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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김남우 ㅣ 김동식 소설집 3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평점 :
천안아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한 남성분이 아는 체를 한다.
TV에 안나나가보니 급격하게 인지도가 하락했기에, “내가 아직 안죽었구나”고 생각했다.
근데 그는 자신이 ‘김민섭’이란다.
<대리사회>를 쓴 그 김민섭 선생 말이다 (이하 존칭생략).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만난 적은 처음이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에 관한 신문칼럼 얘기를 했다.
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가 경향신문에 쓴 해당 대목을 잠시 소개한다.
[제가 발행하는 <기획회의>에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던 그는 작년 10월에 김동식 작가를 소개했습니다. 저는 그가 전해준 김동식 소설 20여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묘사도 없고 구체적인 서술도 없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내보자고 했습니다. 대신 한 권이 아닌 세 권을 펴내자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오늘의 유머’에 글을 연재하던 ‘네티즌’ 김동식은 이렇게 해서 세 편의 소설집을 낸 작가가 됐다.
얼마 전 그 세권을 모두 읽었는데,
근래 읽은 책 중 이 책처럼 기발한 책은 없었다.
예컨대 3권에 실린 <버려버린 시간에도 부산물은 남는다>는
아니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감탄을 하며 읽었고,
<자긍심 높은 살인청부업자>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단지 기발하기만 한 게 아니라
<김남우 교수의 무서운 이야기>처럼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많았는지라,
다 읽고 난 뒤에도 소설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과거 베르베르가 썼던 <나무>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줬다면,
이 시리즈는 기발함과 더불어 단편마다 완성도가 뛰어났다.
그래서 난 저자인 김동식이 문학청년 시절을 거치고 계속 글만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간 성수동 공단에서 일했다. 그동안 읽은 책도 많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글 쓰는 법’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그의 글에는 맞춤법 오류도 꽤 있다. 게시판의 독자들이 이를 바로잡아줬다. 작가는 독자들과 댓글로 소통하면서 글의 서사도 다듬어갔다. 이런 면에서 독자가 만들어낸 작가이기도 하다.(출처 경향신문 20180110, 김향미 기자)]
잘 쓰지도 못하면서 10여년간 지옥훈련을 했다면서
“글 잘 쓰려면 책읽고 글만 쓰세요!”라고 역설했던 내가 머쓱해진다.
“책 정말 재미있던데요. 이 책 나온 게 다 선생님 덕분이라면서요.”
내 말에 김민섭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은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시간 날 때 리뷰라도 쓰겠다고 했더니 김민섭은 꼭 그렇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김동식 작가가 잘 된다고 해서 김민섭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터,
하지만 세상엔 이렇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난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런 분들을 칭송하는 게 고작인데,
그러니까 이 리뷰는 좀 늦긴 했지만 김민섭과 했던 약속의 결과물이다.
지금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는 김민섭,
그 책이 나오면 난 또 기꺼이 리뷰를 쓰리라.
이런 분은 좀 잘돼야 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