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
윤이나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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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했다. 더불어 희망도. 받고 미래까지. 쓰고 보니 터무니없다는 생각도 든다. 용기, 희망, 미래라니. 물성이 없는 이 말들은 자칫 사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현실에서 이런 말을 주절거리는 이를 만난다면 피하고 볼 일이다. 책은 다르지 않지 않나. 책 표지에 용기, 미래, 태도, 고취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책이라면 말이다. 윤이나의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는 '내리막에 익숙한 밀레니얼을 위한 용기 고취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뭐든지 규정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밀레니얼 세대'는 다름 아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일 터.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를 쓴 윤이나까지. 밀레니얼들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2000년 즈음에 성인이 된 사람들. 용기를 가지기도 전에 IMF가 와서 용기를 가져가 버리고 희망을 찾기도 전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 희망을 빼앗긴 세대.

한없이 가난해질 수도 한없이 부자가 될 수도 있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윤이나는 1983년 생으로 선배 밀레니얼에 속한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사교육 없이도 들어갈 수 있던 아슬아슬한 선배 밀레니얼이다.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얻지 못했고 말이 좋은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각종 매체에 글을 쓰고 서른이 되던 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떠났다.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출산은 미래 계획에 없다. 현재 나 자신이 즐거운 삶으로 미래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는 밀레니얼 세대란 이렇고 저렇고 하는 특징적인 성격을 체계적인 분석과 수치로 정의하, 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가진 현실적인 어려움이 어디에서 기인했고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윤이나만의 담백한 시선으로 풀어 놓는다. 결혼, 출산, 취업에 관한 산뜻하고도 눈치 보지 않는 관점이 좋았다.

평등보다는 공정으로 밀레니얼이 겪는 문제를 이겨내자고 말한다. 우리의 문제를 미래를 볼모로 잡고 우리를 위협하는 기성세대에게 맡겨 놓는 게 아닌 '우리가 미래가 되어 가자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여러 부분에 책갈피로 표시해 놓았다.

그러니까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안 하면 대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애초에 잘못됐다. 결혼을 안 하면 무엇을 하느냐면, 살던 대로 산다.

지금도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겠냐고, 불안하지 않냐고 묻는다. 서른 중반이 되어 내가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사실은 삶은 대개 불안하다는 것이다. 남편도, 결혼이라는 계약도 내가 가진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할 것이다. 내 불안은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인 복지 안전망과 경제적 안정으로 해소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미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그 미래를 쓰는 과정에 있다는 것뿐이다. 이 말은 결국 우리가 빛을 향해 걸어갈 때에만 이 어둠을 벗어난 빛 속의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다.
(윤이나,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中에서)

이사를 다니면서 커튼은 포기하고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삶. 영화 <소공녀>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가 어떤 선택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아닌 능동적인 선택으로 삶의 방향을 조정해 나갈 수 있다는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했다. 커튼을 달지 안 달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튼 대신 얇은 이불을 압정으로 꽂아 놓고 10년을 살다가 책과 함께 그 방을 나왔다. 우리는 다른 공간에서 비슷한 밀레니얼스러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생기는 선택의 문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다른 세대 보다 더 많은 선택의 문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자. 선택으로 포기되는 기회비용이 많아 미래 따윈 개나 줘 버려 라면서 울 수도 있겠지만 실체 없는 미래 따위에 기대지 말자. 각자 살도록 하되 문제가 생기면 서로와 우리를 찾으면서 미래가 되어 보는 것이다. 위로 올라가기 보다 앞으로 걸어나가자고 말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는 그토록 찾고 싶었던 미래란 여기 있는 '나'라고 알려준다.

알죠? 파랑새가 어디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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