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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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과 만났을때 무척 놀랐었다. '이게 무슨 장르지? 80년대 출판된 헌책인가?' 책표지가 너무 고상했다. 아니 그 이상이다.

헌책방 한켠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듯한 이미지다.

그렇기에 더욱 신선했다. 요즘같이 화려한 배경으로 나오는 여행기보다 이런 식의 여행기가 어쩌면 더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과 스페인으로 떠났다.


책의 첫부분부터 특이했다. 저자의 문체가 말이다. 저자가 라디오PD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 문체에 영향을 준 듯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간다. 

저자의 매니아층이 꽤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에 해당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상대방에게 말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상대방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특이하다. 미스 양서류, 미스 영장류 등 이름이 아닌 어떤 지칭으로 등장시킨다. 저자의 지인같은데 그 지인들의 특징을 살려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참 색다른 표현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특징은 삽화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여행기라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진이다. 여행관련된 책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시각이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당연한 듯한 수순을 받지 않고 여행기를 펼친다. 독자들에게 여행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위한 구성인 것 같다.


또다른 특징은 여느 여행기에서 볼 수 있는 명소, 볼거리, 맛집 등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순수히 저자가 스페인 곳곳을 돌아다니며 겪었던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전형적인 여행기의 구성이라 보기에는 많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야간비행이라고 했다. 보통 여행은 밤보다는 낮에 하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야경이 예쁜곳은 밤에 해도 좋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책의 말미에 그 답이 나오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해본다.

낮에 볼 수 있는 배경들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들도 볼 수 있는 대중화된 이미지다. 그러나 밤에 만나는 여행지는 밤에만 볼 수 있게 허락된 곳이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 나와있는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이미지인 것이다.

저자의 책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평범한 여행기보다는 보다 진솔하고 보지 못한 특별한 여행기를 담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낮이 아닌 야간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특이한 책이다.

보통의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가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것을 진실되게 담은 책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나 역시 저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듯한 생각을 가지게 한다.


결론을 말한다면 이 책은 첫만남, 구성, 표현 등 모든것이 색달랐던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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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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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이후 새로운 신간이 출시된다는 말은 포털 사이트 여기저기서 들려왔었다. 앵무새 죽이기도 읽어보지 못한 나였기에 이 책을 선뜻 읽기란 조금 꺼려지기는 했으나 전작을 굳이 읽지 않아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읽어보기로 했다. 사람의 믿음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책 파수꾼이다.


책의 초반부는 성인이 되어 고향 메이콤을 떠나 뉴욕으로 가서 살게 된 진 루이즈의 일을 다룬다. 진이 과거에 메이콤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몰랐기에 나는 조금 망설였다. 전작을 먼저 읽어볼껄...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진은 휴가를 맞이하여 20년만에 고향 메이콤을 찾는다.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진이 상상했던 메이콤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전부 변하고 있었다. 진이 상상했던 메이콤은 20년 전의 메이콤이였을 뿐이다.


진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게 되는 존재는 바로 아버지 에디커스 변호사다. 에디커스는 진의 영웅이자 우상이였다. 인권문제에 앞장서며 해결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진은 20년만에 만난 아버지가 누구보다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자기의 우상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어떨까? 대다수 자기의 부모과 롤모델이고 우상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부모의 속마음이 20년만에 들춰진다면.. 그것도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일에 동조하고 있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진은 아버지를 반대하고 비난한다. 모든것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부분에서 진이 성숙하지 못한 듯한 느낌도 받는다.


아버지와의 갈등 이후 진은 메이콤에서 많은 사람들과 갈등을 겪고 되고 이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나는 이 책의 장르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흑인 인권에 맞장서서 용감하게 다루는 사회적 소설이 아닌 진 루이즈 개인의 성장통과 흑인 인권을 다룬 일종의 성장 소설이였음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이 왜 파수꾼인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선택에 기로에 높여있을때 과연 어느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급진적으로 나아갈 것인지 조금 멀더라도 천천히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진 루이즈 역시 그런 기로에 놓여있었다. 급진적으로 나아가려는 자신과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메이콤에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려는 아버지와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갈등을 한다. 그렇기에 파수꾼이 되어버렸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점차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그들의 의견 사이의 경계에 놓여 버린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본다.

이 책은 왜 전작 앵무새 죽이기에서 흑인인권을 주장하던 진의 아버지 에디커스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설정했는가?

진은 메이콤으로 돌아왔지만 20년만의 귀환이다. 왜 하필 20년만인가? 더 이른 시기에 찾아왔더라면 마을의 그런 변화에 자신도 진작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구성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느낀것은 이 책은 전작을 안 읽어도 괜찮다는 것이라는 의견에 별로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작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이 책을 안 읽으면 모를까.. 이 책을 읽게 되면 전작을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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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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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총 2개인데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가 그것이다.

다른편들과는 달리 중편 정도의 길이인데 아무래도 모험이라는 주제로 내용을 쓰려다 보니 단편 분량으로는 그 기행을 다 닮기가 불가능했던 것 같다. 그래서 중편으로 바꾼듯하다.

