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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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비오는 날 후배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는 이런날 생각나는 첫사랑도 없지.' 라고 한마디 한다. 함께 학교를 다녔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 후배의 말이 맞다. 난 사랑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건조한 삶을 산 사람이다. 지금 다른 사랑을 꿈꾸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으니 상상으로만 하고 있을뿐이다. 절절한 사랑한번 해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하면 지금 곁에 있는 이에게 미안한 일일까.

 

후배의 말처럼 사랑한번 못해본 나이지만 나에게도 첫 사랑은 분명히 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랑도 아닌 첫사랑은 항상 우리를 설레게 한다. 나의 첫사랑의 상대는두 명이였다. 그 상대는 바로 키다리 아저씨와 길버트이다. 남들은 사랑한번 못했다 말하지만 어린 나이에 양다리였다^^ 어린시절 일기장을 보면 빨간머리 앤의 길버트와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 뿐이다.

 

이렇게 동화속 인물들을 보며 살며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면 내 사랑의 결정체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 <상처>에 나오는 '재민'이라는 인물이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만난 재민이는 이 세상 어느남자 보다 멋져 보였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재민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이런 환상을 깨뜨린 것은 드라마와 영화이다. <상처>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 안에서 만나는 재민이라는 인물은 내가 생각한 인물이 아니였다. 그는 사랑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만난 재민이는 희생이 우선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영원히 그 사람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조금 다르게 그려져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사람마다 꿈꾸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만나면 변색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책이나 영화속에서의 사랑을 보며 꿈꾸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들에게 사랑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이 책에서는 서른 네편의 사랑 이야기를 만난다. 그 사랑들을 통해 우리들은 사랑에 대해 알아간다.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해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고, 사랑인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은 결과지요. 사랑은 탐구할 가치가 아주 높은 학문이며, 배우고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첫사랑, 사랑과 열정, 사랑과 성장, 사랑과 이별, 사랑과 도덕,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통해 서른 네개의 사랑 이야기를 만난다. '사랑'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작품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닥터 지바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안나 카레리나, 폭풍의 언덕 등 작품 속 사랑을 만나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무조건적 감탄이나 미화 혹은 한탄으로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 아니라 비판과 질문과 탐구의 시선을 잃지 않은 작품들을 골랐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는 두 개의 사랑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와 오만과 편견. 두 작품은 책은 물론 영화로 제작된 것을 모두 보았다. 같은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제작년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나의 생각도 많이 달라진 작품들이다. 학창시절에는 당사자들의 사랑만 보았다면 이제는 그들이 처한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도 보게 된다. 사랑에 집착하며 무모해보였던 개츠비와 소극적인 제인의 사랑이 진정성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때는 엘리자베스보다는 제인의 사랑에 더 관심이 갔었다. 이제는 그들의 사랑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럴수 있다라고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기에 예전에 보지 못한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랑을 우리들은 작품속에서 만난다. 아직도 사랑의 환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이는 현실에서 사랑은 계산적인 것이라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정해놓은 조건 안에서의 사랑만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사랑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다양한 모양과 빛깔을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어떤 사랑이든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사랑으로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늘 행복한 삶이 되었음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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