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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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시뮬레이션의 의도와 목적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향상‘이다. 이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가상의 것이 실재의 것보다 더 나은 지점에 이미 도달하지 않았는가. 바나나 맛의 인공 감미료가 바나나 그 자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지않은가? 아니면 그랜드캐니언을 실제로 방문하는 것보다, 끝내주게멋진 아이맥스 영화를 통해 그랜드캐니언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낫다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 P273

이것은 사이퍼가 동료들을 배신하고 스미스 요원을 만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사이퍼는 부드러운 육질의 쇠고기 조각과 훌륭한 포도주를 즐기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스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내가 이걸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나의 뇌에다이게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고 말해 준다는 걸 알고 있다고. 9년이란세월을 보낸 후에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무지가 바로 행복이라는 거야." - P273

또 다른 장면을 보자. 네오는 차를 타고 예언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된다. 창 밖을 보다가 그는 갑자기 무언가를 알아보고 탄성을 지른다. "세상에, 내가 저기서 음식을 먹곤 했는데……. 정말 맛있는 국수였지." 하지만 그는 곧이어 ‘나는 이러한 삶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군・・・・・ 그것들 중 실제로 일어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라는 생각으로 실망하며 다시 등을 기댄다. 그는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한다.**네오의 기억들은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경험되었던것들이다. - P277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누군가가 동굴을 탈출하여 지표 밖으로 걸어 나온다 해도, 그가 발견하는 것은 태양 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세계, 혹은 지상선 supreme Good으로 충만한 세계가 아니라 황량한 "진실의사막"일 뿐이라는 점이다. - P284

그렇다면 매트릭스는 무엇인가? 단순히 라캉의 ‘대타자他‘ 인가,
가상의 상징계인가, 우리를 위해 현실을 구성하는 네트워크인가? 여기서 대타자는 상징계에서 주체를 조직적으로 소외시키며,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무엇이다. 주체는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상징 구조에 의해 말해질 뿐이다. 간단히 말해 이 대타자는 사회적실체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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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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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어스는 환원적 유물론자다. 네오에게 매트릭스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모피어스는 이렇게 묻는다. "실재라는 게 뭐지? 실재를 어떻게 정의하지? 촉각, 후각, 미각, 시각, 뭐 이런 걸 말하는 거라면 실재라는 건 그저 자네의 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일 뿐이야." 이것은 분명히 환원적 유물론의 입장이다. (여기서 모피어스가 ‘제거적 유물론‘으로 알려진 또 다른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이나신경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관점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것을 전제할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거적 유물론의 관점을 들으면 보통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트릭스>의작가들 중 한 명이 철학을 전공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이 관점을 뒤에서 논의하겠다.) - P210

내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환원적 유물론, 제거적 유물론 그리고 이원론을 구별했던 것을 상기하라. 지금까지 나는 매트릭스가 환원적유물론의 틀 안에서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제거적 유물론의 틀로이동하여 매트릭스를 보는 것은 매트릭스가 존재할 이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이 영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원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기계 안의 영혼‘ 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가?
아니다. 사실 매트릭스는 작가의 각본 그대로 작동할 수 있다. 단 작가들이 하나의 부가 원칙, 즉 의식의 의도성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 P219

모피어스 : 운명을 믿나, 네오?
네오 : 아니오.
모피어스: 어째서?
네오 :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자유.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것을 가질 수있을까? 모피어스는 인간들을 매트릭스에서 해방시키고 싶어한다.
사이퍼는 모피어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스미스 요원은 컴퓨터를 인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한다. - P226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면, 사이퍼는 모피어스에게서 벗어날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많은관객들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사이퍼는 매트릭스에서도 여전히 지배적인 입장에 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적극적인자유‘ 혹은 ‘......에 대한 자유‘가 결여될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을 할수 있는 자유는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28

칸트에게 있어, 당신이 좋은 삶을 영위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 이다. 만약 당신이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당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좋은사람이다. - P229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는 진정한 인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경험 기계 안의 사람들의 삶에는 무언가가치라는 것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언자라는 존재는 여전히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실재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진정한 대안이 그들에게 열려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하는 모든 선택들은 이미 정해진 것인가? - P231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진정한 운명론자는 단 한 명도 찾기 힘들 것이다. "13) 그에 따르면 운명론이란 "어떠한 일이 발생하든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는 믿음이다."14)예언자의 예언이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할 때,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운명론이 상당히 합리적인 관점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 P233

미래는 열려 있다. 그것은 미래가 하나 이상의 방식으로 전개될 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하나 때문에 자유 의지의 존재가 성립되는것은 아니지만(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운명이 결정되어 있는 사람보다 임의의 사건에 대해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적어도 그것은 자유의지를 가능하게 한다. - P241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모피어스는 우리에게 알려 준다. 예언자는 그녀의 추종자들이 길을 걷도록 돕는다.
그녀는 그들을 부추겨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예언자의 예지가 진짜라기보다 그녀가 예지를 가지고 있다는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네오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고, 이성의한계 안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세계에서 살 수 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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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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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며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당신의 눈을 가리는 세계이다. 그것은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실재 같아서, 그곳에접속되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다. 심지어 ‘그‘ 인 네오조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그의 눈을 가리는 장막을 벗겨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P193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철학이다. 우선 입맛을 돋우기 위한 전채 요리로 마음 - 육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제공될 것이다. 그 다음엔 두 가지 주요 요리가 나온다. 첫째는 인공지능, 특히 인공적인 마음의 가능성이고, 둘째는 형이상학, 즉 마음의 진정한 본질이다. 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인공적인 마음이 가능하며, 뇌의 상태가 마음의 상태라고 주장할 셈이다. 여기에는물론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것이다. - P194

