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는 남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
김경욱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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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죽음 이후를 캐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 분명 남편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보험사에서 찾아온 남자는 이상한 말을 한다. 보통 사고가 벌어지면 운전자는 살기 위해 운전대를 반대 방향으로 꺾는다. 남편은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조수석에 누군가 있었다는 말이다. 사고가 나고 남편은 혼자 병원에 실려갔다.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남편은 죽었고 여자에게 남겨진 건 비밀번호가 걸린 남편의 휴대전화였다. 0000부터 9999까지의 숫자의 조합을 거치면 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남편의 휴대전화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여자는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의 휴대전화를 만진다. 


  김경욱의 소설 『거울 보는 남자』는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편의 기일에 여자는 남편과 꼭 닮은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따라간다. 벼락같이 나타난 남자의 얼굴에서 여자는 남편을 마주한다. 남자는 미용사였다. 여자는 미용실로 따라 들어가 남자 앞에 앉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가운을 입은 채 그대로 밖으로 나온다. 한 번만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남자를 찾아가 머리를 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멀리서 그를 관찰한다. 


  아홉 번 머리를 하면 한 번 커트가 무료라는 고객 카드에 얼굴을 그려 놓는 동안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묘한 우연이 남편의 얼굴을 한 남자와 여자를 마주 앉게 한다. 묘한 우연이라고 썼는데 그들이 자리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작용했다. 남편의 휴대 전화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순간 여자는 자신의 인생에 남겨진 퍼즐 조각들을 맞춰간다.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생명 보험에 가입했다. 남편은 결혼이 죽음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여겼다. 교통사고로 죽자 의사는 여자를 찾아와 얼굴 기증을 이야기한다. 안면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니 여자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여자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남편의 얼굴로 바뀌고 여자는 의사에게 동의하겠다고 말한다. 


  남자는 남편의 얼굴을 기증받은 사람이었다. 죽은 남편의 얼굴을 한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소설은 사랑의 완성이란 죽음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살아 있든 동안에 오해하고 불화한 사랑은 죽음의 문을 지나고 나서야 이해와 화해라는 말로 변경된다. 7년 동안 남편과 아내는 결혼 생활을 했지만 유지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오해하고 남편은 끝내 아내에게 자신을 이해받을 수 없었다. 


  『거울 보는 남자』의 인물들은 서로를 마주 보지 않는다. 남자와 아내는 거울을 통해 주고 받는 일방적인 시선을 견딘다. 어긋난 사랑의 상징을 보여준다. 거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할 때 그들은 남편의 얼굴을 지우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의 질문을 받아 답을 적어본다. 우리는 사랑한 적이 없다. 사랑을 했다고 착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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