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숨진 노충국 씨의 사연은 정말이지 안타깝다. 제대로 진단만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29세 청년이 터무니없는 오진으로 인해 사망을 했으니 말이다. 사실 군대 내의 의료수준이 민간에 비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암이 잘 안생기는 20대가 주축을 이루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사건이 아마 훨씬 빈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대를 졸업해서 의사고시를 붙으면 의사가 되고, 개업을 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일반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이 인턴 1년에 레지던트 4년을 하고 나서 개업을 한다. 그것도 모자라 펠로우를 1-2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의사들의 수련 기간이 길어진 것은 환자들이 전문의를 선호하기 때문이지만, 과거에 비해 환자들의 권리가 크게 신장된 덕분이라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예전에는 의사의 오진에 항의 한번 못해보고 물러나야 했지만, 지금은 의사의 사소한 실수도 용서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요구 수준이 높아진 환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의사들이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려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전처럼 진단명을 모르는 환자에게 식염수나 놔주며 돈을 벌려 했다가는 쫄딱 망하기 십상이니까.


시대가 이렇게 변했지만 군대 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아, 십수년 전의 시스템이 지금도 굳건히 군 사회를 지배한다. 군에서 데려가는 의사들 중 전문의의 비중이 다소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인턴만 마친 의사들은 여전히 군대의 중요한 자원이다. 의사로서의 경험이 일천한 그들이니만큼, 많이 봐오던 병이라면 모르겠지만 생소한 병 같으면 오진을 거듭하다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흔하디 흔한 위암을 오진한 이번 사건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문의라 해도 해당 과가 아닌 질병에 대해서는 오진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군대란 곳이 종합병원처럼 잘 모르면 물어볼 만한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도, 최첨단 장비를 갖춘 곳도 아니니만큼, 노충국 씨 사건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군대라는 곳은 사회와 격리된, 척박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군대의 중요성을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같은 기본적인 혜택이라도 원없이 받게 해줘야 한다. 안과 의사 한명이 대대원 전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금의 시스템보다는, 기본이 되는 내과와 외과 의사들이 부대마다 배치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실력과 경험을 갖춘 의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의촌이 거의 사라져 가는 실정인데, 해마다 천명이 넘는 인원이 보건지소로 가서 무료함에 시달려야 하는 작금의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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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5-11-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군대 있을 땐 치과의사 분께서 대대인원 전체 건강을 책임지셨지요...
(-_-)a 인터넷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런 안타까운 사건들이 드러날 수 있다는게 어딥니까... 휴~~~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T_T)

마태우스 2005-11-1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자판님/치과는 좀 심하네요... 그래요, 인터넷 덕분에 그런 사건이 드러날 수 있는 거죠....

산사춘 2005-11-1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과 의사랑 성폭력상담소도 꼭 필요할 듯 싶어요. 누군가들이 큰 희생을 치뤄야 겨우 문제제기라도 할 수 있는 현실이 참 질할맞습니다요.

모1 2005-11-1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말고도 다른 분도 있더군요. 그분도 무슨암이었는데 3기인가라고 했다는...안타깝더라구요. 이번기회에 제도를 잘 보완했으면 해요.