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눈을 떴으면 책 읽는 조랑말 1
함영연 지음, 장명희 그림 / 마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대개 “인간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해야 “인간을 사랑하는 것일까?” 덕이 있고, 너그럽고 따스한 마음을 지녔다면 인간다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동화책 “딱 하루만 눈을 떴으면”의 주인공 민우는 생후 18개월부터 망막색소변성증이란 희귀병에 걸린 이후로 지금까지 성장하는 동안 망막 세포가 죽어가다가 작년부터 완전히 시력을 잃고 말았다. 때문에 유치원을 함께 다니던 친구 희찬이는 일반초등학교로 진학했지만, 민우는 특수학교인 맹아학교에 다닌다.

희미하게나마 눈이 보였던 세상에서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이제 막 입사한 신입생 민우는 금낭화가 아름답게 핀 봄꽃도 볼 수 없고, 희찬이가 새로 알게 된 여자 친구 수희도 볼 수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안심 되는 것은 엄마가 민우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특수학교에 간 민우는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상체보호법, 하체보호법, 신체정렬법 등의 ‘자기 보호법’을 배운다. 또 둘째 손가락이 길어진 것이라는 지팡이에 의지해서 혼자 걸어야 하고, 매사를 새롭게 적응해나가야만 하는데 커다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엄마의 태도가 달라졌다. 시간 날 때마다 읽어주던 동화책도 안 읽어주고, 점자책을 읽으라고 한다. 하지만 민우는 읽지 않았다. 피아노도 배우지 않았고, 엄마의 말처럼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 모두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엄마의 돌변한 태도 때문이었다.

민우가 잘 할 수 있게 물레를 돌려주던 엄마, 맹아학교를 등하교 시켜주던 다정한 엄마는 어디로 가고, 엄하고 쌀쌀하기만 한 엄마는 매사를 혼자서 스스로 하라면서 민우에게 회초리까지 든다.,

민우는 엄마가 안 보이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민우는 순식간에 자신은 귀찮고 쓸모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매캐한 냄새가 나고, 가스불을 꺼달라는 엄마의 말소리도 들려오지만 민우는 가스불이 있는 방향을 알 수 없어 당황한다. 아슬아슬하게 들어온 동생 주리가 가스불을 끄고나서야 민우 때문에 아프고 싶어도 아플 수 없다던 엄마가 병으로 쓰러졌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민우는 엄마의 사랑이 민우를 떠난 것이 아니라 엄마 없어도 민우 스스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 그처럼 쌀쌀하게 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던. 민우는 아픈 엄마에게 죽을 쑤어 드리기 위해 딱 하루만 눈을 뜨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참으로 마음 따스해지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가슴 한 가득 느껴지는 이야기여서 누구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경자(함초롬)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심보감 따라가기 학고재 동양 고전 1
함영연 지음, 송효정 그림 / 학고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란색 바탕에 실을 꿰어 책을 맨 형태의 표지화를 처음으로 만났을 땐 조선 시대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고, 계선(繼善)ㆍ천명(天命)ㆍ권학(勸學)ㆍ치가(治家) 등의 한문들을 풀이하는 글들로 책장이 빼곡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책 표지를 열고 들어가면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말이 독자를 반기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5년 만에 얻은 아들이라 과보호를 받는 귀남이와 이별 여행을 떠나느라 큰집에 맏겨진 귀남이의 사촌형 인규와 만나게 된다.

인규는 귀남이가 물 떠오라는 심부름 등을 시킬 때마다 화가 나는 걸 꾹꾹 참지만 괴롭다. 갈등의 나날을 보내던 인규는 할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뜻에 따라 귀남이와 함께 7박 8일 동안 강릉 따라길 걷기 캠프로 보내진다.

부모랑 떨어져본 적이 없는 귀남이, 이혼 여행을 떠난 부모 때문에 불안한 인규는 처음만난 친구, 형들과 함께 강릉 따라길을 걸으면서 이제까지 괜찮다고 여겼던 자기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즉 귀남이는 학교에서 공부 못한다고 따돌림 당하는 괴로움을 인규에게 고백하고, 부모가 이혼할까봐 불안한 인규는 마음이 심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강릉 따라길을 걸으면서 계선, 천명, 계성, 효행, 근학, 준례라는 명심보감을 차례로 익히고, 생각주머니를 발표하는 동안 마음속의 괴로움은 긍정적 사고로 바뀌었고, 마침내 인규는 부모님이 이혼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 변화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자녀에게 읽히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으랴. 정말 유익하고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님 안녕' 그림책은 지금은 여섯 살이 된 한슬이가 14개월 때부터 좋아했던 아기 그림책이다.

