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박윤선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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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검색창에 이런 키워드를 넣어 본다. '책상 꾸미기, 방 꾸미기.' 0.1초 만에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준다. 소소한 꾸미기에서부터 업체와 함께한 인테리어까지.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엔 검색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입주 청소' 새 집은 아니지만 새 집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이들을 위해 청소의 신들이 집을 청소해준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동경을 검색 몇 번으로 잠재운다. 그리고 책상을 닦고 이불을 바로 정리한다. 물건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입지 않은 옷을 정리한다. 박윤선의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는 열다섯 번의 이사를 한 경험이 진솔하게 녹아 있는 책이다. 짧게는 1년 반 만에 길게는 5년 만에 이사를 다니면서 느낀 생활의 감정이 따뜻한 필치로 쓰여 있다.

책을 읽으며 나도 이사를 한 횟수를 세어 보았다. 기억나는 건 일곱 번. 기억나지 않는데 서류에 적혀 있는 건 열 번. 기억나는 일곱 번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았지만 이런 걸 글로 쓰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박윤선은 집순이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이 살아온 집에 대한 기억을 쓴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는 집을 사랑하지만 집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집과 짝사랑에 빠진 기록이다.

열다섯 번이다. 한옥집에서 기숙사, 원룸과 주공 아파트, 셰어 하우스, 베란다가 있는 집까지. 다양한 구조의 집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1인 가구라고 말할 줄 알게 되었다. 혼자 살면서 얻은 노하우도 제법 된다. 월세가 아닌 집을 얻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다. 전세자금 대출받는 방법도 들어 있다. 집을 구하면서 많은 중개인을 만났다. 애증의 중개인도 있고 애가 빠진 증만 남은 중개인도 있었다.

집이란 무엇일까. 사는 것일까 사는 곳일까.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에서 집순은 이사를 다니면서 계속 생각한다. 내 집이 아닌 내가 사는 곳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자신이 사는 곳을 임시 거처라고 여기지 않기로 한다. 기억에도 없던 생애 최초의 집을 떠올리는 것으로 책은 끝나지만 집순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부자가 되는 길은 부자여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 현실. 미쳤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집값 상승세. 명의만 내 것이고 실제 지분은 은행이 가지고 있는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집.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집을 대하다 보면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설거지는 밀리지 않고 가벼운 스텝으로 청소기를 돌리며 '내가 사는 집'을 좋아해 보자.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를 쓰며 동경과 환상이 아닌 사랑의 시선으로 집을 대할 줄 알게 된 집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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