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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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피아노 연주회에 가면 무대에 놓여진 피아노는 항상 "STEINWAY & SONS"였다. 그러다보니 최고의 피아노 하면 항상 "STEINWAY & SONS"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러한 스타인웨이에 대해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있었다. 필립 세이모어라는 노령의 피아니스트이자 줄리어드 음대 교수의 음악 철학을 소개한 에단호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연주회를 위해 여러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가 보관되어져 있는 곳을 방문하여 여러 피아노들을 연주해보는 장면이었다. 피아니스트들에게는 피아노마다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같은 품종의 나무일지라도 똑같은 나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피아노를 만드는 이들도 여러 사람이다보니 같은 소리가 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생각난 사람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피아노 조율의 대가이자 자서전 '조율의 시간'의 저자인 이종열씨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회가 열렸을 때마다 이 분의 조율을 거쳐야 했으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마다 피아노 조율에 대한 요청이 얼마나 다른지, 피아노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제임스 배런의  "스타인웨이 만들기"는 스타인웨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역사와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명 피아니스트들과의 일화들을 소개한 흥미진진한 책이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만드는 과정에서 피아노의 옆판에 해당하는 림(Rim)을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하고,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여러 겹의 나무를 조심스럽게 형태를 잡아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제일 까다로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림 작업을 하는 이들이 듣는 음악이 클래식이 아니라 재즈나 팝송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설립한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는데, 스타인웨이 가문의 원래 성이 슈타인베크 였다는 점과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과 세 아들이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의 피아노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하여 스타인웨이를 세웠고, 이 중 맏이였던 C.F.테어도어는 고국으로 돌아가 함부르크에 공장을 차렸고, 미국과 동일한 기준에 맞춘 동일한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과 미국 스타인웨이가 디자인측면에서 다소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데, 피아노의 암(Arm) 모양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현대식 콘서트 그랜드를 탄생한 중요한 전환점이 뉴욕만국박람회 출품용 피아노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연주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피아노의 음향을 내기 위해 줄의 길이를 늘이고 피아노 뚜껑 밑의 구조를 두 개 층으로 분할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으며,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피아노 중 최고임을 인정받았었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피아노마다 고유번호가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취재하는 동안 만들어지고 있었던 K0862가 완성되어 부여받은 번호는 No.565700이었다. 즉, 스타인웨이가 만든 565,700번째 피아노라는 의미였는데, 정말 경이로운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 에밀 길레스, 이매뉴얼 액스, 이보 포고렐리치 등 클래식음악가들에게 친숙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과 스타인웨이 피아노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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