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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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글이다. 유주얼의 『자기만의 공간』은. 다시 도서관이 열렸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도서관을 갈 수 없다는 거다. 예전에는 휴관일을 빼고는 아무 때나 갈 수 있었다. 여유롭게 가서 책을 고르고 넓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곤 했었다. 지금은 눈치 게임처럼 가야 한다.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휴관. 다시 내려가면 문이 열린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놨다.



열린다는 공고가 뜨면 얼른 가서 빌려온다. 2층, 3층까지 자유롭게 갈 수는 없지만 신간 코너에서 미리 찜해둔 책을 찾아서 나온다. 『자기만의 공간』은 신간 코너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요즘 공간에 꽂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빌렸다. 집순이인 나는 집이 좋다. 집 꾸미기가 좋다. 유튜브로 오늘의 집을 보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 살고 있나. 어떻게들 해놓고 사나.



공감 가는 글이 많았다. 최소주의 생활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이웃을 이해하는 방법. 친구와 절교 후에 느꼈던 당혹감.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찾아가는 『자기만의 공간』의 글은 편안했다.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지 않고 과한 수사 없이 마치 자신에게 건네는 듯한 무심한 위로의 말이 들어 있었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이 보이곤 한다. 유주얼은 단정한 사람일 듯하다.


생활을 꾸리는 형태로 보나 세계를 이해하는 건강한 시선으로 보나. 그동안의 집 주소가 적힌 초본을 떼어 볼 때. 나 역시 많은 곳을 다니며 한곳에 정착하기를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저곳에 내 이름과 주소를 남겼다. 변기가 막혀 심야에 사람을 불러야 했을 때. 어떤 의도도 담기지 않은 "여기 혼자 사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유주얼은 당황한다.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는 의미로 묻는 좋은 일에 대해. 그 좋은 일은 없지만 다른 좋은 일은 많다고 외친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어렵다. 실패에 관해서는 더더욱.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그 일에 대해 쓰는 건 조심스럽다. 상처를 주었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에는 서툴다. 『자기만의 공간』을 읽으며 미움과 질투라는 감정에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다.


자기만의 공간에 산다는 건 그 모든 감정을 껴안고 나를 미워하지 않아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하고 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일. 소박한 오늘 하루의 투 두 리스트이다. 창고를 비우는 일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그 일은 내일로. 그래야 내일이 기다려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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