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맘
한은희 지음, 최인령 그림 / 세계문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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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맘이란 표제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바로 종이호랑이였다.

종이호랑이의 의미는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더라도 종이로 된 호랑이라면 두려울 게 없다는 것처럼 미성년의 소녀가 아기 엄마가 되었다면 아무리 엄마라 하더라도 미성년이기 때문에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성년이기 때문에 거처할 방을 얻어 계약할 수도 없고

미성년이기 때문에 아기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도 없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종이 엄마가 되면 어떤 어려움이 있고,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미성년의 소녀가 출산했을 경우 냉대와 멸시를 하기 보다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책 속의 미혼모 유미와 명해린은 다 같이 미혼모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명해린 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유미야말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더욱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

물론 명해린도 자신이 낳은 아기를 입양시키지 않으려고 가족 몰래 아기와 함께 집을 나오지만, 그래서 어려움에 처하지만 준희 할머니의 도움으로 병에 걸린 아기를 입원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런 중에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외숙모의 남동생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명해린을 성폭행한 사실을 명해린의 외숙모에게 알림으로써 명해린은 아기를 입양시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명해린과 같은 페이퍼 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린 소녀라도 잠자기 전에는 반드시 문을 잠그고 자야 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바로 수면제를 먹고 자면서 방문도 잠그지 않고 잔 명해린의 허점이다. 게다가 임신 사실을 가족 중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아기를 입양시키지 않고 자기 혼자서 기르겠다고, 아기와 함께 집을 나온 무모함이다. 준희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맹해린의 아기는 황달과 열꽃으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설이니까, 명해린의 아기가 살 수 있었고, 소설이니까, 지성인인 유성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소설이니까 아기를 입양시키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01 누구! * 10

02 너 정말 몰랐어? * 20

03 솔직히 실망이다 * 32

04 그 일? * 45

05 참 낯설다 * 56

06 제발, 좀 먹어! * 67

07 유미야, 나 무서워 * 78

08 어쩐지 내키지 않았어 * 89

09 가야 해, 말아야 해? * 100

10 이런 치욕적인 만남이 있다니... * 109

11 더는 묻지 마 * 118

12 말도 안 돼! * 128

13 해 볼래요. 그래야 하니까요 * 137

14 이건 아닌데 ... * 150

15 이게 집이지, 이게 사람사는 집이야 * 160

16 내 아기예요, 내가 키울래요 *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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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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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이라는 표제처럼 이 이야기는 이상한 그림의 등장과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책을 읽는 내내 그림에 대한 해석에 몰두하게 한다.

더구나 책의 첫머리에 등장한 그림은 ‘임상심리’ 검사자가 심리 검사할 때 제시하는 ‘집, 나무, 사람’이라는 제시로 그려진 그림이어서 더욱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이상한 그림을 쓴 저자는 임상심리 검사자가 내담자의 그림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규칙을 깨부수고 내담자의 그림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간다. 즉 어린 시절의 ‘곤노 나오미’가 심리검사자의 지시로 그린 그림의 긍정적인 해석대로 되지 못하고 잔인한 살인마가 된다는 비밀을 폭로한 것이다.

왜냐하면 주인공(곤노 나오미)은 어린 시절에 자기가 사랑하는 조그만 새(문조)를 구하기 위하여 엄마를 살해했듯이 괴팍한 성격의 남편(미우라 요시하루)을 살해하고, 그 사건을 파헤치려는 ‘이와타 슌수케’를 살해한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위하여 ‘도요카와 노부오’까지 살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곤노 나오미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며느리인 ‘곤노 유키’를 살해하고 손자 유타의 엄마가 된다. 그것이 며느리 ‘곤노 유키’가 그린 다섯 장의 그림 중에 세 장의 그림에 담겨 있는 뜻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장의 그림은 곤노 나오미의 아들 ‘다케시’와 손자 ‘유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다. 곤노 나오미의 아들 다케시는 아내 유키가 그린 다섯 장의 그림 중에 세 장의 그림의 뜻(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살해한다는 뜻)을 해석하고는 렌이라는 닉네임으로 어머니에게 유서(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그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대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가늠도 안 됩니다.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를 써놓고 자결한다.

곤노 나오미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며느리를 살해하고, 손자의 엄마가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 다케시를 잃고야 만 것이다. 그러므로 곤노 나오미는 결코 행복해지지 못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면서 살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하는 작은새(문조)를 보호하기 위하여 엄마를 살해했듯이 곤노 나오미는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괴팍한 성격의 남편을 살해했고, 그 사실을 밝히려는 ‘이와타 슌수케’를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위해 ‘도요카와 노부오’까지 살해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곤노 나오미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다함없는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오직 상대방을 죽여버림으로써 자신이 안전해진다는 것만 터득한 것 같다. 즉 사랑과 행복을 얻는 방법을 잘못 배운데서 이런 잔혹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

<차례>

제1장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 15

제2장 집을 뒤덮은 안개 그림 71

제3장 미술교사의 마지막 그림 143

제4장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 그림 243


2023년 10월 21일. 김경자(함초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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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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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이 책은 한 사람의 혼잣말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고,

그래서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유머를 믿었기에 이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과연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그의 애독자인 저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해박한 음악적 지식이 저의 진취성을 만족시켜주면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작가의 유머 때문에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의 <콘트라베이스>란 어떤 악기일까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인터넷으로 콘트라베이스란 악기를 검색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콘트라베이스란 현악기는

첼로보다 몸체가 더 크지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35세의 젊은 남자 주인공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 형제 중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이야, 그를

사랑했겠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데야  어쩌겠어요.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분풀이로

예술의 길에 들어섰고,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며,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데 자부심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에 지휘자는 없어도 되지만

콘트라베이스란 악기가 없으면 안 될만큼 중요한 악기의 주자이기 때문이지요.

