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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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마흔이 되는 유코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여행사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그녀. 얼마 전에 캄보디아 출장에서 부하 직원인 미즈노와 분위기에 취해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다. 가키야 미우의 소설 『40세, 미혼출산』은 유코가 임신임을 확인하는 일로 시작한다. 먼저 든 생각은 자신의 나이. 이십대는 사내에서 유부남과 연애를 했다. 그 일로 결혼 시기를 놓쳐 버렸다. 일과 결혼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진 유코였다. 결심을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아이를 낳겠다고. 결혼은 그 후의 문제다. 유코는 임신을 한 상태로 아버지의 7주기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아직은 폐쇄적인 결혼관을 가진 친척들을 만난다.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유코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친척들. 여자 나이 마흔이면 결혼도 출산도 무리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동창들. 유코의 결심은 흔들린다.

회사 내에서도 은근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화장실에 누가 있는 줄 모르고 언니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렸던 것이다. 부하 직원인 미즈노는 자신의 아이냐고 물어본다. 미즈노가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아 유코는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게 시작이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고 일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40세, 미혼출산』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이끌어 가는 서사의 힘이 놀랍다.

유코는 아이를 낳아도 끝까지 회사에 남아 일하고 싶다. 육아 휴직을 쓰고 보육원에 보내고 단축 근무를 하고 싶다. 일본 사회가 가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40세, 미혼출산』에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노골적으로 퇴직을 강요하는 부장. 호주제를 중심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법적 제도. 소설에서 유코의 어머니는 딸의 임신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했던 행동은 유코의 남자 동창들을 찾아간 것이었다. 그들에게 법적인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한다. 서글픈 현실을 딛고 유코는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겠구나. 여성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에서는 더더욱. 유코는 흔들리기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소설은 유코 혼자 나아가게 두지 않는다. 좌충우돌이지만 유코 주변의 사람들은 유코의 결심을 지지하고 도움을 준다.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는 청량한 용기를 유코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치유받으면서 『40세, 미혼출산』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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