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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몰라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규칙 ㅣ 생각을 더하면 5
게라르도 콜롬보.마리나 모르푸르고 지음, 일라리아 파치올리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6월
평점 :
우리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
사회에 규칙과 법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규칙과 법이 있어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유쾌폴리스'라는 도시가 나타난다. 유쾌폴리스라는 도시는 시민들이 규칙을 싫어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시민들 모두. 그 모습을 보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카페 주인 '거만한' 아저씨는 인도 위에 자동차를 주차한다. 사람들이 지나 다니기에 불편하다는 걸 알지만 '거만한' 아저씨는 상관이 없었다. 자기들이 알아서 지나다니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거만한' 아저씨는 단지 주차장에서 카페로 걸어오는 게 귀찮아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이 지역 담당 경찰인 '지역구' 아저씨는 '거만한' 아저씨의 불법 주차를 눈감아 준다. 매일 아침 '거만한' 아저씨의 카페에서 공짜 커피를 얻어 먹으니 이 정도는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카페 건너편 '나몰라' 아저씨가 개를 산책시키는데, 개가 똥을 쌌다. 하지만 '나몰라' 아저씨는 허리를 숙이고 싶지 않아 가던 길을 가 버린다. 그걸 '화가난'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개똥을 밟게 된다. 화가 난 '화가난' 아저씨는 보도블록에 신발을 문질러 버린다. 뭐 언젠가는 거리 청소를 하면서 치울 테니까 말이다. 이 유쾌폴리스도시 사람들은 공공장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도시는 꽤 더러워져 있지만 어느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편,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축구 결승전에서 심판이 '유쾌' 팀에 유리하도록 '폴리스' 팀에 반칙 경고를 주었다. '폴리스' 팀 선수들은 반칙을 하지 않았지만, 심판이 지난 주에 '유쾌' 팀 회장으로부터 아주 비싼 금시계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유쾌' 팀 회장은 수입의 일부만 신고를 하고 세금을 조금만 내서 이런 비자금이 많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유쾌폴리스라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규칙과 법을 지키지 않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처음부터 규칙과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면 살기 좋은 곳이겠지만, 규칙을 나름대로 지키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척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쾌폴리스는 아주 먼 곳의 다른 나라나 상상의 공간이 아니다. 바로 농담 반 진담 반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모습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씁쓸한 유쾌폴리스의 모습을 뒤로 하고 왜 사회에 법과 규칙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합법성, 정의, 자연법, 정당한 절차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몽테스키외가 왜 입버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국가 권력을 나누었는지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는데, 다수가 꼭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했다.
다음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수직사회와 수평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 등을 수직사회와 수평사회를 대비하여 비교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수직사회일 경우에 학교와 직장 등의 모습이 어떨지, 수평사회일 경우에 학교와 직장에서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이 될지 보여주었다. 수직사회라는 것 자체가 돈과 권력 등으로 그것을 가지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을 내리누르게 된다. 수평사회는 스스로가 생각하여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어쨌든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수평사회의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소규모의 작은 사회 속에서라면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규모의 큰 사회에서도 이런 이상적인 모습이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내용이 다소 어렵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도 사회 정의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책 중간 중간에 삽화가 조금씩 들어 있기는 했지만 다소 어려운 개념들이라서 관념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것이 유쾌폴리스 도시의 구체적인 얘기가 아니라 관념적인 용어를 줄글로 예를 들어 설명한 정도에 그쳐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