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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ㅣ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라는 말 정답이면서 정답이 아니길 바라는 말일 것이다. 왜 그 끝이 헤어짐이 되어야 할까.. 다시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더 좋은 엔딩이지... 라고 몇 번이고 생각하고 생각했었다. 헤어질 당시에 말이다.
헤어짐이 익숙해져 이제는 그게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무척이나 기쁘면서 말이다.
바로 이 책 '십이국기'와의 만남을 말이다.
내가 십이국기와 연을 맺게 된 것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방학의 어느날 도서관 한켠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한권이 있었다.
동양적 판타지라는 타이틀... 십이국기라는 낯선 이름... 그 당시 내가 생각했던 판타지의 책들은 동양보다는 서양의 느낌이 무척 강했다.. 동양의 판타지 요소는 그저 용이 등장하는 정도?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선 동양적 판타지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당시 출간되었던 11권을 내리 빌려서 읽었다.
이것이 나와 이 책의 인연의 시작이다. 또한 작가 오노 후유미와의 만남이 되기도 했다. 11권을 내리 읽고 나는 당시 출판사에다 편지를 보내기도 했고 문의도 했었다. 그 다음 작품의 출간을 부탁드린다며...
하지만 사정상 여의치 않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그렇게 나와 십이국기의 만남은 어설픈 헤어짐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엘릭시르라는 출판사에서 재출간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전의 11권까지가 아닌 최신작에다 외전격인 마성의 아이까지 출간을 한다는 소식을 말이다.
무척 기뻤다. 그리고 재출간 기념 이벤트로 진행된 가제본을 미리 받게 되는 행운까지 얻게 되었다. 책이 도착하는 날 어찌나 기쁘던지.. 택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책을 받게 되었고 그날 단숨에 읽어 내렸다.
아직은 가제본이라며 부족한 점이 많다는 출판사의 메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이 책에 대한 정성과 노력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렴 그래야 한다... 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십이국기 매니아들의 입장에서는 재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래도 구작(=이전 출간된 십이국기)과 비교하는 잣대를 들이밀기 쉽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제본을 받았을때 더욱 꼼꼼이 그리고 세밀하게 읽어나갔다.
내용면에서 본다면 내가 기억하던 십이국기의 1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라고 하겠다. 1권의 주인공인 요코와 게이키의 시작, 십이국기라는 또다른 세계에서 시작되는 요코의 시련과 성장기를 느낄 수 있었다. 1권의 향수가 진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구작에서는 2권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가 가제본에서는 한 권으로 완성되었다. 그래서 의심아닌 의심을 했었다. 전작의 내용 중 많은 부분들이 축소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런 축소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책이 한 권으로 잘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2권으로 나눠서 했던것이 오히려 불필요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의 디자인, 일러스트의 부재 등은 여기서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디까지 가제본이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문맥상 어색함은 책의 중간중간에 눈에 띄는데 대부분이 오탈자, 띄어쓰기 정도이다. 가제본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허용가능한 단점들이기에 웃고 넘어가려고 한다.
굳이 한 가지 꼭 집어 넘어간다면 바로 이 부분이라 하겠는데... 솔직히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 되는 말이기도 하겠다.
바로 게이키가 요코에게 주인과 기린간의 계약을 맺는 말이라 하겠는데 "어전에서 떠나지 않고 충성을 맹세할 것을 서약합니다."
이것이 조금 더 강한 느낌을 주는 표현으로 바뀌었음 한다. 어전에서 떠나지 않고라는 표현보다는 예를 들어 언제나 곁에서 모시며.. 또는 항상 곁에서 떠나지 않고 라는 정도로 말이다. 강한 느낌은 보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했을때 나타나는데 이런 표현들이 더욱 요코와 게이키의 관계를 강하게 연결시킨다는 것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나에게는 기대도 주고 걱정도 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십이국기와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기대감..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말이다.
물론 이 가제본을 읽고서는 걱정보다는 기대쪽으로 마음이 더 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완성도가 높은 십이국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