매트릭스를 만든 존재가 아무리 지능적이고 창조적으로 보여도 그들에겐 생명이 없는 반면 우리에겐 생명이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존재하지 않느냐고?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트릭스를 만든존재들은 자율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 P202

기억하라, 매트릭스는 기계가 만든 영혼이다. - P204

빨간색을 본 적이 없다면빨간색을 인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가네브카드네자르호의 식사 시간. 마우스는 동료 대원들에게 다음과같이 묻는다. "기계들은 과연 테이스티 휘트가 실제로 무슨 맛이 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서 테이스티 휘트는 가상 아침 식사의 균형 잡힌 식단이다. 마우스의 질문은 기계들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그들이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그렇지 않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매트릭스를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들이 알고 있는지 관한 것이다. 이것은 또다른 마음에 관한 문제이다. 마우스는 그저 네오에게 테이스티 휘트가 어떤 맛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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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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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라고 모피어스는 말한다. - P132

‘거울-반영‘의 이미지를 가장 심오하게 사용하고 있는 장면은 예언자의 아파트 시퀀스이다. 승복을 입고 결가부좌로 앉아 있던 소년은 염력을 이용하여 숟가락을 구부린다. 그가 네오를 향해 숟가락을들어보이자 숟가락에는 네오의 영상이 비친다. 이것은 명쾌함과 진실을 대변한다. 그 진실은 소년과 네오가 공유하는 것이며 네오에게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숟가락은 없다." - P134

진실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lethia‘는 ‘벌거벗은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것은 적나라한 진실의 개념을 암시한다. 그는 거울로변신함으로써 최초의 진정한 각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지금껏 진짜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은 프로그램 된 환상이자 "우리를 끊임없이 통제하기 위해 건설된 컴퓨터가 만들어 낸 꿈의 세계"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 P134

‘앤더슨 Anderson(‘앤드루의 아들‘ 이라는 의미의 스웨덴어)‘은 ‘사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어근 ‘andr‘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어원적으로 앤더슨은 ‘사람의 아들‘을 의미하는데 예수는 종종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아들‘이라 칭하곤 했다. 영화 초반부에 네오는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로 불려지기도 한다. 네오가 초이에게 불법 소프트웨어를 건네자 그는 "할렐루야, 너는 내 구세주야. 나만의 예수그리스도"라고 말한다.
네오가 걸어가야 할 길은 예수의 일생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처녀 잉태도 이 가운데 하나다. - P148

"숟가락은 없다"라는 말에서 가장 분명하게 표현된다. "숟가락을 구→부리려고 하지 마세요. 그것은 불가능해요. 대신 진실을 깨달으려고노력하세요. 숟가락은 없어요. 그러면 구부러지는 것은 숟가락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 P153

칸트가 옹호하는 다른 대안은 계몽 철학적인 구원의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몽 철학의 원칙들은 미국 헌법에 구현되어 있다. 가치있는 유일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회 이다. 노예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킬 때라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만약 자신의 노력 없이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노예 상태로 다시 전락할 것이다. 칸트는 우리 자신 말고는 어느누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자기 해방은 우리각자가 스스로 발견해야 할 운명인 것이다. - P171

모피어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자유는 단순히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자신의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적인 자유도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차원 높은 해방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운명 혹은 숙명에 대한 참여이다. 그의 목표가 "문명의 절정"에 있는 우리의 ‘실제 현대 세계‘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은아닐 것이다. 이것과 다른 더 나은 세상, 자유와 행복을 결합한 인간완성의 세계일 것이다. - P176

그러므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네오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한다. "자네는 평생 동안,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껴왔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자네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 자네를 미치게만들지…………. 매트릭스는 어디든지 있어. 그것은 사방에 존재한다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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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 레비나스 선집 6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문성원 옮김 / 그린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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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타자로 이행함, 존재와 달리, 달리 존재함이 아니라 존재와 달리, 이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다. - P17

철학은 존재의 발견이며, 존재의 존재성은 진리이고 철학이다. 존재의 존재성은 시간의 시간화다. 즉 동일적인 것의 효소이고동일적인 것의 재포착 또는 상기이며, 알아차림의 통일성이다. - P70

[반면에] 근접성의 절대적이고 고유한 뜻은 "인간성을 전제한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과연 인접성 그 자체가 근접성 없이, 즉 다가감, 이웃함, 접촉 없이 이해될 수있는가? 그리고 이 공간의 동질성이 모든 차이에 맞서는 정의의 인간적 의미작용없이, 따라서, 정의가 그것의 항인 근접성의 모든 동기작용없이 이해될 수 있는가? - P176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근접성이 가리키는 인간성을 우선 의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앎이나 (결국 같은 것인데) 능력을 지닌 자아의 동일성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 P180

자기자신의 주체성이 지닌 부정적인 이성질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형용할 수 없는 신비를 인정하는 것이아니라, 종합-이전의, 논리-이전의,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원자적인, 즉 분할-불가능한in-dividuel 자기의 통일성을 긍정한다. - P232

열림에 대한 강조가 대신함까지이르는 타자를 위한 책임이라는 것, 탈은폐의 타자를 위함, 타자에게 드러남이라는 타자를 위함이 책임의 타자를 위함으로 변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 P260

박해받는 자는 언어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박해는 변명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해란 주체가 로고스의 매개 없이 공격당하거나타격을 입는 바로 그 계기를 뜻한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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