는 이 세상 어느남자 보다 멋져 보였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재민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이런 환상을 깨뜨린 것은 드라마와 영화이다. <상처>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 안에서 만나는 재민이라는 인물은 내가 생각한 인물이 아니였다. 그는 사랑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만난 재민이는 희생이 우선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영원히 그 사람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조금 다르게 그려져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사람마다 꿈꾸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만나면 변색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책이나 영화속에서의 사랑을 보며 꿈꾸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들에게 사랑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이 책에서는 서른 네편의 사랑 이야기를 만난다. 그 사랑들을 통해 우리들은 사랑에 대해 알아간다.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해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고, 사랑인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은 결과지요. 사랑은 탐구할 가치가 아주 높은 학문이며, 배우고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첫사랑, 사랑과 열정, 사랑과 성장, 사랑과 이별, 사랑과 도덕,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통해 서른 네개의 사랑 이야기를 만난다. '사랑'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작품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닥터 지바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안나 카레리나, 폭풍의 언덕 등 작품 속 사랑을 만나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무조건적 감탄이나 미화 혹은 한탄으로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 아니라 비판과 질문과 탐구의 시선을 잃지 않은 작품들을 골랐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는 두 개의 사랑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와 오만과 편견. 두 작품은 책은 물론 영화로 제작된 것을 모두 보았다. 같은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제작년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나의 생각도 많이 달라진 작품들이다. 학창시절에는 당사자들의 사랑만 보았다면 이제는 그들이 처한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도 보게 된다. 사랑에 집착하며 무모해보였던 개츠비와 소극적인 제인의 사랑이 진정성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때는 엘리자베스보다는 제인의 사랑에 더 관심이 갔었다. 이제는 그들의 사랑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럴수 있다라고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기에 예전에 보지 못한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랑을 우리들은 작품속에서 만난다. 아직도 사랑의 환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이는 현실에서 사랑은 계산적인 것이라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정해놓은 조건 안에서의 사랑만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사랑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다양한 모양과 빛깔을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어떤 사랑이든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사랑으로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늘 행복한 삶이 되었음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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