 한슬이가 14개월 때는 "엄마" "아빠" "빠이빠이" "어부바" "물" 등의 말을 구사할 수 있었고, 크림통 뚜껑을 돌려서 열 수 있으며, 뜨거운 그릇이나 위험한 것은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아무 거나 입에 넣고 삼키지 않았다.

또한 그림책을 보는 눈길도 기호가 생겨서, 어떤 그림은 한 번 두 번 반복해서 보는가 하면,여러 가지 그림책들 중에 선호하는 그림책도 있었다. 

지금은 19개월인 한슬이의 여동생 다현이도 한슬이의 발달과 별차이가 없는데, 언어발달이 늦는다. 하지만 한슬이처럼 병뚜껑을 돌려서 열 수 있고, 뜨거운 그릇이나 위험한 것은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여러가지 그림책들 중에 선호하는 그림책도 분명 있다. 

그중에서도  [ 달님 안녕 / 하야시 아끼코 글 그림 ] 그림책을 아주 좋아하는데, 특히 
구름이 달을 가린 장면에선
매우 불편한 음성으로 구름이 비켜나기를  바라는가 하면,


그림책 뒷표지에 있는 달 그림을 보곤
달님처럼 혀를 길게 빼며 즐겁게 웃는데
그럴 때면 엄마도 혀를 길게 빼면서 아기와 함께 그림을 즐긴다. 

또, "달님 안녕, 그림책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정확히 집어내온다.  


 

 

2010. 7. 31. ⓒ金慶子(함초롬)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널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 장미란 (옮긴이) | 논장 | 2002-09-15




 ‘터널, 이 그림책은 서로 상반된 성격의 남매가 집을 떠나 남다른 시련을 경험하면서,  미숙한 존재에서 독립된 존재로 성장하는 통합된 성격으로의 발달을 보여줍니다.  

 여동생인 로즈는 그의 빨간색 옷처럼 마음이 따스하고 열정적인 아이입니다. 하지만 아직 누구에게 자신의 열정과 따스함을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자기 속에 숨어 있는 따스함과 열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로즈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마녀나 괴물이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거나 공상에 빠져 있습니다.

반면 로즈의 오빠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축구공을 차거나 뒹굴면서 뛰어놉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오빠가 남성적이고 활달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단단한 벽돌 담장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겁 많은 동생 로즈에겐 관심이 있어, 늑대 가면을 쓰고서 잠자는 동생 방에 들어가 동생을 놀래켜주며 장난을 치곤합니다.

밤이면 낮에 활동을 많이 한 오빠는 곤히 잠들지만, 로즈는 말똥말똥 깨어 있습니다. 로즈는 깜깜한 밤을 너무너무 무서워하기 때문이지요. 로즈의 방을 살펴보면 어딘지 모르게 무시무시합니다. 벽에는 빨간모자의 아이가 무서운 늑대와 마주하고 있는 그림 액자(월터 크레인의 그림)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엔 옛이야기에 나오는 오두막집 램프가 켜져 있고, 천정에도 둥근 갓의 스탠드가 걸려 있습니다. 때문에 불이 켜져 있는 데도 옷장에서 비죽이 나와 있는 옷소매나 빨간외투의 소매자락, 그리고 늑대가면을 쓴 오빠의 그림자가 무서운 분위기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즈의 이불 위에 펼쳐진 채 놓여져 있는 마녀의 그림이 있는 그림책과 침대 밑에 발바닥이 뒤집혀진 채 벗어놓은 로즈의 신발은 마치 로즈가 너무나 무서워서 황급히 신발을 벗어던지고 침대로 들어간 듯이 보입니다. 
 아무튼 동생 로즈와 오빠는 늘 티격태격 싸웁니다.