지휘자는 사실 음악사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19세기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의 국립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도 가끔은 지휘를

전혀 따르지 않고 단원들 마음대로 연주할 때도 있으니까요.

어떤 때는 지휘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발장단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연주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지휘자가 단원들 앞에서

자기 맘대로 허우적거리게 놓아둔다고 합니다.

 

첼로보다 크고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큰 이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는

그가 사랑하는 어머니 같기도 하지만 헤어지기 어려운 오래

된 애인과도 같습니다. 마치 주인공의 삶처럼 말입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도약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주인공은 호소합니다.

해박한 음악적 지식과 현대까지도 명성을 누리는 음악가들의 성품, 에피소드들을

꽈배기처럼 틀거나 양말 속처럼 뒤집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고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그의 직업은 공무원인만큼 

정해진 근무 시간만 잘 지키고 성실하다면 평생동안 신분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입니다.

1년에 휴가도 5주일이나 받고 월급도 2년마다 자동으로 오르고요.

 

하지만 주인공은 이처럼 안정된 직업을 가진 현재의 삶에 마음 편히

안주할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에  의하면 오랫동안 밀체된 공간에서

단체에 맞추어 살아야 했던 고정된 직업에서 비롯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체로 소속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콘트라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주인공 혼자서는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입니다.

 

주인공이 캑의 도입부에서부터 수없이 풀어놓았던 혼잣말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은 자신이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고,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콘트라베이스 주자인만큼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는데

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메조소프라노 가수의 노래에 감동하고부터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주인공은 20대 후반인 그 아가씨 노래를 듣고난 이후로 줄곧 그녀만 생각했으니까요.

주인공은 상상으로라도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또, 그 아가씨와 주위 사람들의 관계도 생각해 보고요.

하지만 주인공의 현재 성격을 보나 단체에 매인 직장 생활에서 볼 때,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새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없으며, 더구나 꿈에도 그리는

그녀와의 관계는 더욱 가질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그럴 경우 파멸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치 단체에 소속되지 않으면 콘트라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주인공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그는 자기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콘트라베이스 주자만 가지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사람은 항상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질적인 준비, 마음의 준비 같은 것 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현재 35세인 것으로 보아 십수년정도 단체에 소속된

생활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왔을 우리네 가정의

가장님들과  주부님들 또한 이 콘트라베이스 주자보다 나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변화시키지 못하는 심정 말입니다.

 

그래서 이 도발적인 사랑의 감정은 그 사람의 일생을 한 순간에 파멸시키거나

뒤집어놓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가정의 가장님과 주부님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 바로 콘트라베이스 주자입니다.

그는 아직 35세이고, 젊습니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섰고, 변화를 시도해 볼만한 나이라고 봅니다.

나이 40이 되기 전에 말입니다. 나는 그의 말처럼 그 소프라노 가수와 맺어지지 않더라도

변화할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단체에 소속되었을때만 연주하던 자세를 고쳐야만 합니다.

주인공의 방음된 방을 떠나서 말입니다.

 

새벽 기차를 타고서 하루 종일 걸려서라도 닿을 수 있는 시골이 있다면

그곳을 찾아가서라도 혼자서 콘트라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휴가 기간에도 두려움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방음된 자기 방에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니까 하는 말입니다.

때문에 그는 음악당에 가서 그가 흠모하는 여가수의 이름을 외쳐 부를 것이 아니라

그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악상을 떠올려서 작곡을 해 보는 것입니다.

 

주인공 남자가 그 여성을 사랑하게 된 동기는 여가수의 노래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의 무의식적인 내면이 변화를 바라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건조하게 살아왔던 삶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남자들의 무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 숨겨진 여성성(아니마)을 해방시켜야만 합니다.

 

이것이 콘트라베이스 주자에게 선물하는 저의 마음의 선물입니다.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를 읽고......ⓒ金慶子(함초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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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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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은 책은 천명관이 쓴 [고래]다.
2004년에 나온 책이고 이미 읽었던 책인데,
내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발견하곤 '이 책이 아직도 있네!'
라면서 책을 뽑아 오래된 기억을 회상하면서 다시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고난 느낌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었다.
대체 이 책이 나에게 안겨주는 허전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치 매듭으로 연결된 실타래를 끊임없이 풀어내듯이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그들의 삶을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나가게 했고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왜? 책을 다 읽고나서
일어서는 내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한 것일까? 그랬다. 이 책은 변화무쌍한 삶의 굴곡마다 
응당 있었어야만 할 등장인물들의 '성인발달'이 없었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릴적의
트라우마로 왜곡된 삶을 살아가면서, 복수심, 혹은 두려움, 혼란 등에 눈이 가려진채로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다 하나 하나 죽어갔다.  
그랬다. 이 책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벌레처럼 태어나 살다가 자신이
나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꿈꾸어 보지 못하고 벌레의 모습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이었고, 허전함의 정체였다.   


2011. 11. 4.ⓒ金慶子(함초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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