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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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왕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어떤 일에 대해서 항상 미련을 갖고 산다. 왜 그 일을 했나. 왜 그 일은 안 했나. 물건을 사도 후회. 안 사도 후회. 조금 과장하자면 하루를 후회하는 일로 보내는 듯하다. 먹어서 후회. 안 먹어서 후회. 오랫동안 이런 상태로 살다 보니 후회하는 일이 나의 일이 되어버린 듯. 죽기 전 나는 삶에 대해서 후회만 하다 눈을 감을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 오늘을 보내라고 한다. 말이 쉽지.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만족하며 떠나겠지.

가키야 미우의 『후회병동』은 연명 치료를 거부한 시한부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따뜻하고 정감 있게 그려낸다. 나이와 연령이 다양한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서른셋으로 유방암 말기의 마이코. IT 회사 직원으로 일만 하다 병을 얻은 휴가. 말기 암 환자인 일흔여섯의 유키무라. 췌장에 생긴 암이 간으로 전이된 야에가시. 네 명의 환자를 돌보는 의사 루미코를 중심으로 병동의 이야기는 펼쳐진다.

루미코는 타인과의 대화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애인과 떠나버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 혼자 루미코를 길렀다.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어머니의 서글픔을 채워주려 했다. 의대에 진학해 어머니의 자랑이 되었지만 사회성은 좋지 못하다. 환자에게 건네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어려워한다. 그런 루미코가 뜰에 놓인 청진기를 주우면서 소설은 흥미진진해진다.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는 순간 환자의 속마음이 읽히는 것이다.

청진기를 통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들이 생에 있어서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듣는다. 어쩌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펼쳐졌을 인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환자 자신들은 다른 인생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후회로 가득한 삶이었다. 죽음이란 마치 내게서 머나먼 일처럼 행동했다. 그런 마음으로 그들은 루미코가 보여주는 인생의 문을 통해 들어가 다른 삶을 살아본다.

결과는? 옳고 그름은 없다. 자신이 선택한 삶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그때 그 일을 했어야 했나. 했다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후회의 마음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할 필요는 없다고 『후회병동』은 말한다. "선생님, 하루하루를 소중히 하세요. 누구나 죽게 되어 있고,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 정도가 딱 좋지 않나 싶어요." 젊은 아내와 아이를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휴가는 이렇게 말한다.

격렬하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최선이라고 믿는 길로 후회하지 않고 걸어가면 된다. 나의 선택과 결심을 존중하면서 말이다.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삶의 의미를 다감하게 일러주는 『후회병동』. 하루가 버겁고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 읽으면 씩씩하게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소설이다. 환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청진기를 통해 루미코 자신도 인생의 빛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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