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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이런, 이 책에 무슨 리뷰가 이렇게나 많아?”
리뷰를 쓰려다 <나는 전설이다>에 달린 리뷰가 54개나 되는 걸 보고 놀라다, 그게 얼마 전에 나온 영화 덕분이란 걸 깨닫는다. 나 자신도 영화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알아놓고선. 사실 이 책을 사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먼 길을 가던 중 깜빡 잊고 읽을 책을 넣지 않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기에, 인근 책방에 들렀다가 우연히 집은 책이 바로 <전설>이었다.
영화와 책 중 어느 게 재미있는지에 대한 내 견해는 이렇다.
“먼저 나온 게 그 이야기에 더 적합한 매체다.”
그러니까 책이 훨씬 먼저 나온 <전설>은 책이 더 재미있어야 한다. 게다가 난 책을 본 후에야 영화를 봤으니, 책이 더 재미있어야 할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심심치 않게 지루함이 몰려왔던 걸 상기한다면, 영화가 더 낫다는 게 내 의견이다. 물론 이건 책 한권을 만드느라 ‘나는 전설이다’ 이외에 별반 재미도 없는 단편들을 끼워놓은 탓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왕 말을 꺼냈으니, 내 견해를 좀 더 세게 말해 본다. “너는 뭐하는 놈이냐”고 날 욕할 것 같아 겁이 나지만, 난 이 영화에 달린 ‘원작보다 못하다’는 감상문들이 조금은 불편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의견들 중 일부는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차원이 아닌가 싶어서다. 즉, 원작을 읽었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 “원작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영화로 봤을 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데스노트>를 ‘쓰레기’로 취급하는 수많은 열혈 매니아들한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난 원작을 보지 않았으니 원작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모른다. <달인>의 김병만 선생이 말한 것처럼,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아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데스노트>를 보면서 느꼈던 긴장감을 다시금 떠올려보면, 원작이 더 훌륭한 게 사실이라 해도 ‘쓰레기’로 취급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일부 원작 매니아들은 후진 영화가 만들어짐으로 해서 원작이 훼손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진 영화는 오히려 원작의 가치를 더 높여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영화가 책보다 접근성이 더 높으니만큼 영화화가 됨으로써 그 작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건, 그들이 그 작가의 팬을 자처한다면 좋아해야 할 일이 아닐까? 여기까지 써놓고 나니 벌써 귓가에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넌 뭐하는 놈이냐?”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