에드거 앨런 포 전집 마지막인 5편 모험편은 어린시절 읽었던 신밧드 모험 이야기 처럼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고 읽는 것은 조금 아닌 듯 싶다. 


두 편의 소설 중에 가장 큰 분량을 차지했던 아서 고든 핌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나는 이번 이야기를 읽고 자연에 노출된 최악의 인간의 본능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앞서 말한 신밧드의 모험처럼 환상적인 판타지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던 나에게 이 이야기는 모험의 무서움을 다뤘다. 

여느 모험책들이 미지에 대한 환상, 금은보화가 묻혀있는 전설적 이야기등을 배경으로 해피엔딩처럼 분위기를 끌어가는데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주인공 아서는 절친인 어거스터스와 모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둘은 술을 마시고 배를 단독으로 운행할 정도로 바다를 좋아했다. 술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배가 전복되어 죽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이 둘은 그 후에도 바다를 동경했다.

모험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사나이의 로망, 환상적 모험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어거스터스 아버지가 운전하는 포경선 그램퍼스호에 몸을 싣기로 결정한 아서와 어거스터스는 아서의 집안 어른의 반대, 어거스터스의 아버지의 반대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아서를 화물칸에 몰래 실어 항해 중간에 등장시켜 불가항력적으로 포경선 모험에 참여시키기로 하는 작전이다. 화물칸에 몰래 숨어든 어서는 환상의 모험을 꿈꾸며 배가 출항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몇일의 시간이 흐른 후 화물칸에 구비했던 식량과 물이 떨어지고 환기되지 않은 답답한 공기로 어서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자신을 꺼내주겠다는 어거스터스에게는 연락이 없어 직접 화물칸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배가 바람과 파도에 출렁이는 통에 화물칸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목숨을 걸고 화물칸 입구까지 온 아서는 기적적으로 어거스터스와 만나게 되지만 더 큰 불행이 찾아온다.

어거스터스의 배의 일부 선원이 반란을 일으켜 대다수 선원들이 죽임을 당하고 배는 해적선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거스터스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 포로의 신세가 되어 아서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둘은 반란자 일부의 선원과 배를 되찾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성공시키지만 배는 이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 날씨마저 도움을 안 주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간신히 풍랑에 견뎌내지만 그 다음에 닥치는 것은 갈증과 식욕...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식욕이다. 식욕이라는 욕구를 채우질 못할 경우 그 어떤 짐승보다 짐승처럼 변하는 것이 인간이다.


반란자들을 제압했으나 식량의 문제로 점차 남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광기와 좌절로 바뀐다. 그리고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담담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다른 생존자의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후에 그들은 구조되나 또다른 역경이 펼쳐지게 된다...


이번 작품은 앨런의 묘사가 상당히 잘 되어서 오히려 공포에 가깝게 느껴진다. 모험편이 아닌 공포편에 담았어도 좋을 법한 이야기다.

인간의 욕구, 불어닥치는 자연재해, 구조를 꿈꾸었던 희망과 좌절들이 연달아 펼쳐지면서 자연 앞에서 얼마나 인간은 나약한 존재인가를 절실히 느끼게 만들어 준다.


5편의 전집을 다 읽어본 후 느낀것은 에드가 앨런 포라고 하여 명작만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전집의 모든 소설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전집을 읽어볼 사람이라면 4편, 5편 만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머지는 그냥 평작 또는 졸작에 가까운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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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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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포 전집 4편인 풍자는 다른 의미에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이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앨런의 책들 중 황금풍뎅이, 검은 고양이, 모드르가의 살인 등 미스테리류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앨런이 풍자를? 이런 생각이 들어 이 책은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감이여서 그런지 이 책은 무척 재밌었다. 솔직히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던 1편 미스테리편보다 훨씬 나았다.

이상한 부분에서 점수를 받는 앨런의 소설들이다.


이번 풍자편은 말 그대로 풍자를 담고 있다. 풍자는 사회 비판적일 수도 있고 어느 특정한 인물 또는 계층을 풍자할 수도 있다. 

많은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사기술은 의외로 재미가 없었다. 이번 전집은 타이틀들을 잘못 선정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타이틀보다 그 뒤에 등장하는 단편들이 더 재밌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출판사의 놀라운 상술일수도 있다.

'타이틀은 별로지만 그 후의 단편들은 재밌다.. 그러니 꼭 사서 읽어봐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제일 풍자다운 느낌을 주는 단편은 비즈니스맨이다. 

주인공은 여러 직업에 종사한다. 능력도 좋다. 직종을 쉽게 바꾸니 말이다. 웃긴것은 주인공이 하는 직업이란것들이 공갈치기, 진흙튀기기, 사기 편지 배달하기 등 하나같이 직업같지 않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반사회적 성격의 직업들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직업이 맘에 들어하고 그것으로 부를 축적한다. 마지막에는 허드슨 강가의 대저택을 구입하려고 한다.

