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 -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천운영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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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완선의 식탁을 보고 환호를 지른 적이 있다. 화려한 집 안의 분위기와는 다른 조촐한 식탁의 모습이었다. 3분 카레와 조미김, 쌀밥이 놓여 있었다. 요리를 즐겨 하지 않는다고 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그렇게 먹으면서 맛있어 했다. 나 역시 김, 김치, 3분 카레만 있어도 맛있게 먹는다. 요즘 꽂힌 음식은 깍두기. 3kg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거의 다 먹었다. 충분히 노력을 하면 요리 실력이 늘 텐데. 할 수 있는 요리만 대충해서 먹는다.


가지고 있는 냄비는 두 개. 하나는 라면용이고 다른 하나는 찌개 용이다. 찌개용 냄비는 거대하다. 일부러 큰 걸 샀다. 찌개 하나를 많이 끓여서 오래 먹으려고. 오늘은 나흘 전에 끓인 김치찌개를 먹었다. 몇 개의 요리 돌려 막기로 근근이 살고 있다. 소설가 천운영의 산문집 『쓰고 달콤한 직업』에는 스페인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이 등장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요알못이라서 천운영이 풍부한 어휘력으로 요리를 묘사하는데도 어쩐지 나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대신 어렸을 때 먹었다던 계란 프라이의 기억을 들려줄 때는 당장이라도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에 올릴 뻔했다. 『쓰고 달콤한 직업』은 소설가 천운영이 아닌 '업주, 사장, 대표, 주방장'으로 2년의 시간을 보낸 천운영의 시간이 담겨 있다. 소설을 쓰지 않는 동안 천운영은 식당의 대표로 살고 있었다. 엄마 명자 씨와 함께 말이다. 스페인 여행에서 짚으로 만든 당나귀 인형을 샀다. 그 아이를 마스코트로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상호로 가게 문을 열었다.


따뜻한 한 끼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식당 영업은 만만치 않았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의 사투, 신선한 음식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동안 소설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다. 평소 존경하고 만나고 싶었던 이들을 불러 최선의 한 끼를 대접한다.


소설가의 직무에서 벗어나 살아간 요리사, 대표의 시간은 쓰고 달콤했다. 소설을 쓰지는 못했지만 '돈키호테의 식탁'에서 치열하게 살아냈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직업 시리즈'는 계속 출간될 예정인가 보다. 내가 모르는 직업의 세계를 알 수 있음으로 독서의 시간은 유익하다. 직업을 책으로 알았어요, 정도. 한 가지의 음식을 위해 들이는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보면서 경이를 표하기도 한다. 나를 위한 요리는 제대로 못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한 끼는 그럭저럭 해낼 수 있다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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