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평점 :
며칠 전, 핸드폰의 달력앱에 등록해 두었던 일정 알람이 있길래 봤더니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일정 알람이었다. 비행기 티켓팅이 완료되고 나서 하와이행 비행기편과 탑승 시간을 입력해 두었던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여행 계획이 취소되지 않았으면 지금쯤 하와이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했다. 지난 2월에 다낭 여행을 취소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던 친구를 보면서 6~7월쯤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난 28일 전세계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확진자수가 1,000만명을 넘었고, 일일 확진자수도 19만명으로 사상 최고였다는 기사를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은 도저히 생각해 볼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 좋은 건 역시 여행책이다. '언젠가 유럽'은 언젠가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인 파리, 빈, 프라하, 런번,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여행하며 각 도시에서 찾아가볼 만한 곳들과 그 곳에 얽인 흥미로운 일화와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소설, 이 도시에 살았던 예술가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꺼리들을 담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언젠가 유럽'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역사와 문화, 관련 영화 등을 통해 얻은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얼마나 여행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유럽의 도시들로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하루가 다르게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운 고층건물을 짓은 서울과 달리 짧게는 90년 된 카페에서부터 330년이 넘은 카페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유럽'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도시들 가운데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도시는 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베토벤과 연관된 장소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였을 빈에서 베토벤이 35년을 살았었고 30번을 이사하였다는 일화와 함께 베토벤을 위해 언제든지 살 수 있도록 5층을 비워놓았다던 파스콸라티 남작의 파스콸라티 하우스가 베토벤의 체취가 물씬 느껴지는 물품들로 가득 채워져있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으로의 여행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유럽' 덕분에 유럽을 대표하는 6개 도시를 잠시 나마 여행할 수 있어 즐거웠고, 올 여름 휴가는 '언젠가 유럽'에서 만난 영화들을 한번씩 보고, 소설과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읽으며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