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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을 위한 심리학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매우 유익할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데,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책이 그랬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내용이 그렇게 유익했을까?
우선 전체적인 목차를 살펴보면, .여덟 가지의 제목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게 하였던 제목은 ‘힘들다고 말하는 당신 어떤 타입의 부모인가?’였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내가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서 나이로서의 세대차이, 교육으로서의 가치 차이, 성인이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 부분의 소제목들을 좀더 살펴보면 P79:자신감 없는 부모, P86: 마음이 너무 어린 부모, P92: 화를 잘 참지 못하는 부모, P98: 공감을 못하는 부모, P105: 원칙을 가볍게 여기는 부모, P110: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P116: 성격 장애가 있는 부모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저자가 위의 내용에 소개한 각 상담 사례의 부모들은 정말 문제가 있어서 저자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이지만, 나도 그들처럼 어떤 문제가 있다고 가정하면서 그러한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두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예를 들면 ‘화를 잘 참지 못하는 부모’에 소개된 부모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행동 조절이 안 되고 집중력이 짧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아)였는데, 아빠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게 큰 문제였다. 아이는 식사 시간마다 밥은 안 먹고 이리 저리 돌아다녔고, 그걸 참고 보아 넘기지 못하는 아빠는 불같이 화를 내며 “하지 마!”라고 호통을 친다. 아이가 놀라 숟가락을 던지고 도망치면 아빠는 의자를 던져서 난장판을 만든다. 밥먹을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이의 엄마는 말릴 생각도 못하고 둘째를 데리고 방으로 피신한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저자는 ADHD에 걸린 아이보다 그 아이에 대해 화를 참지 못하는 아빠가 더 걱정스러워서 검사를 해 보는데, 아니나다를까, 이 아이의 아빠 역시 ADHD이다. 저자는 문제 있는 아이 뒤엔 문제 있는 부모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무엇을 얻는가?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인데, 바로 아이 앞에서는 화라는 감정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말로써 “아이야, 나는 네가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면 무척 화가 나.”라면서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건한 태도와 말로써 표현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ADHD에 걸리지 않은 아이더라도 밥 먹는 시간이면 딴청을 피우거나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편을 읽어보면 아이가 제멋대로이고 못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데도 혼내지 않고 내버려둔다. 아이를 키우려면 적당한 비바람도 필요하고 덧난 가지는 잘라주고, 바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고 보호해줘야 할 부모가 오히려 자식의 힘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부모들을 살펴보면 마음속에 두려움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딪쳤을 때도 잘잘못을 가리며 따끔하게 혼내기보다 그 상황 자체를 힘들어하며 ‘아이가 대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다는 것이다. 또 자기 확신이 없어서 무슨 일이든지 아이에게 “네가 편한 대로 해.”라고 한다는 것이다. 뉴욕 대학 교수인 기너트 박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어떤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지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으며, 부모가 허락하는 행동의 분명한 한계를 알 때 아이들은 훨씬 더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소아과에서 스트레스성 위염 판정을 받았고, 공부도 잘하고 활발해서 학급반장을 맡고 있는 한 아이를 이야기한다. 이 아이는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여느 아이와 달랐는데, 엄마가 말을 꺼내면 “됐어~.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 라고 말하고. “치~ 자기나 잘하시지.” 하면서 엄마를 무시했다.
저자는 이 버릇없는 아이를 잠시 밖으로 내보낸 다음 아이의 엄마에게 왜 저런 못된 태도를 내버려두느냐고 묻는다. 저자의 질문에 아이의 엄마는 체념한 듯 “그럼 어떻게 해요. 원래 제가 그렇게 태어난 걸.”하고 저자의 말을 웃어넘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 엄마에게 따끔하게 말한다.
“그렇게 키우면 안돼요. 엄마를 무시하는 아이가 어느 누군들 존경할 수 있겠어요.”
