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 신동엽 50주기 기념 신동엽문학상 역대 수상자 신작소설집
공선옥 외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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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의 50주기 기념 소설집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에 실린 열 편의 소설을 천천히 읽었다.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쓴 작가들은 신동엽 문학상을 받았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좋은 작가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어느 소설가의 표현대로 상이란 잘하고 있다는 격려 정도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오래 읽어서 익숙한 작가도 있고 이름만 들었을 뿐 처음 읽는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5월이다. 때아닌 폭염이 찾아왔지만 그늘 아래에 서 있으면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마음이 살랑거리는 5월이다.

좋은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라고 여기기로 한다.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좋은 사람으로 내내 우리 곁을 머물고 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반가운 사람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번갈아 나와서 잊기로 했다. 공선옥의 소설 「오후 다섯시의 흰 달」은 이루지 못한 꿈을 한바탕 꾸는 주인공이 나온다. 아들과 부인을 잃고 그에게 남겨진 숙제란 딸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 자신의 방법으로 최선의 방법으로 키운다고 키웠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휴게소에 남겨진 그가 부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함을 공선옥은 애틋하게 남겨 놓았다.

창작을 한다고 가파도에 모인 작가들이 고장 난 자동차 르망을 고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김금희의 소설 「깊이와 기울기」에서 아련한 희망을 발견한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시간」은 용서도 체념도 할 수 없는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과 중년의 시기의 중간을 살고 있는 자들의 연대를 그린다. 김정아의 소설 「잃어버린 소년」은 분노를 넘어선 슬픔으로 응축한 절망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과거를 정당화하며 살아가는 현재란 지독한 범죄임을 일깨워준다. 「당산뜸 이웃사촌」에서는 김종광 특유의 넉살과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김하기는 묻는다. 조해진의 「경계선 사이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으며 상식을 외치던 자들의 외침은 무엇이었나를 추측해야 하는 소설이다. 타인이 쏟아낸 악담과 비난은 결국 어디로 흘러들어가는가를 탐구한 최진영의 소설 「그것」은 새로웠다. 상처를 주고받는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상처를 주기만 하고 받지는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며 나 자신의 생활과 태도를 점검하게 된다. 그러고 싶어서 소설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와 인물과 대화와 상황을 마주하며 빈곤한 사고력을 살찌운다.

시인은 명령했다. 단호하고도 힘차게. 껍데기는 가라.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주변과 나 자신은 힘들다.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서 소설이 있다. 소설에는 말하고 싶은 것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소외와 가난과 멸시와 배척을 이겨내는 힘이 소설에 있다. 알맹이를 찾고 우리가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내기 위한 몸부림이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에 담겨 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에서 나는 오늘을 위로하는 다정함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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