서로에게 관심은 있지만 관심을 나타내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티격태격하는 남매를 지켜보던 엄마가 어느 날 아침, 화를 내며 남매에게 말합니다. “둘이 같이 나가서 사이좋게 놀다 와! 점심때까지 들어오지 마.”

사이좋게 놀으라니요? 티격태격 싸우면서 놀아도 함께 놀까말까인데 사이좋게 놀으라니요. 때문에 둘은 더욱 같이 놀기 싫습니다. 그런 남매가 찾아간 장소는 바로 쓰레기장이었어요. 쓰레기장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쓰레기장은 어쩌면 ‘버림받음’일지도 모릅니다. 쓰레기장이란 장소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이 버려지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오고 싶어서 왔어? 나도 이렇게 끔찍한데 오기 싫어.”라고 하는 여동생의 말처럼 잠시 동안이긴 하지만 이 남매는 엄마에게 쓰레기처럼 버림을 받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나온다는 것은 어머니로부터 벗어났음입니다.  

혼자서 여기저기 살피러 다니던 오빠가 조금 있다가 동생을 부릅니다. 즉 터널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것 봐! 터널이야. 저 끝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낯선 일에 미숙한 동생은 마녀나 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싫다고 하지만 오빠는 혼자서 터널 안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그렇잖아도 겁이 많은 동생은 터널이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하고 오빠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가 나오지 않자 동생은 할수 없이 오빠를 찾아 공포감을 무릎 쓰고 터널 속으로 들어갑니다. 동생 혼자였다면 절대로 들어가지 않았을 터널을 오빠를 찾기 위해 들어간 것입니다. 자신이 수호령처럼 지니던 마녀 그림책을 놓아 둔 채로 말입니다. 
 

동생이 들어간 터널 속은 마치 로즈가 생명으로 태어나던 최초의 장소(엄마의 아기집)처럼 축축하고 미끄럽습니다. 또 으스스하기도 하고요. 터널 반대편엔 고요한 숲이 있었어요. 오빠는 보이지 않고 숲은 갈수록 컴컴하고 울창했습니다. 동생은 늑대와 거인의 형상을 한 나무들이 무서워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지요. 하지만 동생의 가슴에 숨겨진 온정어린 마음은 오빠만 버려두고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제까지 티격태격 싸우기만 했던 오빠, 동생이 겁 많다고 늑대가면을 쓰고서 놀려주던 오빠, 동생이 검은 후추를 선택하면 하얀 소금을 주장하던 오빠, 그런 오빠를 구하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겁 많은 동생은 늑대의 형상을 한 무시무시한 나무들의 곁을 마구 뛰어갑니다. 
 
얼마나 달렸던지, 숨이 찬 동생이 멈추어서자 빈터가 나타났고 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황량한 그 장소엔 돌로 굳어버린 오빠가 서 있었습니다.

동생은 처음으로 오빠를 위해 혼자서 무서운 숲을 달렸고, 돌이 된 오빠를 마침내 발견했지요. 돌이 된 오빠는 작은 돌들이 원을 이룬 장소에서 달리는 자세로 돌이 되어 있었어요. 돌이 된 오빠를 본 동생은 차갑고 딱딱한 오빠를 와락 껴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많은 신화들에서 사랑의 눈물은 기적을 일으킵니다.  
 
“아, 어떡해!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봐!” 안타까워하는 동생의 따스한 마음에 돌이 된 오빠는 조금씩 색깔이 변하면서 부드럽고 따스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황량하던 주위의 풍경도 서서히 바뀌어갑니다. 돌이 된 오빠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움직이더니, 어느새 오빠로 변하여 반갑게 말합니다. “로즈! 네가 와 줄줄 알았어.” 이보다 더한 소통이 있을까요? 오빠는 로즈가 올줄 알았으니 말입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오빠의 주위에 원을 그리고 있던 작은 돌들이 오빠의 모습처럼 데이지 꽃으로 변했습니다.(이 동그라미가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이제까지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남매의 성격이 비로소 균형을 잡아 통합되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오빠는 동생을 신뢰하게 되었고, 더 이상 겁쟁이 동생이라고 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로즈가 그 무서운 터널을 지나고, 그보다 더 무서운 늑대형상의 나무들 곁을 지나온 건 절대로 미숙하고 겁많은 로즈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즉 로즈나 오빠나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동생과 오빠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들은 터널이라는 장소를 통하여 그들이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잘 알 수 없었던 자기 안의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서로 상반된 성격이 통합되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점심을 차리고 있었고, 남매를 본 엄마가 말합니다.
“어서 오너라. 둘 다 아주 얌전하구나. 별일 없었니?”
둘 다 얌전하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이제 더 이상 티격태격 다투지 않는다는 의미이겠지요. 둘은 이제 서로 신뢰함으로 웃음 띤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가 통하니까요. 엄마는 참으로 현명했습니다.  누구든지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각 장면마다 왜? 라는 의문을 제시하면서 그 의문들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동안 독립된 인격, 통합된 성격으로 한층 더 성장할 것입니다.  ♧








