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사나이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2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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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의 『두 얼굴의 사나이』를 읽고 소설에 관한 내용을 써야 하는데 자꾸 딴 생각이 든다. 이틀에 걸쳐 책을 읽었다. 전자책으로 111페이지였다. 이 정도면 하루 안에는 끝낼 수 있는 분량인데. 소설을 읽는 동안 집중을 하지 못한 결과이리라. 두병이라는 인물이 주인공. 왠지 두 명을 나름 은유적으로 바꿔서 두병이라고 지은 것 같은 의심이 살짝 들기도 한다.

두병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말한다. '돌아가'라고. 그는 그 목소리에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응수하고. 이쯤 되면 정신분열증에 걸린 인물이겠거니 눈치채야 맞다. 그런데 나 못 챘다. 이상하게 딴 생각. 그러니까 들어오기로 한 돈은 언제 들어올 것이며 몸을 움직여서 무언갈 먹으면 좋을 텐데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책을 읽어온 가닥이 있어 이야기를 쫓아간다.

두병은 이리저리 거리를 배회하고 그를 쫓는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전직 경찰관 종현. 그는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된다.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술에 취해 사고를 쳤고 경찰을 그만두어야 했다. 처음엔 술집을 했다가 간판을 바꿔 심부름센터를 연다.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한눈에도 부자인 듯한 남자는 일주일에 천만 원이라는 보수를 주면서 어떤 남자를 감시해 달라고 한다.

그 남자는 두병이기도 하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배회하는 인물. 두병의 처참한 사연이 나오고 그가 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지 그는 왜 자신을 감시해 달라는지 이야기는 펼쳐진다.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꽤 두둑한 돈을 받은 종현은 서점에서 금색 만년필을 산다. 돈 걱정 없이 물건을 사는 홀가분한 경험을 한다. 나 왜 이 장면이 좋은지 추리했더니…….

『두 얼굴의 사나이』는 다른 인격이 되어버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까.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만나는 고난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를 묻다 미쳐버린 두 사나이. 두 사나이는 두 얼굴로 살아가기로 한다. 각기 다른 모습의 네 사나이를 만날 수 있다. '계량기가 돌고' 공과금이 나온다. 슬픔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말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인다. 나를 위로하는 일로 힘을 낸다. 버티지 못한다고 누가 나를 나무랄 것인가. 나에게 관대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 얼굴의 사나이』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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