대저택을 구입할 정도로 부를 축적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부조리로 부를 축적해 살아가는 계층 또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다. 이들은 비즈니스맨처럼 그런 직업에 양심적 가책을 못 느낀다. 그저 부만 쌓으면 그만인 것이다. 웃기면서 씁쓸한 내용이다.


다음으로 괜찮았던 편은 안경편이다.

오페라를 보러간 주인공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첫눈에 반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랄랑드 부인. 랄랑드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 나폴레옹은 그녀가 구애를 받아들이자 기쁨에 겨워 한다. 일사천리로 그녀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둘은 신혼여행을 떠나려 한다.

청혼에 앞서 랄랑드 부인은 나폴레옹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는데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경을 꼭 착용하라는 조건이였다.

나폴레옹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미 콩깍지가 씐 나폴레옹이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결혼을 한 것이다. 


결혼식 첫날을 보낸 나폴레옹은 랄랑드 부인의 부탁을 받아 안경을 착용한다. 그리고 그녀를 쳐다보는데... 아름답던 그녀는 오간데 없고 나이많고 늙은 노파만이 있을 뿐이다. 나폴레옹은 기겁을 한다. 랄랑드 부인은 나폴레옹을 골탕 먹인 것이다.

시력이 나뻤던 나폴레옹은 멀리서 쳐다본 랄랑드 부인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였다.. 게다가 그녀의 화장술까지 더해지니 더 몰라본 것이다. ( 솔직히 눈이 나쁘더라도 저걸 분간하기 힘들 정도라니... ) 

이는 외모지상주의만을 따지는 사람들 나아가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적 이름을 가진 사람을 바보처럼 풍자한 것이다. 

상당히 재밌는 소설이였다.


전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풍자편은 좋았다. 에드가 앨런 포 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들이 있어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다른 편들도 이와 같았다면 더욱 즐겁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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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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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섬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대략 한달 정도 있었는데 바다 건너 배를 타고 마주했던 섬은 나에게는 판타지 같은 곳이였다.

이 섬 꼭대기 어딘가에는 동굴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는 사람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괴물 내지는 보물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동생의 손을 잡고 4~5일 정도는 그렇게 섬을 탐방했다.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이곳저곳 다니다가 제풀에 지쳐갈때쯤 나는 그제서야 섬의 보물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괴물도 아니고 금은보화도 아닌 자연 자체의 풍경을 간직한 섬의 모습이였다.

섬 꼭대기에서 바라봤던 바다와 섬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도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였다. 그 섬의 이름은 사량도였다.


나에게 이렇게 웃픈(?) 추억이 있는 곳이 섬이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어린시절 나의 보물섬이였던 사량도가 있었고 그 밖에 다른 보물섬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적도를 비롯하여 25개의 섬을 기행한 작가의 이야기란다. 섬 하나를 가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닐텐데 무려 25개의 섬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 책 한권에는 작가의 무수히 많은 시간, 노력이 들어간 책이란것을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린시절 바다륻 볼 수 없었던 강원도 산골 출신이였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바다이야기에 바다를 상상했었고 시간이 흘러 직접 본 바다의 모습에서 저 건너 멀리 있는 섬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경하게 된다. 그렇게 작가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작가가 시인이라는 티가 팍팍난다. 다양한 섬들을 돌아다니며 그 섬에 어울리는 시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섬도 아니요, 섬을 닮은 시도 아니요, 이 한 구절이였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오기기아 섬의 요정 칼립소, 그녀는 난파선에 떠내려온 오디세우스를 사랑한다... (중략)

어째서 요정은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심심함 때문이였다.  19p -


요정 칼립소는 섬을 지키는 일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 섬은 무인도..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기에 요정은 난파되어 온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된다. 열렬히 구애를 하지만 거절 당하고 마침내 제우스의 명령으로 그 사랑을 억지로 돌리게 된다. 

칼립소가 사랑했던 이유는 그저 단순히 심심함 때문이다. 무인도가 아니였으면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구절은 섬과 인간의 관계를 잘 표현한다. 섬은 칼립소와 마찬가지다. 항상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렇기에 사람이 오면 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것을 내어준다. 우리는 그것을 정복 또는 획득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엄연히 자연의 이름하에 섬이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섬은 늘 사람을 그리워한다.


책에는 섬들의 다양한 모습도 있고 그 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섬 사람들의 애환도 담겨져 있다. 섬 사람들은 대부분 거친 환경에 맞서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외모에 나타나지만 항상 웃고 산다. 그들은 섬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어린시절 가봤던 사량도가 생각났다. 

이 책에서도 사량도가 소개되지만 내가 기억하는 사량도와는 많이 달랐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섬도 사람도 변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가 어떤 경로로 섬을 이동했는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섬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섬은 언제나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반긴다. 그러나 우리는 섬을 멀리하고 자꾸 도시로 들어가려고 한다. 

도시의 삶도 좋지만 섬은 도시에 없는 여유로움과 느림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섬에 빠진 사람들은 도시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팍팍한 사회생활 속에서 벗어나 섬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은 그런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어린 시절 가봤던 사량도는 아직도 나를 반겨줄지.. 그리고 기억하고 있을지...


다시 한번 사량도를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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