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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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가족들의 여유 찾기

 

 

강정연의 <바빠가족>은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특히,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고 볼 수 있는 '그림자'를 활용해 바빠가족의 어리석은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 어귀에서 살아가는 유별난 가족은 '유능한씨, 깔끔여사, 우아한양, 다잘난군'으로 모두 네 식구이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바로 그 이름에서 캐릭터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깔끔여사는 '깔끔'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새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밤사이 쌓였을 먼저를 털어내며 바쁘게 뛰어다닌다. 유능한씨는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채우고 다른 한 손으로 양말을 신으면서 부장님에 대한 충성으로 바쁘게 생각을 이어간다. 우아한양은 부은 눈에 얼음을 대면서 우아한 모습을 찾기 위해 바빴다. 그리고 다잘난군은 가방을 둘러메고 자신이 빨리 가서 교실 문을 열고 청소를 해놔야 한다면 바쁘게 현관문을 나섰다. 바빠가족은 모두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그들은 항상 "바쁘다, 바빠1"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우리도 바빠가족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바쁘다'는 말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왜 우리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해서 36시간, 48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루를 바쁘게 지내다가도 여유가 있는 저녁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있는 문화 행사도 그냥 지나쳐 버릴 때가 많다. 저녁이 없는 삶,,,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일 것이다.

 

이런 바빠가족이 어느 날부터 바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림자들의 파업 때문이었다. 그림자 세계 속에서 바빠가족의 그림자들은 바쁜 생활에 지쳐서 바빠가족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다잘난군은 뽀글뽀글 파마머리 모양을 한 자기 그림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날 밤에 그림자들의 얘기를 우연히 들은 다잘난군은 그림자 문제를 다른 바빠가족들에게 얘기한다. 서로의 그림자가 바뀌어 바빠가족들은 오랜만에 집에 모여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날 밤에 바빠가족들과 그림자들의 담판이 이뤄지게 된다. 바빠가족 그림자들은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는 바빠가족들에게 지쳐서 그들 곁을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되면 바빠가족들은 그림자가 없는 유령이 되는 것이다. 그림자들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바빠가족들이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다.

 

다음 날부터 바빠가족은 여유롭게 생활하려고 했지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생활패턴이 금세 바뀌기는 힘들었다. 그럴 때에 바빠가족들에게 붙어 있던 그림자들이 바빠가족과 반대로 행동하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바빠가족들은 의도하지 않게 자신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습관을 조금씩 바꿔 나가게 된다. 유능한씨는 부장님이 아니라 부하직원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깔끔여사는 이웃집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우아한양은 완벽한 모습을 버리게 되었고, 다잘난군은 운동장에 나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게 되었다.

 

그림자들과 조정 기간으로 한 달이 지난 바빠가족들은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빠가족들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이 동화책에서 '그림자'들은 주체적으로 바빠가족들이 여유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상황을 바꿔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바빠가족들을 그림자가 없는 유령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자가 우리에게 해주는 것은 없어도 그래도 그림자가 없으면 이상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몇 년 전에 나온 동화책인데,,,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그때보다 더 바빠지고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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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22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이 그림자처럼 항상 우리 곁에 졸졸 따라오잖아요. (따라온다기 보다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따라다니는 형편이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가족들과 대화할 수 있는 최소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

바람향 2015-11-27 14:5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요새 함께 있어도 다들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카페에 가봐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하는 게 어려워진 것 같구요. 서로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대화할 때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밥 먹을 때 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 놓자고 하는 거겠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