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서재 하나 갖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블로그는 언제 다시 드나들게 될지 기약이 없다. 그럴만한 사정이 생겼다. 이제 여기 와서 놀아야겠다. 나름대로, 좋아하는 김점선 화가 그림도 걸고 메뉴도 약간 손 봤다. 오랜만에 리뷰도 몇 개 써봤다. 리뷰를 쓰면서 책 얘기보다는 딴 얘기가 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요즘 내겐 '딴 짓'과 '딴 얘기'가 필요한지도 모른다.(깐따삐야님의 글 ‘서재’ 중)]

 

서재가 생긴 이래 난 줄곧 30위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10위 안에 든 적은 드물었어도 30위 밖에 나간 적도 많지 않았다. 일이 생겨 며칠씩 서재를 비운 주간에도 100위 밖으로 밀려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위 안에 드는 것도 힘겨운지 서재 순위에서 내 이름은 없다. 줄곧 봐오던 이름 대신 낯선 이름들이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길거리에서 지폐를 주운 것에 비유한다면, 좋은 서재를 만난 기쁨은 돈이 가득 든 지갑을 줍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책은 대부분의 경우 한번 읽고 말지만, 좋은 서재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 멋진 글을 선사할 테니까. 좋은 서재 찾기가 무척 어려워진 요즘이라 그런지 그럴듯한 서재를 발견하는 것은 두배로 기쁜지라, 지갑과 더불어 벨트까지 공짜로 얻은 기분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게 될 것이지만 저의 어떠한 말도 그분을 쉽게 들뜨게 하거나 쉽게 상처 입힐 수 없음을 알기에 비교적 가뿐한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씁니다.]

Jude 님의 이벤트에서 깐따삐야 님의 글을 봤을 때, 난 그때의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태우스
깐따삐야님. 글 정말 멋지십니다. 감히 제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느낌이 드는군요 예리한 시각이 곳곳에 엿보이구요. 그래서 추천합니다. - 2006-03-02 10:46 수정  삭제
 

즐찾을 해놓고선 그분의 서재에 들어가 봤다. 2월에 11번, 3월에 2번 글을 쓴 것으로 보아 깐따삐야님은 그리 자주 글을 올리는 분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희소성까지 덧붙여져, 깐따삐야님의 글이 즐찾 브리핑에 뜰 때면 반가움은 가중된다. 엊그제 올라온 ‘이미 슬픈 사랑’만 읽어도 그분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나의 손을 놓기 위해 편지를 썼던 그는 이제 나의 손을 다시 한 번 더, 정말로 놓기 위해 마지막이 될, 부디 마지막이길 바라는 편지를 썼다....어쨌든 지금처럼 많이 아파한 후에 틀림없이 사랑은 다시 온다. 그리고 그는 그 사랑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놓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 땐 이미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3.1절에 쓴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는 또 어떤가.

[부담없이 시도한 연락을 나는 부담을 갖고 피해온 셈이었고 결국 이상한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내가 되어버렸다.]


난 내공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곧잘 <위대한 개츠비>를 내민다. 그걸 읽고나서 개츠비가 위대한지 알면 내공이 있는 분이라는 것. 참고로 난 교봉에 쓴 리뷰에다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모르겠어요.”란 제목을 붙인 적이 있다. 깐따삐야님은 개츠비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오늘날 개츠비의 러브 스토리는 시대착오적이다. 그렇듯 시대착오적이기에 그는 진정 위대하다.”


스캇 팩의 <거짓의 사람들>을 읽고 나서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대개의 악한 사람들은 다만 약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성석제가 쓴 <홀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갈은 서늘하기만 하다.

“하도 절실하여 글이 되어 나올 수 밖에 없는 간곡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신선한 재미나 깨달음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 밖에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개만 소개해본다.

1학년인 그들과 샘으로서 역시 1학년이었던 나는 서로 잘했네, 못했네 해가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다시 시작이다, 중)”

작년 초봄 무렵 처음 접했던 책인데 사는 일이 심란스럽게 느껴지거나 마음이 뒤숭숭할 때 이따금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게 되곤 한다.(책 읽기와 나의 삶)”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이 문득 쓸쓸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목에 걸리고 마음에 걸리는 느낌, 그런 느낌으로 헤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목이 아직도 따끔하다. 그만 가서 쉬어야겠다.(farewell days)”

소설은 늘 과거형이다. 결국 다시 말하는 것이다. 지나간 것을 다시 말하되, 소설답게 말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지나간 것을 소설답게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언제나 끈질겼다.(다시 말하고 싶은 것들)”


 깐따삐야님은 이태동님이 쓴 ‘살아있는 날의 축복’을 가끔씩 읽으면서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앞으로 난, 위안을 받기 위해  http://my.aladin.co.kr/yeast214   를 클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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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3-0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걱정 마십시오 부리가 있잖습니까^^ 이따 댓글 왕창 달 겁니다^^
속삭이신 분/제가 다른 분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참 행복한 겁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부리 2006-03-0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깐따삐야님 서재 방금 가보고 왔는데요 명불허전이더군요. 님 덕분에 좋은 서재를 알았으니 감사드려요

부리 2006-03-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님은 왜 제 서재에 대해서는 안써주시는 거죠? 지난번에 돈도 드렸잖아요

부리 2006-03-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수가 부족했다면 더 준비할 수도 있는데...저도 '찬란한 그 이름 부리!' 이런 식으로 소개받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6-03-0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즐찾했어요.^^

깐따삐야 2006-03-0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감사드려요.
언젠가 보답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

마태우스 2006-03-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보답이라뇨... 제가 오히려 감사드리지요
로드무비님/전 부리랑 같이 즐찾 했는데...^^

2006-03-09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