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0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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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이 내렸다. 고무 재질의 신발을 신고 가느라 조심조심. 미끄러지면 큰일이니까. 눈이 쌓였다가 오후가 되니 녹아 있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후. 요즘에는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난다. 그전에는 12시가 돼갈 때쯤 일어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집을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꾸준하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하고 있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로 저녁형 인간이었다. 오전에 일어나니 하루가 길다.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는 착각까지 생길 정도이다.


어제오늘. 6시 30분에 일어나 문지에서 나오는 소설 보다 시리즈 중 『소설 보다 가을 2020』을 읽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고 집중해서 읽었다. 대신 휴대전화에 타이머를 설정해 두고 알람이 울리면 책을 덮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버스를 타러 가야 하니까. 눈이 오는 겨울이 되어서야 '가을의 소설'을 읽는다. 지나간 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가을이 있었구나. 우리가 가을을 살아냈구나. 안도.


얼마 전에 뉴스에서 단편 소설이 인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문지에서 나오는 소설 보다 시리즈를 기획한 이의 인터뷰도. 바쁜 사람들이 길이가 짧은 소설을 찾아 읽는다고. 손에 쥐기 가벼운 판형의 소설책들이 인기란다. 팬데믹 시절에도 소설은 읽힌다. 먹고 사느라 힘든데도 무언갈 찾아서 읽는다. 대단하고 대견하다. 그중에 으뜸은 나! ㅎㅎ


2021학년도 수능 만점자 중에 한 학생은 매일 아침 한 시간의 독서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를 썼다고 한다. 이런 야무지고 똘똘한 학생이 있다니. 따라 해보려고 아침 독서 시간을 가진다. 세 편의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 새벽에서 아침으로 시간의 변화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더니. 비유가 아니었어 하는.


서장원의 「이 인용 게임」은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의 현재를 병치해서 보여준다.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죽은 아들의 기억만은 선명한 어머니. 아들의 과거가 담긴 일기장을 찾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 둘의 세계에 가닿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의 현재는 무엇이 되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멜로디 웹 텍스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한숨. 내가 바보라서 그렇다.


우다영의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각성자들의 세상을 그린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무엇이었을까. 과거의 기억을 떠안고 살아간다면 어떤 심정일까로 시작한 소설은 쓸쓸한 현재를 보여주며 끝이 난다. 각성자들을 인터뷰하는 화자 역시 과거를 기억해 낸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세상은 나아갈 수도 후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나는 『소설 보다 겨울 2020』을 읽는다. 며칠 전에 주문한 책이 어제 도착해 있다. 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세상은 나아질 거야. 이런 믿음으로.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서사가 풍부한 소설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전구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무래도 좋은 심정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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