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상한 하루
이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 문학은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다. 그 동안 등한시 했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 문학에 대한 무관심과 실망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교과서에 실린 책들 이외에 많은 책들을 접해보지 못했으나 현대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족적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 작가의 등장의 부재가 그것을 말해주고 팔리는 책들의 수량과 베스트 셀러의 리스트가 그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이 책도 솔직히 이나미라는 작가의 이름을 일본인으로 알고 읽었다. 나의 불찰이였던거지..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총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이 재밌다.
집게와 말미잘, 쑥할매, 푸른푸른 등 제목만으로는 책의 내용이 상상이 안되나 내용을 읽어보면 아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중간에 간단한 그림들이 들어있는데 책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지금 보는 책표지와 같은 얼굴들이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얼굴일텐데 이 책의 그림들은 얼굴도 성별도 구분하기 힘들다. 같은 얼굴에 머리가 짧으면 남자, 길면 여자라고 인식할 정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얼굴들, 같은 계층, 같은 부류.. 그렇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무언가 하나씩 고난에 빠져 산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사랑일수도 있고 열정 같은 것일 수 있다. 하나씩 빠져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것을 이겨내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삶은 고달프고 어려운 것이다. 고달픔이 깊게 베여 있는 사람들의 똑같은 얼굴은 팍팍한 우리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겪었던 많은 일들이 이 책속에 등장해서 깜짝 놀랐을 정도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부모의 묘자리 이장, 힘겨운 6인실 병원생활기, 어긋난 소개팅 등 어쩜 이렇게 내 일상에서 겪었던 사건들이 책에 등장하는지... 덕분에 책속의 주인공들에게 더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중에서 꽤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다.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주고 자식이 장성하여 독립하면 어느새 쉬어빠진 몸뚱아리 건사하기도 벅찬 우리네 나이 드신 어머니들... 이 책에서는 이런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아버지는 그런 이미지가 없다는 것. 작가가 여류이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인생이 반영된 것인지.. 하여튼 어머니라는 존재는 여기서 그런 힘없는 늙은 여자로 등장한다. 그런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과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 등장하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은 사투리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내용의 단편들인데 사투리가 등장한다. 향토적이면서 시골출신인 나에게 정다움을 주는 부분이다.
왜 제목이 수상한 하루일까?
이것은 책을 읽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각자 인생에서 수상한 하루를 보내게 되고 그것이 스토리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 수상하지만 일상적일 수도 있고 충동적일 수도 있다.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좋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결론을 말해본다면 이 책은 그리 재미는 없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으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 부분도 있고 그저 재미없는 일상의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필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직도 한국문학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나미 작가와 첫만남을 가진 책이였다. 이 작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흡입력 있는 작품을 써야 내가 먼저 이 작가의 작품에 손을 내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