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에게 말하다 ㅣ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영화야 미안해>에서 김혜리의 진가를 알아본 탓에, 그녀의 두 번째 책 <그녀에게 말하다>도 별 망설임 없이 샀다. 이전 책이 영화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면, <말하다>는 영화배우들을 인터뷰해 책으로 묶은 거였다. 아주 오래 전 리포터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도 전혀 안한 채 취재현장에 간 건 정말 나쁜 짓이어서, 나름대로 믿었던 순발력도 사전 준비가 없는 상태에선 발휘되지 않았다. 김혜리가 인터뷰이로부터 관객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족집게처럼 끄집어내는 건 평소의 내공에 더해 치밀한 사전준비가 있기 때문이란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만났을 때가 일치하는 경우, 그 배우가 더 친숙하게 느껴지곤 한다. <말하다>를 읽다보니 송강호가 딱 그런 배우다. <괴물>을 찍을 때 워낙 바쁘다보니 주인공인 ‘강두’에 대해 감독과 전혀 이야기를 못해봤다는데, 그걸 송강호는 이렇게 묘사한다.
“피차 바쁘다보니 ‘언제 한번 해야 할텐데’ 하면서 미루다가 결국 낼 모레로 촬영이 닥친 거야. 만날 시간이 없어서 결국 운전 중에 토오하를 했어요. ‘아, 감독님. 박강두를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강두 그거, 바보예요?’ 그러니까 ‘바보는 아닌 것 같아요’ 하기에 ‘아, 그래요? 제가 지금 운전 중이라. 뭐, 바보 아님 됐네!’ 그러고 전화 끊었죠.”
이런 유머있는 배우가 우리 영화계에 있다는 건, 정말이지 한국영화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쉬웠던 점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책 읽는 속도가 떨어졌다는 거다. 물론 우리나라에 전영혁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건 좋은 일이고, 정병규 같은 분을 모르는 건 순전 내가 무식한 탓이지만 말이다. 참, 정병규 선생이 말한 것 중 다음 구절에 100% 동감한다. “한국에서 무엇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책을 맹목적으로 읽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시키는 행위예요. 차라리 중학교 갈 때까지 책읽기를 강요하지 않는 법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애들이 어른 몰래 책을 보고 ‘책을 맘껏 볼 열다섯살을 기다리며 사노라’고 일기장에 쓰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가지 더. 시네21을 구독한 이래 김혜리 기자의 글을 수도 없이 읽은 것 같은데, 얼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 한번도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더니만, 왠일인지 책날개와 중간 어디께에 자기 사진을 실어놨다. 뒤늦게 탄식을 했다. 이런, 미녀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