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할 권리
이근화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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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도 권리가 필요하다. 이근화 시인의 산문집 『고독할 권리』를 읽는 동안 든 생각이다.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이 담긴 『고독할 권리』. 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동안 그는 내내 글을 쓸 고독의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아이 넷과 함께하는 일상이 어떤건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책상 앞에 앉아 문장 하나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오로지 혼자의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는 시인으로 생활인으로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자발적 고독을 강요하는 사회이다. 혼자라도 괜찮다고 광고하면서 1인용을 파는 세상. 한 끼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팔기 위해 혼밥족을 응원한다고 한다. 고독도 돈이 된다. 관계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고독을 판다.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으니 영화를 보고 여행을 떠나라고 권한다. 고독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고독을 산다. 이제 고독조차 돈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에 둘러 싸여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피곤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어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독할 권리』에는 복잡한 일상을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근화의 치열한 하루들이 담겨 있다. 엄마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는 카페에 찾아가 글을 쓰고 산책을 한다. 책을 읽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상을 남긴다. 영화를 보고 자칫 흘려보낼 수 있는 느낌을 묶어 놓는다. 자신이 쓴 시를 가져와 살아가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이곳에 붙들어 놓는다. 바쁜 와중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여 문장으로 옮겨 놓는다.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고독을 엮어 책으로 만든다.


혼자라서 쓸쓸한가. 혼자가 아니어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쓸쓸하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인간은 늘 질 수 밖에 없다. 나약함이 무기가 된다. 약한 우리는 고독을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견딜 수 있다. 나를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혼자를 견뎌야 한다. 이근화는 산책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파트 안에서 마주한 풍경,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고독을 선택한다. 아이가 새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그걸 들어줄 수 없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쓰고 늙어가는 자신이 세상이 지켜가야 할 정의의 편에 똑바로 설 수 없음에 안타까워 한다.


시인이기에 지칠 수 없다. 시인이기에 지칠 수 있다. 대립하는 두 개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낸다. 작가의 말에는 고독이 들어가는 책의 제목을 나열해 놓았다. 얼마나 고독하고 싶었으면 고독이 들어간 책들을 읽었을까. 고독이 돈이 되든 되지 않든 상관없다. 살 수 있다면 고독 따위 돈으로 사겠어. 국민의 권리에 '고독할 권리'를 추가해야 된다. 자신이 쓴 시를 놓고 떠도는 상념을 글로 쓴 시인에게 꼭 필요한 권리이다. 힘들게 마련한 고독의 시간에 이근화는 쓰고 싶은 시의 흔적을 여기저기 놓아두었다. 『고독할 권리』를 읽는 독자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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