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원하는 시간> 이후에 두 번째로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남자 작가라는 점도 놀랍지만 은밀할수 있는 이야기들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기 쓰는 여자 엘레나. 일기의 장점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들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누가 보게될까 초조하고 불안할때도 있다. 나의 지인 중 한명은 절대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일기라는 것이 그때의 자기 감정을 표현한 것이고 본의아니게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나 서운함을 적게 된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때 그 일기장이 발견되면 일기장 속에 거론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뒤로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는 적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일기는 은밀한 공간이다. 나만 아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다. 엘레나도 그 일기장에 자신의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감정에 대해 적고 있다.

 

나는 내가 너무 의심스럽다. 내 인생 자체가 하나의 기나긴 오해는 아닐까 두렵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여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1월 3일의 일기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엘레나. 파올로와의 결혼 생활은 사랑보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이라는 느낌으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감정으로 살아가는 남녀가 아니라 가족인 것이다.

 

참기 힘든 것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만 있다. 손짓에서 발짓까지 그가 하는 행동들이 하나같이 밉상이다. 말하는 방식부터 시작해 내가 매일같이 모른 척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의 이상한 버릇까지 모두 참아내기 힘든 것투성이다. 어떤 때는 일부러 그를 괴롭히려고 할 때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영문도 모르면서 그에게 벌을 주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낄 때도 있다. - 본문 72쪽~73쪽

 

신혼의 시간이 지난 부부라면 이런 감정들은 한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결혼 전에는 장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결혼 후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말하는 목소리까지 듣기 싫을때가 있을 정도이다. 물론 그 시기를 잘(?) 견뎌내면 그 이후로는 포기인지 이해인지 혼란스럽지만 어느정도 서로를 인정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때는 정말 삶을 살아가는 동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느낌이 들기전까지는 말다툼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침에는 틀림없다.

 

사랑받고 싶은 엘레나. 여자라면, 아내라면 당연히 이런 마음이 들것이다. 하지만 파올로는 건조한 사람이다. 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어쩌면 아내의 마음은 잘 헤아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이런 엘레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처음 그와의 만남에는 자신이 없었다. 파올로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서도 안되고 다른 감정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엘레나는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향해 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의 입장에서 헬레나를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는 부럽다.

 

우리가 영원할것이라 믿는 사랑. 파올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엘레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어둠과 밤의 그림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아침의 첫 햇살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똑같은 일이 내 인생에도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 본문 315쪽

 

 

책에서 엘레나는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과, 내 것이 아닌 삶을 유지하면서 위선자로 살아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죄를 짓는 것이지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엘레나의 심리나 그녀가 처한 미묘한 고통들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풀어가는 방식은 아직 우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나또한 본능대로 살아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엘레나의 물음처럼 어떤 것이 큰 죄이지는 모르지만 각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레나가 바라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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