2010. 7. 31. ⓒ金慶子(함초롬)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읽는 도깨비를 읽고나서…….


‘책 읽는 도깨비’……, 이 책은 이야기가 술술술 읽히면서 위트와 유머가 가득하다. 글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글자들이 마치 시어들을 나열해놓은 듯이 양쪽에 여백을 충분히 둔 데다, 매 장마다 그림이 삽입되어 작은 그림책을 보는 듯하다. 또 표지를 열면 익숙하던 글의 차례(목차) 대신 책에서 만나는 등장인물들(고리짝도깨비, 빗자루 도깨비, 공책도깨비, 세종대왕, 구두쇠 영감, 선비, 바둑이와 철수, 와글와글 책벌레들)의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어, 마치 도깨비의 총서라도 보는 듯했다. 
 

 처음엔 고리짝 도깨비가 고리짝의 주인을 찾아가 돈 냄새를 맡기 위해 돈을 훔치지만, 나중엔 돈을 모으기만 하고 쓸 줄 모르던 주인영감처럼 돈에 눈이 어두워 영감의 돈을 다 훔치고도 다른 마을의 부잣집들을 돌며 돈을 훔쳐 모으는 데, 이런 도깨비의 모습은 진정한 도깨비의 모습을 벗어나 대도(大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리짝 도깨비는 돈을 훔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시골의 땅을 값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을 모으는데, 빗자루 도깨비와 공책도깨비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고리짝 도깨비의 재산을 축적하는데 혈안이 되지만, 이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돈을 많이 소유하는 것은 그에 따른 고충이 있고, 손쉽게 이동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그리하여 세 도깨비들은 그들의 천적인 개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상황을 불안해 하던 고리짝 도깨비는 두 아우 도깨비를 남겨둔 채 혼자서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 가서 운 좋게도 벼락 맞은 버드나무의 구멍에 둥지를 틀게 된 고리짝 도깨비는 도시 생활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향의 아우 도깨비들을 부르지만 그 장소 역시 천적인 개들 때문에 오래 살 수가 없게 된다.

 고리짝 도깨비는 공책도깨비가 제안한 ‘사람들처럼 도깨비의 집을 짓자’는 데 찬성하고, 그래서 도깨비 집을 지을 명당자리를 찾아낸다. 명당자리에 도깨비 집을 짓기로 한 세 도깨비들은 땅주인들이 집을 지으려고 할 때마다 처음엔 돌을, 두 번째엔 온갖 똥들을 갖다 놓아서 땅 주인으로 하여금 땅을 값싸게 팔도록 한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땅을 산 선비로 하여금 그 명당 자리에 집을 짓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데, 이 선비는 도깨비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수수께끼를 낸다. 그것도 얄팍한 수수께끼를 말이다. 도깨비들이 무시하지 말라며 내기를 걸자 선비는 문답을 하자고 한다.

 그리하여 선비가 “인붍통고금이면?” 하고 묻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도깨비들은 선비에게 공책과 사인펜을 내밀면서 인불통고금이란 문을 적으라고 한다. 그리하여 공책에 적힌 글자‘人不通古今이면’ 이란 한문을 본 도깨비들, 한글밖에 모르는 공책 도깨비만 나무란다.

 그리하여 거리에 나가 어느 여학생으로부터 세종대왕이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정보를 얻은 세 도깨비들은 빗자루를 타고 세종대왕이 계신 여주 영릉을 향하여 날아간다.

