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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자밀라 - 돈가스집 삽살개 치우 이야기
이해선 글.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게 두려워진 탓인지 요즘 부쩍 개가 당긴다. 이런 말을 다른 사람이 한다면 의미가 또 달라지겠지만, 하여간 난 여생을 개와 더불어 보내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개를 주제로 한 책과 영화가 쏟아진다. 그리고 난, 그것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마 하는 중이다.
<울지마 자밀라>는 개를 주제로 한 다른 책과는 좀 다르다. 표지에는 분명 삽살개의 사진이 박혀 있지만 내 생각과 달리 ‘자밀라’는 개 이름이 아닌, 돈가스 집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름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주인공인 건 아니다. 주인공은 엄연히 돈가스 집 삽살개인 ‘치우’이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온갖 애환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치우는 자밀라의 애환을 달래주며, 자폐증 아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집이 없어서 약수터에서 노숙을 하는 아저씨처럼 치우가 만나는 사람은 다들 많이 가지지 못한 자들이지만, 치우는 누구에게나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앞발을 내민다. 그리고 치우는, 앞발이 하나 없는 해피라는 암컷도 차별하지 않고 기꺼이 구애에 응한다. 그런 걸 보면 신분, 재산, 학벌, 그리고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인간들은 그야말로 치졸한 족속인 것 같다. 미녀만 밝히는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삽살개 순종인가요?”라는 누군가의 말에 치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혈통서라는 그런 것이 인간들에게는 왜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183쪽)
개에는 두 종류가 있다.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개와 자기 주인 이외의 사람은 다 싫어하는 그런 개. 벤지를 비롯해서 내가 기른 개들은 대개 후자의 개였는데, 그들과 더불어 살면서 난 개가 나만 좋아하는 걸 무척이나 즐겼다.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에게 짖을 때면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울지마 자밀라>가 내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주인 외의 사람도 좋아하는 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거다. “어머 귀여워!”라고 손을 내미는 미녀들에게 꼬리를 흔들어 준다면 내가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그래, 바로 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