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앉아 씁니다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사이 료의 에세이 『웃기고 앉아 씁니다』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진짜 웃기고 앉아 쓰네였다. 『시간을 달리는 여유』에서 변의를 참지 못해 버스에서 내려 시골집으로 달려간 일화를 재미있게 읽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인 아사이 료는 하루에 4.7회 정도 화장실에 간다고 밝힌다. 『웃기고 앉아 씁니다』는 일러두기에서 '저자는 예민한 장의 소유자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사이 료는 책에서 익살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안과 의사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외부 행사에 나갈 때 입을 옷을 고민해 친구의 친구를 통해 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배구 마니아로서 했던 뻘짓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는 일본의 젊은 작가로 통한다. 대학생 때 문단에 데뷔해 나오키 상까지 받았다. 그런 그의 출생연도는 1989년 생이다. 젊다. 회사에 입사해 출근하기 전 글을 쓰고 점심때도 혼자 밥을 먹고 글을 쓴다. 회사원과 소설가로 두 세계에 발을 디디며 우뚝, 까지는 아니지만 굳건히 서 있다. 『웃기고 앉아 씁니다』를 읽으면 아사이 료는 항문 질환 때문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이 낫다는 걸 알 수 있다. 잘못된 진단 때문에 4년 넘게 항문에 병을 키웠다. 그리하여 병원 순례를 반복하여 열흘 동안 입원하며 수술을 받는 치료기록인 「항문기」가 탄생한다. 장엄할 정도의 치루 치유기인 「항문기」를 내가 왜 읽고 있어야 하나 의구심이 들지만 재미있다. 남의 고통을 즐거워하면 안 되지만 아사이 료의 에세이는 즐겁다.

배구 시합에 가서 팀원을 구하지 못해 서류 접수하는 아주머니와 팀을 이루고 세무사의 결혼식에 가서 이벤트를 하려고 소설가 유즈키 아사코와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일상을 담은 열두 편의 에세이와 신문 연재에 쓴 글 그리고 대망의 「항문기」까지 『웃기고 앉아 씁니다』는 독자를 웃기고 울린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했던 결혼식 웨이터 체험기, 외국에 나가는 친구를 위해 밴드 연주를 준비해주는 과정이 다채롭게 소설가의 일상을 장식한다. 국내에 아사이 료의 소설은 두 편 나와 있다. 『내 친구 기리마시 동아리 그만둔대』와 『누구』이다. 두 편 다 일본 내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누구』를 읽었는데 구직을 하는 인터넷 세대의 기묘한 이야기를 반전있게 그리고 있었다. 영상화하기 좋은 소재와 독특한 구성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에세이와 소설은 다른 감각으로 쓰인다. 아사이 료는 에세이에서 일상의 아사이 료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밴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사진을 책에 실을 정도로 뻔뻔한 모습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배구를 마음껏 하고 치루가 부디 치유되기를 기원한다. 그리되면 국내에 나오는 대로 그의 소설을 힘껏 읽어주겠다. 도넛 방석에 앉아 글을 쓰다가 춤을 추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무엇인지 아는 소설가 아사이 료의 매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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