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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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라면 화성에 땅이라도 사두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옮겨가서도 슬픔에 빠지지 않으며 살 텐데. 2020년에는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수중 도시가 만들어지리라는 상상화를 그리곤 했다.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서 달나라에도 가리라는 막연한 상상, 은 상상일 뿐이었다. 봄이 되어 꽃이 피었다.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봄은 도착해 있다.

최정화의 소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어느 먼 미래의 일을 그린다.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힘든 별이 되었고 지구인들은 화성으로 이주해 간다. 화성은 지구인을 이렇게 표현한다. '돈이 덜 드는 만큼 힘을 못 쓴다.' 화성이 지구인의 입국을 허락해 주는 까닭은 싼값에 지구인을 부리기 위해서이다. 지구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화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과연 지구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을까.

어렵게 티켓을 구해 화성에 도착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아이디얼 카드가 없으면 화성 기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걸 몰랐다. 150명의 지구인들이 화성에서 마련한 숙소에 머무른다. 화성의 회사는 그들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오기 시작한다. 갈 곳이 없는 지구인에게 경제 사정이 어려운 화성인이 아이디얼 카드를 파는 것이다. 대신에 그들은 자신의 기억을 넘긴다. 기억을 없애고 화성 특별 구역에 들어가 몸을 의탁한다.

아이디얼 카드를 얻은 지구인은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기억을 교환하는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지구인과 화성인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나. 최정화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끊임없이 소설에서 환기 시킨다. 내일을 위해 어제의 나를 버려야 하는 삶을 축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화성에 안착해 살기 위해 기억을 교환하는 일은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화성이 배경이지만 이는 지구에서의 행태를 그리기 위함이다. 국경의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세는 배척, 혐오, 경계라는 단어로 명확하다. 전쟁과 기아를 피해 어렵게 타국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기억을 교환하고 아이디얼 카드를 받는 소설 속 설정은 지금의 이주민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서로의 기억을 이식받은 그들이 만난다. 나는 내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과거의 나를 받아들인다. 『메모리 익스체인지』의 미래는 가혹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고사하고 지구마저 버려야 한다. 힘들게 화성에 갔지만 그곳에서마저도 배척 당한다. 가진 게 없어 나의 기억을 팔아야 하는 미래는 부디 오지 말았으면. 나를 나이게 하는 기억을 안고서 봄 길을 걷는다. 버스에 앉아 흩날리는 꽃잎을 보는 것으로도 행복했다. 오늘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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