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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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비영 작가의 <은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덕혜옹주> 이후 5년만에 신간이 나왔다.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새 작품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이다. 나또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작품이다. '청조사 창립 4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가는 작품이다.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여자는 "그년이 사라졌다." 라고 말했다.

 

지숙의 집에 내 딸년 어디에 숨겼냐며 은주의 엄마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이 낳은 딸에게 심한 말을 하며 남의 집에서 찾는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은주라는 사람은 집을 나간 것일까.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것일까. 폭력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폭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하였기에 자신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것일까. 어떤 이들은 폭력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은주의 아빠 하동만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월남전에 다녀온 하동만의 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은 부상병이다. 그는 술에 취하면 세 아들을 돌려가며 때리고 말리는 아내마저 때렸다.

 

하동만이 술에 취하면 낯선 세상이 다가온다. 누군가 위협하고, 목을 조르고, 칼을 휘두르고, 절벽으로 밀어 넣는다. 얼굴도 없고 형체도 없는 시커먼 형상이 공포로 몰아놓는다. 그들에게 맞설뿐인데 눈을 뜨고나면 집은 아수라장이 되어있고 아내는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마저 은주에게 폭언을 일삼는다. 단순히 부모의 방식이 거칠고 폭력적이라 생각하는데 한계가 온다.

 

"지겨워. 정말 이제는 지겨워! 더 이상 맞고 살 수 없어요." - 본문 99쪽

 

한때는 이렇게 맞고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며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뭇매와 어머니의 욕설, 오빠의 구타까지 참으며 살았지만 이제는 이 어두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집을 나오며 다시는 집에 가지 않으리라 은주는 다짐한다. 그녀는 폭력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자신이 이렇게 맞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다 큰 성인이 부모에게 맞을때는 어떤 마음일까. 성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가장 사랑해줄것 같은 가족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들이 어찌 헤아릴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수 없었다. (중략)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균형이 맞았을 때 솔직해질수 있는 관계이다. 도통 이해할수 없는 상황을 자신의 맘이라도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한 우정도 아닐 뿐더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 본문 118쪽

 

 

은주를 이해하는 것은 가족이 아닌 친구 성희의 엄마인 지숙이 아줌마이다. 은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이이고, 함께 봉사를 하러 다니는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터키 사람 에민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숙과 은주가 봉사를 하고 있는 다문화센터의 안나, 준코, 소피아, 알리사, 메싸 등의 이야기도 만날수 있다. 주변에 다문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내가 봉사하는 곳에도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여성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나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이제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결국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표지에 보면 '진주를 품은 여자'라는 부제를 볼수 있다. 고통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진주.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주를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통들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 주어진 고통들이 있다.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주를 품을수도 있고 평생 고통그러운 삶을 원망할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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