 책으로 가득 찬 세종대왕의 능 안에 들어간 도깨비들은 대왕 앞에 엎드려 인사를 올리고,

“인붍통고금이면?”이란 선비의 문을 대왕앞에 보여주며 답글을 적어달라고 한다. 대왕은 도깨비들이 앞으로 글을 배우고 책을 읽겠다는 약속을 하게하고 ‘마우이금거(馬于而襟据)니라‘는 답글을 써주면서 세 도깨비들에게 3권의 책을 서점, 문고, 책방 등에서 사다 달라고 한다.

 빗자루를 타고 세 도깨비가 집터로 오니 기다리고 있던 선비가 답을 말하라고 한다. 고리짝 도깨비가 세종대왕이 적어준 종이를 펼치고, ‘마우이금거니라’ 고 읽지만 선비가 그 글의 뜻을 말하라고 하자 도깨비들은 알 수가 없다.

 다음 날세 도깨비는 33호선 전철을 탔고,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큰 책방 가는 길을 알아낸다. 마침내 서점에 간 도깨비들은 북마스터 아가씨에게 대왕이 적어 준 3권의 책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내밀며 이 책을 달라고 한다. 아가씨는 책을 찾아냈고, 도깨비들은 책을 받아든다. 하지만 공책 도깨비가 ‘인불통고금이면 마우이금거니라’ 고 적인 종이를 내밀며 이 책도 달라고 하자 아가씨는 책의 제목을 말하라고 한다.

 세 도깨비는 대왕이 부탁한 3권의 책을 사들고 대왕을 찾아간다. 대왕은 도깨비들에게 읽어보라면서 책 한 권을 준다. 세 도깨비가 집터에 오니 밤 여덟시가 넘었고 답글의 뜻을 주기로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도깨비들은 자기들이 내기에 졌다면서 이 땅은 선비의 것이라고 말하곤 그 자리를 떠난다.




 버드나무로 돌아온 세 도깨비들은 굴속에서 공책도깨비가 가르쳐 주는 한글을 배운다. 두 도깨비는 온갖 신통력을 다해 글을 배우고 마침내 글을 깨우치게 된다. 그 동안 명심보감에 푹 빠져 있던 고리짝 도깨비가 갑자기 답글을 알았다며 소리친다. ‘인불통고금이면 마우이금거니라‘ 이 말의 뜻은 ’사람이 고금을 알지 못하면 마소에 옷을 입힌 것과 같다.‘ 라는 거야. 너무나 감격한 세 도깨비는 얼싸안는다. 그 후로 세 도깨비들은 경쟁을 하듯이 많은 책들을 읽는다. 
 그러던 어느 그믐밤 선비가 어떤 집을 짓는지 궁금하여 찾아간 세 도깨비들은 아직까지 집을 짓지 않고 빈 땅 그대로인 걸 보곤 깜짝 놀란다. 나중에야 선비가 돈이 없어서 도서관을 짓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고리짝 도깨비는 여섯 개의 돈 자루를 선비의 명당에 던져놓고 돌아온다. 
 

 그리하여 명당 자리에 건물이 올라가게되고 선비는 땀 흘리며 일한다. 밤이 되면 선비는 으슥한 어둠을 향해 도깨비들에게 좋은 땅 싸게 얻게 해주고, 돈자루까지 주어 도서관을 짓게 되었으니 다 도깨비들이 덕이라고 감사한다. 건물은 쑥쑥 올라가고 마침내 멋진 건물이 완성되자 선비는 특별히 건물 맨 위에 통나무로 된 다락방을 만든다. 푸른 나뭇가지를 장식하여 으슥하고 어둡게 한 이 방은 바로 도깨비들의 방이다. 
 마침내 도서관 이름을 새긴 간판을 거는 날 선비가 글자를 가린 하얀 천을 벗기자 ‘책 읽는 ’도깨비 도서관’이란 간판이 나온다.
저자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책을 사는 즐거움을 말하지만 결론적으로 ‘도깨비 도서관’에 가면 더욱 좋다는 이야기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

2010. 7. 11. ⓒ金慶子(함초롬)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