위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 옛이야기에 ‘오냐오냐 하며 자식을 허용적으로 길렀던 부모가 나중에 자식이 크자 그 자식에게 몽둥이로 얻어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만 보아도 자식을 기를 때,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방치하여 양육하는 것이 그 자식은 물론 부모에게도 얼마나 해로운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아이의 엄마에게 아주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이렇게 하라’는 가이드를 해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독자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하면 ‘자식을 너무 허용적으로 길러선 안된다.‘는 점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고, 아이의 태도 또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하도록 허용하면 아이를 위하는 것 같지만, 아이의 양육을 방치하면 부모는 물론 아이까지 불행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내 생각이지만,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태어나 유아발달을 거친 후 3세부터 5~6세까지의 성장과정에서 좋은 것을 가지려면 노력해야 하고, 참을성도 가져야 하며, 희노애락의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일까지 훈련해 두는 것이 초등학교 이후, 성인 발달에서도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본다.
이와같이 이 책은 어떤 개인의 심층적 문제를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인식하게 됨으로서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 해결력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이 걸어간 심층적 문제 해결력을 터득하게 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유능감까지 갖게 한다.
실로 한 개인이 결혼이라는 의식을 거쳐서 나와 다른 또 한 사람의 운명에 연결짓는가 하면, 온몸의 살과 뼈가 자리를 비켜주면서 이루어지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격다 보면, 시간 상으로는 2~3년이지만 그 기간 동안 경험한 몸과 마음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여기서 한 개인이라 함은 어머니의 태내를 통해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 부모로부터 받아온 사랑, 또는 양육 스타일, 알게 모르게 전수받은 기질, 무의식적으로 전수받은 정서적 불안감 등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아직 아이를 갖지 않은 부부나 아직 결혼 전인 사람은 이 책의 276쪽에 있는 '아이를 갖기 전에, 체크해야 할 다섯 가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시댁 혹은 처가 문화에 적응했는가?
2. 가사 분담에 대해 배우자와 합의했는가?
3.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4. 기분이 나쁠 때 술이나 친구에게 의존하지 않는가?
5. 혹시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깊지 않은가?
위 다섯 가지중 첫 번째엔 결혼은 배우자와 둘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결혼은 배우자와 속해 있는 가족과 그 뒤에 따르는 온갖 집안 문제를 함께 협상해 가는 과정이며, 시댁 식구 또는 처갓집 식구들과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갈등을 해결해 나갈 자신만의 전략이 섰을 때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제시한다.
두 번째엔 아이를 낳기 전에 가사 분담을 확실히 해 두는 게 좋다고 한다. 반찬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빨래나 청소, 설거지 같은 날마다 해야 하는 집안일은 누가 언제 할 것인지, 앞으로 경제 계획은 어떻게 꾸릴 것인지, 집안의 대소사는 누가 챙길 것인지, 등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확인하고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세 번째엔 어차피 아이를 하나 혹은 둘을 낳을 거라면 경제력을 먼저 갖춘 다음에 아이를 갖는게 아이와 엄마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모두 옳은 말이라고 본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아이부터 두엇 낳고 난 부부들이 갈라서는 일들은 참으로 흔하다.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방학 때가 되면 나홀로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네 번째엔 결혼생활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기대했던 만큼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 때, 그러할 것이며, 나와 다른 배우자의 습관이나 일상생활이 달라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술에 의존하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일로 해소하려한다면 아직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말라고 한다.
다섯 번째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남몰래 고통 받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 전에 그 상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은 무의식적으로 대를 이어 자녀에게 전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힘들겠지만 자신과 아이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하거나 최소한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을 남겨두지 말라고 한다.
위에 열거한 내용 외에도 이 책에는, 임신기 엄마들에게/ 0~3년차 엄마들에게 /4~6년차 엄마들에게 / 초등 저학년 엄마들에게 / 초등 고학년 엄마들에게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엄마 또는 아빠들에게 ‘건강한 정신, 건강한 자녀 양육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2010. 2. 15 .ⓒ金慶子(함초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