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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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선생을 알게 된 건, 무척이나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겨레에서 기획한 <21세기에는 버려야 할...>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와,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구나 싶었다. 정의로운, 하지만 어렵고 고달픈 노동상담 일을 20년이 넘도록 해온 것도 존경할 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과 말에 잔뜩 배어 있는 겸손함은 독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하종강 선생의 책을 찾아 읽게 된 건 그런 이유였다.


사실 난, 노동운동에 관한 책이어서 짠한 얘기가 주를 이루는 줄 알았다. 산업재해를 입었지만 보상금을 못받거나,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런 얘기가 전혀 안나오는 건 아니지만,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는 90%의 감동과 10%의 웃음으로 채워진 책이었다.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운 건 맞지만, 하종강 선생의 손을 거치고 나면 절망은 희망으로, 슬픔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희망이란 단어를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시대지만, 그의 눈에 비친 노동자들의 모습은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아직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백미는 '살며 사랑하며'란 부제 아래 하선생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5부였다. 거기 실린 글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난 한줄 한줄을 음미하듯 아껴서 읽어야 했다. 난 나폴리를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니, 필경 아름다울 것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울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하지만 그런 곳들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5부에 실린 이야기들만큼 아름답지 않을 것이며, 그 글들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날 웃음짓게 하진 못할 것이라는 건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하종강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커지긴 했지만, 그보다 더 존경스러운 분을 알게 되었다. 바로 하선생의 부인 되시는 분인데, 그분이 했다는 말들은 정말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라는 놀라움을 내게 선사해 줬다. 학업과 노동운동의 갈림길에 섰을 때 "경제적인 것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라"고 편지를 썼던 일이라든지, 하종강 선생이 연구소에서 받는 월급을 줄였다며 이해를 구할 때 아들을 무릎에 앉히면서 "너희 아빠가 또 병이 도졌나보다. 우리 허리띠 더 졸라매야겠다"고 했다는 일화는 그분이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닌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책을 덮고 생각했다. 내년엔 꼭 하종강 선생의 부인 되는 분을 특강 연자로 모셔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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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2008-05-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종강입니다. 과분한 칭찬 고맙습니다. 며칠 뒤에 제 홈피에 퍼 가도 돼죠?

시비돌이 2008-05-19 00:13   좋아요 0 | URL
앗, 하종강 선생님이다. 잘 지내시죠? ^^

마태우스 2008-05-0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종강 선생님께서 직접 댓글을... 제 영광입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